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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객원기자
2012-12-12

게임의 러브레터, 게임비평 경험을 비평한다는 점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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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인간의 표현 욕구와 맞물려 있다. 표현방법과 내용 등이 비평의 대상이 되는 까닭이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부분이라면 미디어 매체가 사건사고 등을 기술하거나 묘사하는 것으로 표현을 한다면 게임은 ‘경험 공유’라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어린아이들은 종종 어른들이 이해 못하는 행동을 하면서 혼자 재미있어 한다. 부모에게 설명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을 때면 곧장 엄마의 손을 잡고 자신을 따라하게 한다. 경험 전달을 통해 자신의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셈이다. 게임이 비평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게임비평가 1호인 박상우 씨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게임만이 가진 비평의 특징은 경험에 대한 분석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박상우 씨는 “게임은 텍스트나 서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비평은 다른 매체와 비슷하다”면서도 “게임은 경험을 생산하는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시스템 비평이 이루어진다”고 언급했다. 즉 게임은 단순한 스토리만이 아니라 ‘어떤 경험이 제공되는지, 경험이 이루어지고 나면 다음 플레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도 주요 비평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 “가마스트라(gamasutra)”는 개발자들의 모인 개발 사이트로, 이곳에 개발자들이 포스트모템(post-mortem)을 올린다. ⓒ가마스트라홈페이지

“게임의 비평은 어떻게 보면 게임이 시작되면서부터 존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시작되면 항상 같이 즐길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 공동체가 동시에 형성되는 구조를 갖고 있죠. 또한 경험 제공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게임 참여자들이 ‘이렇다, 저렇다.’라는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바로 이것이 게임비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게임비평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게임 관련 저널이 나오면서였다. 특히 영미권에서는 저널마다 특색 있는 비평 방법론들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객관성 유지를 위해 게임 광고를 넣지 않는 저널도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비평이라기보다는 리뷰 형식이 많다.

매체와 비평할 게임이 부족해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하나는 매체문제이다. 전문적 비평을 할 수 있는 매체 자체가 거의 없다.

“비평의 역할은 러브레터와 같아요. 특정 게임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두근거리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비평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지요. 누구나 비평이 가능하지만 분석을 절절히 얼마만큼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낼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매체 부족으로 인해 이런 의미 있는 비평이 활성화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외국에는 운영자들이 지닌 독특한 비평과 권위가 있는 다양한 매체들이 있다. 그중 '코타쿠(Kotaku)' 웹진은 단순한 리뷰가 아니라 게임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하고 평가되는 매체이다. '가마스트라(gamasutra)'는 개발자들의 모인 개발 사이트이다. 이곳에 개발자들이 포스트모템(post-mortem)을 올린다.

포스트모템이란 작품을 마무리하고 나서 '그 게임에 대한 취지와 만들고 난 후의 결과'를 에필로그처럼 올리는 곳이다. 효과적인 부분은 어떤 것이 있고 잘 표현이 안 된 곳은 어딘지를 스스로 검토해 자기 독백처럼 글을 쓰는 사이트이다. 사후분석과 같다. 물론 여러 사람이 공유하기 때문에 게임에 있어서 의미 있는 글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게임 자체도 문제이다. 게임비평의 대상은 모든 게임이기는 하지만 전부 비평을 하지 않는다. 문학비평가가 로맨스소설이나 인터넷소설을 비평하지 않는 것과 같다. 게임에도 문학이나 영화처럼 비평을 풍요롭게 하는 작품이 있다. 표현욕구가 강한 제작자가 그 게임에 많은 것을 넣어 플레이어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들이 비평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한국에는 이런 게임의 수가 적다는 점이다. 게임이 빨리 산업화되면서 대박신화의 대상이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디게임 등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최근 게임이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있는 도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몇 년 사이 빠르게 인디게임이 활성화되고 게임비평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인식이 게임비평 활성화를 막는 요인

“게임비평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요인은 사회 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게임은 우리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매체라는 의견이 주류이죠. 게임은 뉴스 등을 통해 나온 나쁜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닌데, 부정적 생각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가 봐요.”

▲ 박상우 씨는 우리나라 제1호 게임비평가이다. ⓒ박상우
 ‘브레이드’란 게임은 비평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대표적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시간을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시간을 둘러싼 퍼즐 구조로 되어 있는 이 게임은 플레이를 하다가 잘못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게임을 보면 어떤 사람에게 여자가 납치되어 가는데, 한 남자가 그 여자를 계속 구하러 쫓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면 이 남자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처음에는 맹목적으로 쫓아가다 왜 이 여자를 구하러 가는지를 알게 된다.

마지막 엔딩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구하러 가는 일련의 모습을 처음부터 다시 보여준다. 그리고 이 여자는 이 남자를 피해 도망간 거고 남자는 스토커였다는 반전을 보여준다. 이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게임 내내 도시 저편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에 많은 상징을 담고 있어서이다.

‘아트디텍티브’도 개발자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게임이다. 주인공은 그림 위조범을 잡는 탐정이다. 숨은 그림 찾기처럼 되어 있는데, 두 개의 그림을 비교하면서 위조라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미션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거치면서 플레이어는 많은 명화를 보게 된다. 이 게임은 교육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지만 게임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는 많은 것을 얻게 되고 매료될 수도 있다.

“게임비평 활성화는 정부가 주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 소개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의미가 있는 다양한 게임들을 비평가들이 소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소비자들이 이런 비평을 보고 게임을 하게 되면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게 되고 게임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12-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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