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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완치자 대부분이 PTSD 겪어 퇴원 후에도 이들 향한 사회적 적대감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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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는 참전용사들이 살고 있습니다. 만약 불꽃놀이를 하신다면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몇 년 전 페이스북에 게재돼 참전용사들에게 2500개나 배포된 푯말의 내용이다. 도대체 불꽃놀이와 참전용사가 무슨 상관이 있기에 이웃들에게 주의를 요하는 푯말이 등장한 것일까.

이 푯말을 제작한 단체는 미국의 ‘PTSD를 앓고 있는 군인들’이다. 해외 파병 경험이 있는 참전용사들의 경우 총소리나 포탄 소리와 유사한 불꽃놀이 소리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느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재향군인회에 의하면 참전용사들의 11~20%가 PTSD로 인해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TSD를 앓는 이들은 불현듯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으로 악몽을 꾸기도 하며, 그 경험과 관계된 장소나 상황 등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과도한 불안감이나 정서적 흥분으로 인해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하며, 심한 경우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완치자 대부분이 PTSD를 경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

PTSD는 공포와 스트레스를 자극하는 사건을 겪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초대형 폭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를 포함해 9.11 테러나 성적‧육체적 폭력 같은 사건들도 PTSD의 원인이 될 수 있다.

9.11 테러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을 비롯해 소방관, 경찰 등은 사건 후 10년이 지난 뒤에도 상당수가 PTSD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 같은 만성적인 PTSD는 개인의 삶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종종 자살뿐만 아니라 만성통증증후군, 심장병 같은 질병을 동반하기도 한다.

완치자 중 96.2%가 PTSD 경험

그런데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완치자들도 대부분 PTSD를 경험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철저히 격리된 병실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이처럼 고립된 상황은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분노, 우울증, 좌절감, 불면증, 외로움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된다. 중국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걸린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사람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에도 이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적대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Gerd Altmann(Pixabay)

조사 대상자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을 격리 치료하기 위해 후베이성 우한에 특별히 지어진 5개의 임시 병원에 수용되어 있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성인 환자 714명이었다. 평균 연령이 50.2세인 이들에게 17개 항목으로 작성된 PTSD 체크리스트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PTSD의 유병률이 무려 96.2%나 되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 같은 결과는 전시 상황보다 더욱 심각한 압도적인 비율이다.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해 수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 전 세계로 확산되었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홍콩 연구진이 사스를 극복한 1394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 47.8%가 PTSD 증상을 보인 것. 그들 중 절반은 완치된 지 30개월이 지난 후에도 PTSD 증상을 앓았다.

사스 때보다 코로나19 생존자들의 PTSD 유병률이 훨씬 높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연구진은 뉴스 보도 및 사회적 적대감 같은 요소가 PTSD 증상의 발현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연이어 방송되는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 보도는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선 의료진에 대한 심리적 조치도 절실해

사회적인 적대감의 경우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보이는 직접적인 적대감을 비롯해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염려에 대한 적대감도 이들에게 고통을 안겼다.

게다가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에도 이들을 차별하는 적대감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 완치자들에 대한 장기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함을 잘 보여주는 연구 결과인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정신의학(Psychological Medicine)’ 3월 27일 자에 게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PTSD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이들은 완치자뿐만이 아니다.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병원 직원 등의 필수 근로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코로나19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및 동료들에 대한 전염의 두려움, 그리고 아픈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무감 등으로 고통스러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PTSD 전문가들은 이처럼 코로나19가 일선 의료진에게 가하는 정신건강에 대한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조치가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조치를 위해서는 막연한 동정심이나 수사적 표현보다는 자금 및 명백한 사회적 지원 등의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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