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쓰듯이 펑펑” 물을 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물을 쓰면 안 될 뿐만 아니라 또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가 지난해 말에 공개한 ‘수자원 위험 지도’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거주하는 25개 국가가 물 부족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는 1960년대 이후 세계의 물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현재 물 수요량이 가용 수자원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30억 명이 추가로 물 부족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심각해지는 물 부족, 지하 담수마저도 고갈 위기
매년 물 부족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UN의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의 물 사용량은 지난 40년 동안 연간 1%씩 증가했다. 인구 증가와 사회·경제적 발전, 무분별한 물 소비 패턴 등이 원인이었지만, 최근 30년 사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전 세계의 호수와 저수지의 수위를 심각한 수준으로 낮추어 놓았다. 여기에 더해,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지하 담수량이 매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환경과학 연구팀은 지하 담수의 급격한 감소 현상에 대한 관찰과 고갈된 대수층의 복구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지난달 네이처(Nature)에 게재했다.
대수층은 ‘지하 저수지’로도 불린다.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물을 충분히 함유할 수 있고, 다공성 매질을 통해 물이 자연정화되고 이동할 수 있어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려진 바로는 지구 대수층에 저장된 담수로 20억 명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수층에 저장된 지하 담수가 고갈 위기라는 것이다.
사실 지하 담수의 고갈 위기가 관찰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대형 호수와 저수지에서 매년 19~24Gt이 사라졌다. 또, 2018년에 NASA 연구진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 4Gt의 담수가 사라졌다. NASA의 그레이스 위성이 수집한 14년간의 데이터를 정량화한 결과 특히 건조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손실이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강우량이 줄면서 농업용으로 담수를 끌어다 쓰면서 “수문학 측면에서 보면 매우 위협적이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담수 고갈에 희망은 없는가?
이번에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대수층의 담수 고갈을 경고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취수량의 약 75%를 차지하는 1693개 대수층 수위를 모니터링한 결과 대수층의 3분의 1에서 담수 고갈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12%에서는 연간 0.5미터 이상 수위가 낮아지고 있으며, 36%는 매년 10분의 1미터씩 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칠레 중부, 이란, 미국 서부 등 건조한 지역에서 가장 빠른 감소 현상이 감지됐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결과들을 보면 담수 고갈과 그로 인해 닥쳐올 물 부족 위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희망의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40여 개 국가의 약 170,000여 개의 담수 저장층에 대해 시계열을 분석했는데, 일부 스팟에서 담수 고갈과 회복이 반복되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대수층에서 담수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중 약 20%에 달하는 스팟에서는 감소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6%의 대수층에서는 담수 수위가 감소에서 증가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태국 방콕 분지의 대수층에서 발생한 담수 손실 현상이 21세기에 들어 역전됐다. 이란의 압바스 에샤르기 분지 서부 지역에 있는 스팟에서도 수위가 복구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담수 고갈의 미래’ 사람의 손에 달렸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수자원 관리’로 보았다.
태국은 지하수 이용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제를 통해 무분별한 양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란은 카르케(Kharkeh) 댐에서 방류되는 물의 방향을 바꾸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수위가 높아지는 평균 속도가(0.2m year−1)가 감소 속도−0.05m year−1)의 4배 이상으로 빨랐다. 즉, 고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물이 없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지난해 개최된 ‘UN 워터 컨퍼런스’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UN은 1977년 이후 46년 만에 컨퍼런스 주요 의제로 물을 재선정했고, 인류의 가장 소중한 ‘글로벌 공통의 선(humanity’s most precious global common good)’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물 행동 의제’를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역시 물이 강력한 경제의 원동력이자 문화유산의 일부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물 부족이 글로벌 의제로 떠오르면서 그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의 6번째 목표에 덧붙여 세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전의 담수 고갈 연구가 ‘감소’를 강조했다면, 이번 연구는 감소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담수층의 스팟을 식별하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감소 추세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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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4-0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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