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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아닌 ‘머시노이드’, 나노가 만든다 건강한 삶, 편리한 삶을 위한 연성 나노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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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패션위크에 등장한 신-인류의 패션.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LG 디스플레이

 

“더 건강하고 편리한 삶을 위해 사람이 컴퓨터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편리하게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의 핵심에는 연성 소자가 있으며, 그 시작은 나노입자 합성이라는 기초과학이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주로 인간(human)의 형태를 한(-oid) 기계를 지칭할 때 쓰이는 단어다. 공장, 도로 등 사람 중심으로 구성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며 기계가 일을 대신할 수 있도록 사람 형태의 기계를 만든다. 그런데, 반대로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기계처럼 작동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머시노이드(Machine-oid)’랄까.

지난 31일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연사로 선 김대형 IBS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인간과 로봇을 통합하여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정보 처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소자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그 시작점은 일상에 불편함을 야기하지 않도록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연성 소재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고품질의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초연구에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건강관리‧치료하는 연성 소재

▲ 연성 소자가 활약할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기기 시작이다. 피부 부착형 디바이스로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넘어 심장에 이식해 진단과 치료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김대형 부연구단장 발표자료

나노물질 기반 연성 소재가 활약할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기기 시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가 심각해지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미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한 시장이 활성화됐다. 하지만 손목에 차는 형태의 스마트워치로 얻을 수 있는 생체 정보는 한정적이다. 최근 심전도(ECG) 측정도 가능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지만 의학적 개입에 사용할 정도로 유익하지는 않다.

김 부연구단장은 “신체에 직접 부착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부착형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한데, 이 기기는 전기적 특성이 있는 연성 나노소자로만 만들 수 있다”며 “우리 연구진은 높은 신축성과 전도성을 띠면서도 인체에 독성이 없는 전도성 고무를 개발해 동물실험 수준에서 기능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한 건 심장 진단‧치료를 위한 연성 소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 해 사망자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가장 많다. 전 세계적으로 식습관이 서구화되는 상황에서 심장질환은 세계의 질병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심장 디바이스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지금까지는 딱딱한 전극을 심장에 이식해 상태를 모니터링해왔다. 하지만 단 하나의 부위에서 박동하는 심장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긴 무리였다. 현재 상용화된 심장 디바이스의 효율은 30%에 불과하다. 만약, 심장에 있는 50여 개의 채널에 접근해 섬세하게 심전도를 읽고, 문제가 발생한 부분에만 전기로 자극하면 정상 심장처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딱딱한 전극을 여러 개 부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심장이 제대로 운동하지 못해 부정맥이 오거나 환자의 숨이 가쁘게 된다.

이에 김대형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고성능의 연성 소재로 심장 전체를 감싸는 소자 개발에 나섰다. 2018년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8.4배까지 늘어나면서 전도성 높은 생체친화적 고무 개발 소식을 발표했다. 이 소자를 이용하면 심장을 그물망처럼 덮을 수 있고, 안정적으로 전기신호를 읽거나 전달할 수 있다.

김 부연구단장은 “현재는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마치고, 돼지 대상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물론 실제 의학적 적용까지는 장치 이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피부에서 장치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선명한 디스플레이도 연성 소자로 만든다

▲ 연성 소자 개발의 최종적인 목표는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제공하여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Chemical Reivew/김대형 부연구단장 발표자료

이와 함께 김 부연구단장팀이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디스플레이 분야다. 휘어지는 것을 넘어 구기고 접고, 늘려도 성능이 유지되는 디스플레이는 곡면이 많은 자동차 실내 장식 등 기기에 활용될 수 있다. 또, 광각을 가진 물고기의 눈, 밤에도 잘 보이는 고양이의 눈 등을 모방한 기능성 카메라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다. 김 부연구단장은 이 같은 디스플레이를 퀀텀닷(양자점)으로 구현한다는 것이 목표다.

김 부연구단장은 “퀀텀닷은 LCD, OLED 등 지금까지 개발된 어떤 디스플레이 소자보다 가장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을 가장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며 “국지적으로 이뤄지는 이러한 기술 개발이 통합되면 인간이 로봇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4-11-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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