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천리안 발사 등으로 항공우주과학이 전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항공우주과학에 대한 이해를 돕고, 관심을 고취시키고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발행중인 웹진 카리스쿨의 콘텐츠를 주 1회 제공한다.
“악, 살려 주세요~.”
간호사가 들고 있는 주사바늘을 보면 살려 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뾰족하게 생긴 바늘도 무섭고, 바늘이 살갗을 찌를 때의 따끔함도 유쾌하지는 않으니까요. 주사를 맞을 때마다 공포를 느끼다 보니 이제 주사 맞는 장면만 봐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바늘도 없고 아프지도 않은 주사를 만들 수는 없을 걸까요?
과학자들은 주사바늘 없이 몸속에 약을 전달할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2007년 9월에는 미국의 HP라는 회사가 눈에 보이지 않게 작은 주사바늘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인 바늘을 여럿 박아서 만든 작은 조각(패치)을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되도록 한 거죠. 또 피부에 발라서 약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중에는 로켓이 발사되는 원리에서 힌트를 얻은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여재익 교수팀이 만든 ‘안 아픈 주사’입니다. 주사기 안에 레이저를 쏘아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고 이때 생긴 힘으로 약물을 몸으로 전달하는 게 기본 원리입니다.
주사기는 중간에 고무막이 있고 위쪽엔 물이, 아래엔 액체 약물이 들어 있습니다. 이 주사기를 레이저가 나오는 렌즈 앞에 끼우면 레이저를 쏠 수 있습니다. 위쪽에 있는 물에 레이저를 쏘면 이 안에서 거품이 생겼다가 터집니다. 이때 순식간에 압력이 커지는데요. 이 힘이 대기압보다 1만 배 정도 큽니다. 이것으로 고무막을 밀게 되면 약물도 바깥쪽으로 튀어나가 피부 속으로 들어가게 되겠죠.
그런데 이 주사기가 왜 아프지 않다는 걸까요? 피부 속으로 약물이 들어가는 건 똑같을 텐데 말이에요. 비밀은 주사기에서 약물이 나오는 구멍, 즉 노즐에 있습니다. 우리가 따끔한 아픔을 느끼는 건 피부 아래에 그물처럼 촘촘히 깔린 신경망 때문인데요. 아주 작은 구멍(노즐)을 통해 나가는 약물 줄기는 이 신경망을 건드릴 확률이 낮습니다. 혹시 신경을 건드린다고 해도 약물 줄기가 1초에 100~200m 정도를 갈 정도로 빨라 아픔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신경망 사이로 지나갈 정도의 작은 노즐을 통해 초속 100-200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약물을 뿜어낼 수만 있다면 주사를 맞을 때 아프지 않아서 좋기는 하겠는데, 그러자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스톤 주사기로는 도저히 그런 큰 힘을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는데요, 순간적으로 그런 큰 힘을 만들어내자면 로켓 엔진에서처럼 주사기 속에서 폭발이라도 일으켜야 할 정도였던 거죠. 말도 안 된다고요? 하지만 여재익 교수팀은 바로 이 점에 착안했고, 그 결과 ‘안 아픈 주사’가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로켓엔진은 크게 연소실과 노즐로 이뤄져 있습니다. 연소실에서 뜨겁고 압력이 높은 가스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노즐을 통해 빠져나가게 되는 거죠. 노즐은 가스가 매우 빠른 속도로 나가게 하는 것뿐 아니라 가스가 한 방향으로 질서정연하게 나가도록 만듭니다. 덕분에 로켓은 지구 대기를 뚫고 나갈 정도로 강한 힘을 얻게 됩니다.
‘안 아픈 주사기’에서는 물이 들어 있는 부분이 로켓의 연소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이 들어 있는 부분에 레이저를 쏠 때 생기는 폭발력이 연소실에서 생기는 뜨겁고 압력이 높은 가스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물의 폭발 때문에 밀려난 약물은 노즐을 통해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 피부를 뚫고 들어갑니다. 노즐은 로켓에서처럼 약물을 아주 빠른 속도로, 한 방향을 향해 나가도록 만듭니다.
여 교수는 원래 로켓이나 화약의 ‘비정상 연소’를 연구했습니다. 연료나 폭발물은 갑자기 터지거나 비정상적으로 타서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뜨겁고 압력이 높은 상태가 되는 것을 비정상 연소라고 합니다.
비정상 연소가 일어나면 로켓이 예정됐던 궤도로 가지 못하기도 하고, 갑자기 폭탄이 터져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정상 연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이 현상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 교수는 반대로 이 현상을 이용했고, 그 결과 ‘안 아픈 주사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로켓처럼 강한 힘으로 약물을 밀어내면 아프지 않게 주사 맞을 수 있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해 물속에서 폭발을 만들어내고, 로켓 노즐처럼 생긴 작은 구멍으로 약물을 전달하게 한 간단한 원리죠. 하지만 여 교수가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비정상 연소 등을 연구하지 않았다면 이런 ‘안 아픈 주사기’는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은 재미나고 독특한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미 있는 기술도 새롭게 응용하는 자세. ‘안 아픈 주사기’에서 배울 점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간호사가 들고 있는 주사바늘을 보면 살려 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뾰족하게 생긴 바늘도 무섭고, 바늘이 살갗을 찌를 때의 따끔함도 유쾌하지는 않으니까요. 주사를 맞을 때마다 공포를 느끼다 보니 이제 주사 맞는 장면만 봐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바늘도 없고 아프지도 않은 주사를 만들 수는 없을 걸까요?
