2013년 '그녀'(her)라는 로맨틱코미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가 주목받은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한 여자 때문이다. 실제 사람은 아니고, 인공지능으로 말하고 적응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운영체제이다. 딥 러닝(deep learning) 머신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다.
실제로 영화를 만든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은 2000년대 초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지닌 '클레버봇'(Cleverbot)이라는 웹 애플리케이션의 기사를 읽은 후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닙니다. 또 하나의 '의식'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딥 러닝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딥 러닝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게 가르친다.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성 인식과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비서 서비스가 스마트폰 이용자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딥 러닝이 있다.
사용자의 취향과 일정, 동선을 분석해 스케줄을 관리하거나 메일 확인, 티켓 예약과 같은 일상의 업무를 대신해 줄 수도 있다. 이미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 분야로 진입하고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애플의 시리(siri)이다. 2011년 10월 처음 등장한 시리는 원래 음성인식 서비스였다. 문답을 통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준다는 점에서 당시에는 혁신적인 발상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사람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얻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관련링크)
하지만 알아듣는 말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올해 6월 성능이 향상된 시리가 등장했다. 영어, 한국어, 일어, 중국어 등 10개의 언어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언어 뿐만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일부 농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시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음성으로 문의하면 검색엔진과 연계하여 곧바로 원하는 정보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3년 5월 서울의 모습'이라고 말하면 당시 사진을 바로 보여주는 식이다. 단순한 검색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사진앱까지 실행시켜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에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가 시리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시리는 단순히 음성비서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관련링크)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승부수, 코타나
한때 IT업계 최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최근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사티아 나델라는 MS를 생산성과 플랫폼 회사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들의 모든 기술과 서비스는 '코타나'(Cortana)에 집중되어있다.
코타나는 MS가 내놓은 인공지능 개인비서이다. 기본적으로는 애플의 시리와 유사하다.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MS의 검색서비스인 빙(bing)에서 찾는다. 단순한 음성검색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링크)
메시지, 메일 수신, 일정 등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사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정이 등록되면 관련 교통 정보를 알려주는 식이다. 구글의 '구글 나우'와 비슷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윈도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MS는 모든 단말기에서 다른 모든 서비스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코타나가 MS의 서비스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딥 러닝, 한국에서도 시작될 것
이근배 포스텍(POSTECH)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재 딥 러닝은 음성인식이나 이미지 인식에 비해 비약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향상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딥 러닝은 기계학습 성능을 계속해서 향상시켜 인공지능을 새롭게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다" 라고 하면서 "개인 비서 서비스는 스마트폰, 스마트TV, 가정용로봇, 사이니지(Signage) 등 모든 주변 기기에서 서비스 될 것이다"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딥 러닝은 과거 신경망 학습이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에 한국에도 전문가가 많다. 한국의 자연어 처리 기술은 선진국 대비 그다지 많이 뒤쳐진 상태는 아니라고 이 교수는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인지도가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기업이 투자하고 이를 적극 활용할 때라는 것이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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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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