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의 최대 규모 메뚜기 떼, 식량 안보 위협하다
2020년 봄, 70년 만에 기록된 최대 규모의 메뚜기 떼가 동아프리카 10개국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2300만 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하며 농작물 피해는 85억 달러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재앙이 성경 구절에나 나오는 규모라고 설명하며 하루에 1억 6000만 킬로그램의 식량을 잃었음을 밝혔다. 이는 80만 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참고로, 사막 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는 매일 최소 자신의 체중만큼 식량을 먹어치운다. 한 마리의 메뚜기는 크지 않지만 (여전히 벼메뚜기의 두 배 크기), 문제는 이들의 개체 수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메뚜기 떼는 수천 년 동안 식량 안보를 위협해 왔다. 사실 메뚜기들은 인류의 역사에서도 꾸준히 중요한 '재앙' 역할을 했던 곤충이다. 출애굽기에서 재현된 것처럼 메뚜기는 이집트에 내려진 10가지 재앙 중 하나였으며(여덟 번째 재앙: 메뚜기 - 출 10:1-20), 농경 지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재해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모든 곡식을 순식간에 파괴해버릴 수 있기에 이 결과로 심각한 기근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인류의 역사 동안 보통 땅의 신에 대한 영적 전쟁과 같이 여겨졌다.
곤충 VR을 활용한 군집 행동의 새로운 모델
최근 과학(Science)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는 개별 메뚜기가 고립된 동물로서의 행동에서 집단적 움직임을 가진 거대한 떼로 전환하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가상현실 플랫폼을 이용하여 떼 지어 몰려다니는 메뚜기의 집단행동을 밝혀냈는데, 해당 연구는 농경지와 식량 공급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최소 지구상의 사람 10명 중 1명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이다.
서칸 사인(Sercan Sayin)은 메뚜기를 위한 가상현실(VR) 무대 세트를 사용하여 이 모델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사인은 메뚜기를 화면에 파노라마 뷰가 둘러싸인 공에서 걷게 했는데, 메뚜기가 떼에 있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 3D로 세계를 재구성했다.
참고로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개별 메뚜기가 어떻게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면 이러한 현상의 발생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006년, 쿠진은 메뚜기가 떼를 지을 때 어떻게 함께 일렬로 행진하는지 설명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이 모델이 입자 물리학에서 비롯되었으며, 개체들이 무작위로 서로 부딪히다가 높은 밀도의 개체가 있으면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새롭게 공개된 연구에서는 2006년의 연구 결과였던 메뚜기가 떼를 형성하는 데 동물들의 밀도가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복제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물리적인 신호가 아닌 시각적 신호가 군집 행동을 유발한다
반면, 2020년 케냐에서 진행된 현장 실험은 특정 시각적 신호가 떼를 지을 때 메뚜기가 집단적 움직임으로 행동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쿠진은 이 실험에 대해서 이전에는 개체들끼리 서로 부딪히는 것이 결국 떼를 일으키고 집단행동을 만든다고 생각했던 반면, 이들의 실험은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한다. 즉, 군집 행동은 주변에 얼마나 많은 메뚜기가 있는지가 아니라 주변의 감각 정보 유형에 의해 촉발된다는 것이다.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의 신경생물학자 얀 아체(Jan Ache)는 해당 연구가 메뚜기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떼의 수학적 모델의 확장 형태인 듯 보인다고 설명한다. 메뚜기가 집단적 움직임을 갖기 위해서는 매우 기본적인 형태의 인지 처리가 필요한데, 곤충이 주변 다른 메뚜기의 위치로 위치를 옮긴 후 다른 메뚜기를 연속해서 따라가는 형태이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은 개별 메뚜기들에게서 발생하지만 메뚜기 군중이 모인다면 이의 규모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 아체는 메뚜기가 '고립' 아니면 '군집'이라는 두 가지 다른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다고 주장한다. 보통은 홀로 지내는 메뚜기들은 불과 몇 시간 후에 매우 큰 군집을 형성할 수 있다. 아체는 그들이 군집을 이루기 전후에, 이들의 뇌는 두 가지 다른 상태에 있다고 설명한다. 즉, 각 상태에서 동일한 뉴런이 매우 다른 행동을 유발하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이 발견은 신경 시스템에서의 의사결정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본 수준에서는 뇌의 뉴런 그룹 간에 경쟁이 있지만, 뇌는 순식간에 자신들의 움직임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뇌에 갈등이 있을 때, 신경 경로는 하나의 경로가 다른 경로를 '이길' 때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경쟁한다. 이들의 실험에서, 앞에 있는 다른 메뚜기의 시각적 신호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유기체를 같은 방향으로 끌게 하는 목표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쿠진은 이러한 행동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의견을 채택하고 다른 의견을 무시하는 인간의 의견 개진 행동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결과는 이전까지 메뚜기 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예측하기 위해서 잘못된 모델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집단 움직임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떼가 어떻게, 어디로 움직이는지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예를 들면 물고기들이 어떻게 무리로 움직이는지, 새들이 어떻게 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잠재적으로 포유류가 어떻게 무리로 움직이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쿠진은 이러한 발견이 인간 군중에서도 고려될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이러한 연구들은 군중 압사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연구진은 그들의 연구를 자율 주행 차량에서 집단적 움직임을 만드는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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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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