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개혁을 촉구하는 전문가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9’가 한참 진행 중인 현재, 전 세계 과학자들과 기후 전문가들은 유엔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COP가 협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등이 서명한 이번 공개서한은 ①기후 자금 조달의 투명한 추적, ②최신 과학적 증거의 정책 반영, ③평등·정의·빈곤 해소를 위한 결정적 행동, ④각국 정부의 책임성 강화, ⑤국가별 행동 계획의 과학적 근거 기반 수립, ⑥화석 연료 로비스트의 영향력 제한, ⑦기후 취약국의 대표성 강화 등 7가지 주요 개혁안을 제시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COP29에 참가한 화석연료 로비스트의 수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10개국 대표단의 숫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Kick Big Polluters Out' 연합의 데이터에 따르면, 최소 1,773명의 석탄, 석유, 가스 로비스트들이 COP29 참가 허가를 받았다. 피게레스 전 사무총장은 과학계, 원주민 공동체, 취약국 대표들보다 화석연료 로비스트의 수가 더 많은 상황에서는 올바른 전환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석유 수출국에서의 기후 회의 개최' 등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최 중인 COP29는 개막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석유와 가스를 '신의 선물'이라고 표현하며 천연자원 사용을 옹호한 바 있고, 이로 인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아제르바이잔 경제의 절반이 석유와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회의 개최국으로서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는 지난 COP28이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되고 당시 회의 의장이 자국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 직위를 유지했던 것과 유사한 맥락의 논란이다.
악화되는 지구 온난화 전망
현재의 정책으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7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 연구진에 따르면, 2024년 새로운 국가별 기후 목표나 탄소중립 공약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온도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 역시 2023년 대비 화석연료 사용량과 산림 벌채 등 토지이용 변화가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화석연료 산업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두고 수 조 달러의 투자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금은 가장 취약한 지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반증이다.
각국의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공개서한에서 선진국과 경제 대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 및 경제 대국들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때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COP 체제의 개혁 없이는 기후 위기 대응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기후 자금의 투명한 관리와 책임성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또한 화석연료 산업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선언적인 합의나 모호한 약속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COP29를 통해 이러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OP29는 11월 11일(현지시각)부터 12일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홍식 기후환경대사가 대통령 특사로 참석 중이며 11월 13일(현지시각) 정상회의에서 대통령 특사 특별연설을 통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나라의 개도국 기후 위기 대응 지원 강화 의지를 밝히고,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에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한 바 있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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