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와 K-팝 대표 싱어송라이터 지드래곤이 한 무대에 섰다. 지난 5일 대전 KAIST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 행사에서는 과학기술이 만들어 갈 ‘신인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 임명식도 함께 진행됐다.
AI 성악가와 조수미의 이중창
KAIST 초빙 석학교수이기도 한 조수미 교수는 이날 인공지능(AI)과 협업한 세 가지의 곡을 관중에게 선보였다. 첫 번째 곡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나오는 ‘울게 하소서’였다. 조 교수가 노래를 시작하자 공연 화면에는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가 노래에 맞춰 표시됐다. AI가 성악가의 노래를 듣고 가사를 추적한 덕분이다.
AI 가사 추적 기술을 개발한 남주한 KAIST 교수는 “성악가를 위한 노래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통상 오페라 등 공연에서는 무대 뒤에서 사람이 직접 노래를 들으며 수동으로 관객에게 가사를 보여주는데, AI 가사 추적 기술을 이용하면 AI가 현재 성악가가 부르는 시점을 정확히 파악해 가사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곡에서는 반주자 대신 AI 피아노 반주를 맡았다. ‘피렌체의 꽃 파는 처녀’를 부르는 조 교수의 목소리에 AI 피아노가 인간 반주자처럼 호흡을 맞췄다. 조 교수가 호흡을 가다듬을 때는 잠시 멈추는 등 성악가의 자유로운 표현에 맞춰 연주했다. 마지막 곡인 ‘꽃의 이중창’은 더욱 특별했다. 조수미 교수의 노래를 학습한 AI 보컬과 조수미 교수가 듀엣 무대를 펼쳤다.
조수미 교수는 “AI는 예술가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창의적 아이디어 실현에 도움을 주는 등 창의력을 억압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예술 창조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우리 인생을 더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에 과학기술이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KAIST에 지드래곤 아바타 만들 연구소 생긴다
한편, 이날 지드래곤은 과학 토크쇼의 패널로 참석했다. 다소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지드래곤과 과학 토크쇼의 만남에는 꽤 접점이 있다. 우선 음악 프로듀서로서 지드래곤이 시도해 온 다양한 파격이 교집합이다. 지드래곤은 최초의 USB 형태의 앨범 발매를 시도했다. 지드래곤은 “당시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의 흐름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대중에게 콘텐츠를 다른 형태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서 도전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7일에는 지드래곤의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과 KAIST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 기관은 KAIST-갤럭시코퍼레이션 엔터테크연구센터를 기계공학과 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엔터테크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술을 통해 콘텐츠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2022년 KAIST 졸업식에서 이광형 KAIST 총장이 대학원생 시절 모습과 목소리를 갖춘 아바타로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당시 아바타 기술 구현을 담당했던 기업이 갤럭시코퍼레이션이다.
KAIST-갤럭시코퍼레이션 엔터테크연구센터는 AI 등 KAIST가 연구 중인 다양한 기술을 예술과 문화콘텐츠에 접목하는 엔터테크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드래곤을 시작으로 다양한 한류 아티스트의 아바타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한다. 새롭게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된 지드래곤은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특강으로 강단에 설 예정이다.
권지용 교수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만큼 가수로서 구현할 수 있는 것도 구현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며 “과학기술을 재밌게 사용하여 아티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팬에게 전달되면서도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융합한 새로운 무대를 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수로서의 내가 매개체가 되어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세계로 더 알려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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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6-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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