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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병희 객원기자
2021-02-23

“지구 미생물, 화성 같은 악조건서 일시 생존 가능” 우주여행에서 미생물 위험 줄이고, 활용 방안 모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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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 항공우주센터 과학자들은 지구에 서식하는 일부 미생물들이 일시적으로 화성 표면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이들 연구팀은 화성의 핵심 환경조건들을 매우 근접하게 구현할 수 있는 지구의 성층권으로 미생물들을 쏘아 올려, 이 미생물들이 화성 환경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

과학 저널 ‘미생물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icrobiology)’ 22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우주 임무에서 겪을 수 있는 미생물의 위협을 이해하고, 우주인들이 미생물을 이용해 지구로부터의 자원 독립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한 방법을 제시해 준다는 평가다.

지구의 중간 성층권(고도 38km)에 띄워 올려진 마스박스(MARSBOx). 셔터를 열어 놓아 위층의 미생물 표본들은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도록 했다. © NASA

논문 공동 제1저자인 독일 항공우주센터 마르타 필리파 코르테상(Marta Filipa Cortesão) 박사과정생은 “이번 연구에서는 과학 풍선을 사용해 실험 장비를 지구 성층권까지 올려 보내 화성과 같은 조건에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노출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코르테상 연구원은 “실험 결과, 일부 미생물 특히 검은 곰팡이 균(black mold fungus) 포자는 매우 높은 자외선에 노출됐는데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생물 히치하이커

지구 미생물이 우주여행을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미래 우주 임무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한 예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다 무언가 작은 생명체를 발견했을 때 그것이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떠나온 미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대기층 분포를 나타낸 그림. 이번 연구에서는 중간 성층권에 연구 대상 미생물 상자를 띄워 올렸다. © WikiCommons / Kelvinsong

논문 공동 제1저자 중 한 사람인 독일 항공우주센터 카타리나 짐스(Katharina Siems) 연구원은 “인간 관련 미생물 일부는 우주비행사에게 건강 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화성에서의 장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런 미생물들이 화성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짐스 연구원은 “반대로 일부 미생물은 우주 탐사 임무에 매우 유용할 수도 있다”며, “지구로부터 식량이나 재료를 공급받지 않고도 이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이는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우주를 탐사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화성 환경을 재현한 상자로 시험

지구상에서 화성 표면과 흡사한 조건을 가진 곳을 찾거나, 화성 표면을 쉽게 복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구의 중간 성층권 오존층 위의 조건은 화성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표본 운반 장치에 놓이기 전, 건조된 검은 곰팡이(Aspergillus niger)가 담겨 있는 석영 디스크 모습. © German Aerospace Center (DLR)

코르테상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는 마스박스(MARSBOx; Microbes in Atmosphere for Radiation, Survival and Biological Outcomes experiment)에 미생물들을 넣어서 성층권으로 발사했다”고 말하고, “마스박스는 화성과 같은 대기압을 지니고 임무 기간 동안 인공적인 화성 대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자는 두 개의 표본 층이 있고, 하단 층은 방사선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비행 중의 건조 상태나 대기 및 기온 변동과 같은 다른 조건들로부터 방사선의 영향을 분리시켰다.

반면 위층은 피부에 일광 화상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보다 1000배 이상 높은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짐스 연구원은 “연구 결과 모든 미생물이 이 실험 여행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발견된 검은 곰팡이(Aspergillus niger)는 귀환 후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며, 지속적인 후속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우주항공센터(DLR)에서 표본을 준비해 밀봉한 박스(trex-box) 모습. 위층에 건조한 미생물 표본이 담긴 석영 디스크가 위치해 있다. © German Aerospace Center (DLR)

병원성 주의하고, 유익하게 활용해야

러시아 유인우주정거장인 미르(Mir)에서는 1990년대 90종의 미생물이 발견됐고, 2001년 해체될 무렵에는 140개로 늘어났었다. 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2018년에 다섯 종의 엔테로박터 균주가 발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우주여행에서 우주인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미생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 생활 속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검은 곰팡이(Aspergillus niger)는 질병을 일으킬 위험성도 있으나, 산업적으로 식용 가능한 구연산이나 글루콘산을 생산하고, 발효시켜서 효소를 생산할 수도 있어 우주 임무에서의 유용한 활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짐스 연구원은 “미생물은 우리 몸이나 음식, 환경 등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우주여행에서 이 미생물들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성층권에 마스박스를 띄워 화성 환경을 연구하는 것과 같은 일은 우주여행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이 지식을 우주 임무에 활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1-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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