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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 결핵 퇴치 위해 백신 접종 확대키로 새로운 접근법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행해져야 할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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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 결핵 퇴치 위해 박쥐 살처분 중단하고 백신 접종 확대키로

2024년 8월 30일, 영국 정부는 소 결핵균(Mycobacterium bovis) 퇴치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기존 박쥐 살처분 정책을 중단하는 대신 백신 접종을 확대하는 것이다. 새 전략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향후 5년 이내에 박쥐 살처분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다.

이는 수년간 논란의 중심에 있던 박쥐 살처분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박쥐 살처분 정책이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이번 전략 수립으로 2038년까지 소 결핵의 완전한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 자체에 대한 백신 개발 역시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은 소 결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종합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소 결핵(Bovine tuberculosis)은 소 결핵균에 의한 소의 만성질병이며, 사람에도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감염 세균성 질병이다. 소 결핵균이 호흡기나 소화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온 후 증식하여 감염되며, 감염된 소의 호흡기 분비물, 우유, 분변 등에 포함된 균이 또 다른 소를 감염시키며 전염된다. 소화기를 통한 감염보다 호흡기를 통한 감염 위험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 결핵균 ⓒY tambe

야생동물을 통해서도 전염이 되는데 산양, 사슴, 돼지 등의 가축과 여우, 늑대, 너구리, 박쥐 등의 야생동물을 통하여 전염되기도 한다. 소 결핵균은 외부로 배출된 상태로 2~3주 정도 살 수 있고, 춥거나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는 더 오래 살 수 있다. 온도가 낮고 습하며 초지가 많은 영국의 경우 소 결핵 균의 생존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영국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광범위한 박쥐 살처분으로 인한 박쥐 개체 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으로 박쥐 개체 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의 정책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 결핵은 영국의 농업 분야에서 가장 심각한 동물 질병 문제 중 하나이다. ⓒ VISAVET-UCM

하지만 이번 영국 정부의 새로운 전략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Badger Trust는 정부의 계획이 여전히 박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소 결핵 문제의 근본 원인이 박쥐가 아니라 소 자체의 면역 체계와 사육 환경에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접근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농민단체인 NFU(National Farmers' Union)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NFU는 그동안의 박쥐 살해가 효과적이었다며 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박쥐가 소 결핵 전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박쥐 개체 수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접근법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 행해져야 할 과제들

소 결핵은 영국의 농업 분야에서 가장 심각한 동물 질병 문제 중 하나로, 매년 수만 마리의 소가 소 결핵으로 도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했다. 따라서 영국 정부의 새로운 전략은 그동안 영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던 소 결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그동안 영국 정부는 소 결핵 퇴치를 위해 박쥐 살처분만을 주요 정책으로 시행해 왔으며 이는 박쥐가 소 결핵균의 주요 매개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진 정책이다.

소 결핵은 영국의 농업 분야에서 가장 심각한 동물 질병 문제 중 하나이다. ⓒ cdc.gov

이는 시행 초기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정책이 비과학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일부 과학자들도 그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전략에서 정부가 박쥐 살처분 대신 백신 접종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비판을 일부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백신 접종은 동물의 생명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질병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윤리적인 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법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박쥐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어야 하며, 광범위한 야생 동물 대상 백신 접종 프로그램의 실행 가능성과 비용 효율성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소 자체에 대한 백신 개발도 중요한 과제인데, 현재까지 소 결핵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단순히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성공적인 백신 개발은 글로벌 축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 일관된 정책 실행의 필요성 강조

영국 정부가 새로 수립한 소 결핵 퇴치 전략은 기존의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 사회적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소 결핵 퇴치라는 목표를 2038년으로 설정한 만큼, 정권 교체 등의 정치적 이슈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번 전략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시스템도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 접종의 효과, 소 결핵 발병률의 변화, 박쥐 개체 수의 변화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하여 필요한 경우 전략을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 새로운 전략이 어떻게 실행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농업 정책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 기술의 활용,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화라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9-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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