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 사이언스파크에서 개최된 홍콩수상자포럼(HKLF)은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쇼상(Shaw Prize)’의 부대 행사다. 매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시기에 수상자를 포함한 세계 석학들과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노벨프라이즈 위크 다이얼로그(Nobel Prize Week Dialogue)’를 표방한 본 행사에는 노벨상, 쇼상 역대 수상자들 외에도 30여 개 국가 200명 이상의 신진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첫 회 홍콩수상자포럼은 홍콩을 세계적인 과학기술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처럼 말 그대로 ‘소문 난 잔치’다웠다. 홍콩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추진하는 ‘Inno HK’의 핵심 분야와 기초과학 분야의 저명한 석학들이 대거 초청되었다. 202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라인하르트 겐첼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2021년 래스커상 기초의학부문 수상자 피터 헤게만 독일 훔볼트대 교수, 2022년 쇼상 수리과학 분야 수상자인 노가 알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 등이 자리해 강연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세계적 석학의 매 강연마다 질문과 토론이 이어지는 뜨거운 현장에서 한국의 신진 연구자를 만났다. 그들에게 이곳은 ‘살아 있는 교과서’라고 했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용진(이하 ‘이’): 이용진입니다.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수학과 2년차 박사 과정에 있습니다.
노지원(이하 ‘노’): 노지원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AR 솔루션 스타트업인 래티널에서 해외사업개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 ‘홍콩수상자포럼’에 참가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서울대학교 국제협력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공고를 보고 지원해 선발됐습니다. 쇼상이 천문학, 생명과학 및 의학, 수리과학 등 3개 분야 연구자에게 시상하는 상이라서 제 전공과 관련된 석학들의 연구 행보를 관심 있게 보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노: 저는 한림원 차세대공학리더를 통해 기회를 얻었습니다. 홍콩수상자포럼이 2019년에 개최 예정으로 참석자를 모집했다가 코로나19로 연기됐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 연구에서 산업계로 옮겨간 사례인 셈입니다.
Q. ‘홍콩수상자포럼’ 기간 어떤 일정에 참여했나요?
이, 박: 우선 석학들의 기조 강연을 듣고, 이후에는 분과별 강연을 선택해서 들었습니다. 현지 대학 캠퍼스와 벤처단지 내 기업 투어에도 참여했고요.
이: 저는 수학 분과 강연을 주로 들었지만, 노벨상과 쇼상을 수상한 라인하르트 교수님의 ‘40년의 여정’ 강연도 참 좋았습니다. 초대질량 블랙홀 관측을 수식으로 설명해주셔서 제가 더 매료됐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 연구 과정을 들으면서 연구자로서의 도전도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박: 저는 일부로 한 개 분과를 정해서 듣지는 않았습니다. 각 분과마다 새로운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거든요. 그리고 스타트업에 있는 저에게 벤처단지 내 기업 투어는 많은 영감을 얻은 듯 합니다.
Q. 본인의 연구 분야와 관련해서 ‘홍콩수상자포럼’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이: 제가 전공하는 수학의 그래프이론의 노가 알론(Noga Alon) 교수님을 비롯해 수학 분야에 매우 저명한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매우 귀중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노가 알론 교수님의 연구논문은 그 자체가 이론이 되기 때문에 전공자인 저로선 매우 가슴 뛰는 경험이었죠. 강연 후에 잠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구자들과의 교류가 참 좋았습니다. 포럼 기간에 틈틈이 세계 각국에서 온 신진 연구자들과 폭넓고 깊은 교류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노: 홍콩 정부가 이 포럼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는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행사가 쇼 상의 위상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혁신 과학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의 일환이라고 보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다녀온 기업들의 인프라와 성과를 보면 정부가 I&T와 생명과학·의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Q. ‘홍콩수상자포럼’이 신진연구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 신진 연구자들에게 이런 학회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보다도 앞으로 공동연구를 할 수도 있는 동료 연구자들을 만나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이런 규모의 포럼이 아니면 학제간 연구, 융합 연구를 위한 연구자풀을 얻기 쉽지 않거든요. 이번 포럼을 통해서 제가 공부하는 미국을 넘어 세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매우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이: 미국에서 박사과정과 포닥까지 한 후 한국에서 제 연구 분야인 그래프이론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에너지가 제게 또 힘이 되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노: 저희 회사가 독자 개발한 핀미러 방식의 AR렌즈 개발 기술이 얼마 전에 상용화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산업 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글로벌 AR 디바이스 동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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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11-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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