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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8-01

"가나안 후손은 레바논 사람들?" 4,000년전 유골 유전자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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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역사에서 가장 의문으로 쌓인 민족 중 하나가 가나안 민족이다. 현재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지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가나안 사람들은 중동 지역에 매우 영향력 있는 문화를 건설했다.

가나안 민족은 알파벳을 처음 만들고, 중동 전역에 식민지를 세웠으며, 각종 문헌에 여러 번 그 이름이 나타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누구였으며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가나안 민족의 이름이 더욱 유명한 것은 모세의 엑서더스(Exodus)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집트에서 파라오가 통치하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도시들이 세워질 때, 가나안 민족이라는 의문의 민족이 중동을 지배했다.

약 4,000년 전 이들은 동부지중해 연안인 레반트(Levant)로 이어지는 곳에 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가나안 민족은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제3자가 쓴 2차적인 자료를 가지고 가나안 민족의 역사를 재구성해야 한다.

레바논 사람 유전자의 90% 이상    

모세가 이집트에서 수 백 만 명의 민족을 이끌고 엑서더스를 해서 현재의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갈 때, 그곳에는 이미 가나안 민족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경은 신이 모세에게 가나안을 공격해서 멸절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가나안 민족은 모세와 그 후손들에게 멸절된 것일까?

과학자들이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고대 가나안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뒤, 이를 가나안 후손들인 레바논 사람들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나안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살아남아 현재 레바논에 사는 사람들의 조상이 됐다.

항아리에서 발견된 고대 가나안 사람의 유골 ⓒ Dr. Claude Doumet-Serhal - The Sidon excavation
항아리에서 발견된 고대 가나안 사람의 유골 ⓒ Dr. Claude Doumet-Serhal - The Sidon excavation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거연구소’ (The 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American Journal of Human Genetics)에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 연구소의 마크 하버(Marc Haber)는 “가나안 민족은 신석기 시대 중동지방의 경작지에 정착했던 사람들과 5,000년 전 그 지역에 도착한 이주민이 혼합한 민족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버는 “현재의 레바논 사람들이 가나안 민족의 직계 후손으로 여겨지지만, 여기에 아시리아, 페르시아 혹은 마케도니아 같이 먼 곳에서 도착한 정복자들과 혼합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마크 하버와 크리스 타일러-스미스(Chris Tyler-Smith) 연구팀은 레바논 해안도시인 시돈(Sidon)에사 4,000년 전에 살았던 5명의 가나안 사람들의 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해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현재 살아있는 레바논 사람 99명의 유전자를 해독하고,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하고 있는 수 백 명의 유전자를 찾아 4,000년전 가나안 사람의 유전자와 비교했다.

연구원들은 3,800년에서 2,200년 사이에 외부에서 많은 침략이 있었을 때에도 유라시아 민족이 가나안 민족과 혼합된 것으로 추정했다.

타일러-스미스는 “지난 몇 세기 동안 복잡했던 이 지역 역사를 볼 때, 현재 레바논 사람들의 유전자의 90%이상이 가나안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전쟁 있었는지 확인은 어려워

이번 발견은 이 지역에 대한 최근의 다른 연구와도 부합하는 것이다. 보스톤 하바드 의대의 유전공학자인 이오시프 라자리디스(Iosif Lazaridis)는 요르단에서 발견한 해골의 유전자에서도 역시 동쪽 이주민과 지역 토착민의 유전자가 혼합된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가나안 민족 같이 기록으로 남긴 것이 거의 없는 민족의 역사를 자세히 파악하는데 있어서 유전자 추적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말 이스라엘 민족과 가나안 민족 사이에 ‘인종멸절’이라고 할 만한 대규모 전쟁이 있었을까? 고고학적인 자료들은 가나안 도시들은 파괴되거나 버려진 적이 없다고 말하므로, ‘멸절’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크리스 타일러-스미스는 “유전자만 가지고는 전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8-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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