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인 덴트라이트를 자가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칼륨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미국 과학자들이 발표했다.
그동안 전기자동차와 전기 저장장치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돼 왔다. 하지만 리튬은 값이 비싸고 환경적인 문제도 뒤따른다. 이에 대체 배터리 개발에 많은 과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 들어서는 칼륨 금속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칼륨은 싸고 풍부할 뿐만 아니라 작업하기 쉽다. 때문에 칼륨으로 배터리를 만들면 원료비용이 줄고 제조 비용이 낮아진다. 특히 완전한 칼륨금속 양극을 사용한 칼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제공하는 것과 동등한 에너지 밀도로 제작할 수 있다.
리튬 대신 값싼 칼륨 사용
문제는 리튬 배터리에도 존재했던 ‘덴드라이트(dendrite, 수상돌기)’가 칼륨 배터리에도 생긴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터리가 충전되고 방전되면서 리튬 배터리나 칼륨 배터리 모두 금속 조각들이 양극에 달라붙게 된다. 마치 나무 잔가지 같은 덴드라이트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고르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 덴드라이트가 많아지면서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절연막을 뚫고 들어갈 만큼 길어지게 되고, 이후에는 배터리가 단락(합선) 된다. 이 같은 부작용은 열을 축적시키면서 때때로 화재를 야기하고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
미국 뉴욕 주 렌셀러 공대(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 니킬 코라트카르(Nikhil Koratkar) 교수 연구팀은 밤새 배터리를 충전할 때 양극의 덴드라이트를 청소할 수 있는 자가 치유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자가 치유 기술은 덴드라이트가 문제를 일으킬 만큼 많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값싸고 수명이 긴 칼륨 금속 배터리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한 쪽 끝에는 음극과 다른 쪽 끝에는 양극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안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리튬코발트산화물로 만든 음극과 흑연으로 만들어진 양극을 발견할 수 있다. 충전과 방전 중에 리튬이온이 이 두 전극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만약 연구원들이 단순히 리튬 코발트 산화물을 칼륨 코발트 산화물로 대체했다면 성능은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칼륨은 더 크고 무거운 원소여서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신 렌셀러 대학 연구팀은 흑연 양극도 칼륨 금속으로 대체함으로써 칼륨의 성능을 높였다.
렌셀러 공대의 기계, 항공우주, 원자력 공학 교수이며 논문 주저자인 니킬 코라트카르 교수는 "성능 면에서 이것은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에 필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에서 렌셀러 대학 박사과정 학생인 프라텍 훈덱카르(Prateek Hundeckar)와 화학 및 생체분자 춘솅 왕(Chunsheng Wang) 교수 등은 비교적 높은 속도로 충전 및 방전을 하도록 배터리를 작동시키게 했다.
이 방식은 매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빠른 속도로 충전과 방전을 되풀이하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알려진 습관이기 때문이다.
높은 열 이용, 덴드라이트 녹여
그러나 연구팀은 잘 통제된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충전과 방전을 되풀이해서 열을 올리고 그 열을 정밀하게 조절해서 활용했다. 즉 연구팀은 칼륨이 녹지 않을 정도로 열을 끌어올렸다. 그 높은 열이 골치 덩어리인 덴드라이트 더미의 표면을 부드럽게 녹여줬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코라트카르 교수는 자기 치유 과정을 폭풍이 끝난 후 눈 더미에 일어나는 일과 비교했다. 눈사태가 일어난 후, 바람이 불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면 눈 더미가 날리고 일부는 태양에 녹으면서 결국 평평해진다.
비슷한 방법으로, 배터리 내부의 온도 상승은 칼륨 금속을 녹이지 않지만, 표면 확산을 활성화시켜 칼륨 원자가 그들이 만든 덴드라이트 더미를 옆으로 치우도록 한다.

코라트카르 교수는 "이런 접근 방식으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마다 덴드라이트가 자가 치유되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코라트카르 연구팀은 이전에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진 리튬 금속 배터리를 선보였지만, 너무 많은 열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칼륨으로 대체함으로써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셈이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20-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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