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급 SF 영화처럼 우주에 관해 멋진 상상력을 키워주는 행사인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의 두 번째 강연이 지난 10일 온라인상에서 개최됐다. ‘스페이스 오페라’란 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영화나 소설 같은 콘텐츠를 가리키는 용어로써, 대표적으로는 ‘스타워즈’나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작품을 꼽을 수 있다.

과학 대중화를 목표로 설립된 카오스 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태양계를 시작으로 별과 은하, 그리고 외계 생명체까지 우주와 관련된 모든 주제를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태양계 행성은 무거운 물질부터 태양 가까이에서 생성
‘태양계의 기원과 탐사’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의 발제를 맡은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소행성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하면서 “소행성이 태양계 초기의 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만큼, 작고 소중한 태양계의 타임캡슐”이라고 소개했다.
소행성이 태양계의 타임캡슐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행성인 수성과 금성, 그리고 지구와 화성 등은 모두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에 목성을 비롯하여 나머지 행성들은 암석 외에도 가스와 먼지 등으로 구성된 행성들이 있다. 수성에서부터 화성까지 암석으로 구성된 행성은 태양계 탄생 시 무거운 암석이 멀리 가지 못해서 태양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생성되었고, 가스와 먼지 등이 더해진 행성들은 먼 곳에 생성된 것이다.

행성 외에도 심 박사는 지구의 위성인 달의 생성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심 박사는 달 탐사 전문가다. 세계적 과학 저널인 ‘네이처’가 2년 전에 아폴로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달 탐사를 좌우할 세계 젊은 과학자 5인’에 그녀를 포함한 바 있다.
심 박사가 처음부터 달을 연구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는 목성과 토성의 대기를 연구한 행성 환경 분야를 공부했지만, 지난 2014년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 우주선 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달의 생성과 환경을 연구하는 임무에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달 탐사는 강대국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국력이 발전하면서 드디어 내년인 2022년 8월에 ‘한국형 시험용 달 궤도선(KPLO)’이 발사될 예정이다. 달 궤도선은 달 주위를 돌면서 지형관측과 착륙선 착륙 지점 정보 수집, 그리고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실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이 밝힌 KPLO 운항 계획을 살펴보면 목표 궤도에 도착한 뒤 약 1년간 달의 궤도를 돌면서 다양한 과학 임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임무로는 KPLO의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고, 달 표면의 편광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며, 자기장 측정기를 이용하여 달의 생성 비밀을 찾는 미션이 포함되어 있다.
올드 스페이스에서 뉴 스페이스로
‘태양계 탐사, 다시 새롭게’라는 부제를 달고 이어진 2부 세션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우주 탐사의 변화상과 미래상을 조망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심 박사는 “과거에는 달이나 행성을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국가별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우주 탐사를 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라고 전하면서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드 스페이스’란 정부가 우주탐사를 주도하는 방식으로서,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이 추진하던 우주 탐사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반면에 뉴 스페이스의 모델은 최근 들어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이 추진하는 우주 탐사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심 박사는 “인공위성이나 달의 경우는 민간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과 기술로 탐사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새로운 행성을 탐사하거나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 임무는 아직은 국가만이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소개하며 “대표적으로는 최근의 화성 탐사 로봇인 퍼서비어런스의 활동이나 토성의 달인 타이탄에서 생명체를 찾는 작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화성을 탐사하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경제성은 부족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임무다. 따라서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심 박사의 설명이다.
심 박사는 “화성 표면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퍼서비어런스가 다음 순서로 오는 탐사 로봇에게 채취한 시료를 넘겨주어 그 로봇이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젝트나 목성과 토성의 위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프로젝트는 국가만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지구를 가장 닮은 천체다. 따라서 NASA는 드론과 비슷한 탐사선인 드래곤플라이(dragonfly)를 보내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NASA의 발표에 따르면 타이탄 탐사선인 드래곤플라이는 오는 2027년 발사되어 2036년에 타이탄에 도착하며, 약 2.7년에 걸쳐 탐사 임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심 박사는 “앞으로 15년 뒤인 2036년경이 되면 드래곤플라이가 타이탄의 하늘을 날며 생명체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그때쯤에 시청자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한데, 우리 모두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힘을 합쳐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분야를 응원해 주기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1-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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