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위험, 과학기술로 극복한다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의 홍수 빈도와 강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동남아시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와 지역 사회는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한 홍수 방지 시스템부터 자연 기반 해법까지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들
베니스의 MOSE 시스템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MOSE 시스템은 베니스 라군(모래 바닷물과 해안 사이 부분적으로 막힌 해역으로 둘러싸인 물을 뜻함)과 아드리아 해를 분리하는 4개의 이동식 방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홍수 발생 시 이 방벽을 올려 라군을 바다와 격리시킴으로써 베니스 시내를 보호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MOSE 시스템은 2020년 10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베니스의 상징적인 산마르코 광장을 비롯한 도시 전체를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SLAMDAM 기술은 혁신적인 홍수 방지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물로 채워지는 튜브를 이용해 임시 방벽을 만들어 홍수를 막는 방식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활용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케냐의 키수무 지역에서는 SLAMDAM 기술을 이용한 홍수 방지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구축되었으며, 이 시스템은 빅토리아 호수의 범람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여 주변 지역의 홍수 피해를 크게 줄였다.
SLAMDAM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저장된 물을 가뭄 시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물 부족 문제와 홍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다목적 솔루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유량 조절 댐이 홍수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량 조절 댐은 평상시에는 물을 흘려보내지만 홍수 시에는 상류 범람원에 물을 가두어 하류를 보호한다. 홍수가 지나면 다시 물을 방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본의 경우, 도쿄 근교의 카스미가우라 호수 주변에 설치된 유량 조절 댐이 대표적이다. 이 댐은 호수의 수위를 조절하여 주변 지역의 홍수 위험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주택 건설 기술에도 홍수 대비 설계가 적용되고 있다. 기둥을 높이거나 벽체를 파괴성 구조로 만드는 등 주택 자체를 홍수에 강하게 설계하는 방법이 활용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에 강한 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들이 기둥 위에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주택들은 홍수 시 물이 기둥 사이로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어, 주거 공간을 보호하면서도 물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자연 기반 해법도 시도되고 있다
한편, 자연 기반 해법도 홍수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과 범람원의 물 흐름 관리, 토지 복원, 모래 언덕과 맹그로브(아열대나 열대의 해변이나 하구 기수역의 염성 습지에서 자라는 관목이나 교목으로, 조수에 따라 물속에 잠기기도 함) 숲 조성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녹색 인프라”는 기술적 해법과 함께 홍수 피해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다양한 기술과 정책적 노력을 통해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위험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자연 기반 해법의 활용이 돋보인다. 베트남의 메콩 델타 지역에서는 맹그로브 숲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는 해안선을 보호하고 홍수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 역시 자연 기반 해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내 녹지와 투수성 포장재를 늘려 빗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홍수를 예방한다. 우한, 샤먼 등 여러 도시에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초기 결과는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의 ‘물과 함께 사는 공간’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강과 범람원에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하여 홍수 위험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라인 강 델타 지역에서는 제방을 강에서 더 멀리 이동시키고, 강 주변에 습지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홍수에 대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전통적인 물 관리 시스템을 현대화하여 홍수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라자스탄 주의 ‘조하드’ 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작은 흙 댐을 이용해 우기의 물을 저장하고 건기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홍수 예방과 물 부족 해결에 동시에 기여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흥미롭게도 홍수 위험이 큰 지역에 주택 재건축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애초에 위험을 차단하는 정책인 셈이다. 프랑스의 경우 ‘홍수 위험 예방 계획’을 통해 홍수 위험 지역을 지정하고 이 지역에서의 건축 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홍수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위험은 심각한 도전 과제이지만 다양한 기술적, 자연적 해법을 활용하여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 남아있다. 먼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 앞선 예시로 MOSE 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술 솔루션과 자연 기반 해법 간의 균형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중과 국가 차원의 관심 역시 필수적이다. 특히 지역 사회의 참여와 교육이 필요하다. 홍수 대비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홍수 위험과 대응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홍수는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 간 협력과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메콩 강 유역 국가들의 협력 사례는 이러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형태의 지속적인 연구와 혁신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패턴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과 방법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10-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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