과학자들은 주사바늘 없이 몸속에 약을 전달할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2007년 9월에는 미국의 HP라는 회사가 눈에 보이지 않게 작은 주사바늘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인 바늘을 여럿 박아서 만든 작은 조각(패치)을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되도록 한 거죠. 또 피부에 발라서 약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중에는 로켓이 발사되는 원리에서 힌트를 얻은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여재익 교수팀이 만든 ‘안 아픈 주사’입니다. 주사기 안에 레이저를 쏘아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고 이때 생긴 힘으로 약물을 몸으로 전달하는 게 기본 원리입니다.
주사기는 중간에 고무막이 있고 위쪽엔 물이, 아래엔 액체 약물이 들어 있습니다. 이 주사기를 레이저가 나오는 렌즈 앞에 끼우면 레이저를 쏠 수 있습니다. 위쪽에 있는 물에 레이저를 쏘면 이 안에서 거품이 생겼다가 터집니다. 이때 순식간에 압력이 커지는데요. 이 힘이 대기압보다 1만 배 정도 큽니다. 이것으로 고무막을 밀게 되면 약물도 바깥쪽으로 튀어나가 피부 속으로 들어가게 되겠죠.
그런데 이 주사기가 왜 아프지 않다는 걸까요? 피부 속으로 약물이 들어가는 건 똑같을 텐데 말이에요. 비밀은 주사기에서 약물이 나오는 구멍, 즉 노즐에 있습니다. 우리가 따끔한 아픔을 느끼는 건 피부 아래에 그물처럼 촘촘히 깔린 신경망 때문인데요. 아주 작은 구멍(노즐)을 통해 나가는 약물 줄기는 이 신경망을 건드릴 확률이 낮습니다. 혹시 신경을 건드린다고 해도 약물 줄기가 1초에 100~200m 정도를 갈 정도로 빨라 아픔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
신경망 사이로 지나갈 정도의 작은 노즐을 통해 초속 100-200미터라는 엄청난 속도로 약물을 뿜어낼 수만 있다면 주사를 맞을 때 아프지 않아서 좋기는 하겠는데, 그러자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스톤 주사기로는 도저히 그런 큰 힘을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는데요, 순간적으로 그런 큰 힘을 만들어내자면 로켓 엔진에서처럼 주사기 속에서 폭발이라도 일으켜야 할 정도였던 거죠. 말도 안 된다고요? 하지만 여재익 교수팀은 바로 이 점에 착안했고, 그 결과 ‘안 아픈 주사’가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로켓엔진은 크게 연소실과 노즐로 이뤄져 있습니다. 연소실에서 뜨겁고 압력이 높은 가스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노즐을 통해 빠져나가게 되는 거죠. 노즐은 가스가 매우 빠른 속도로 나가게 하는 것뿐 아니라 가스가 한 방향으로 질서정연하게 나가도록 만듭니다. 덕분에 로켓은 지구 대기를 뚫고 나갈 정도로 강한 힘을 얻게 됩니다.
‘안 아픈 주사기’에서는 물이 들어 있는 부분이 로켓의 연소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이 들어 있는 부분에 레이저를 쏠 때 생기는 폭발력이 연소실에서 생기는 뜨겁고 압력이 높은 가스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물의 폭발 때문에 밀려난 약물은 노즐을 통해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 피부를 뚫고 들어갑니다. 노즐은 로켓에서처럼 약물을 아주 빠른 속도로, 한 방향을 향해 나가도록 만듭니다.
여 교수는 원래 로켓이나 화약의 ‘비정상 연소’를 연구했습니다. 연료나 폭발물은 갑자기 터지거나 비정상적으로 타서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뜨겁고 압력이 높은 상태가 되는 것을 비정상 연소라고 합니다.
비정상 연소가 일어나면 로켓이 예정됐던 궤도로 가지 못하기도 하고, 갑자기 폭탄이 터져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정상 연소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이 현상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여 교수는 반대로 이 현상을 이용했고, 그 결과 ‘안 아픈 주사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로켓처럼 강한 힘으로 약물을 밀어내면 아프지 않게 주사 맞을 수 있습니다. 레이저를 이용해 물속에서 폭발을 만들어내고, 로켓 노즐처럼 생긴 작은 구멍으로 약물을 전달하게 한 간단한 원리죠. 하지만 여 교수가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비정상 연소 등을 연구하지 않았다면 이런 ‘안 아픈 주사기’는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연구하지 않은 재미나고 독특한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미 있는 기술도 새롭게 응용하는 자세. ‘안 아픈 주사기’에서 배울 점은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 이재웅 과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1-08-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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