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항공·우주
심재율 객원기자
2017-05-04

빅뱅 이전에 무(無)가 있었을까? 과학서평 / 우주, 시간, 그 너머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우주를 이야기하는 것은 재미도 있지만, 머리가 아프다. 은하계에 별이 1000억개가 있대. 그런데 그런 은하계가 1000억 개인지, 1조 개인지 2조 개가 있대.

와! 별 참 많다. 그렇게 별의 숫자가 많다고 천문학자들이 주장하니 우리는 곰곰 따져 본다. 별의 숫자가 저렇게 많으니 현재 지구 인구 70억 명에게 별 몇 개씩 나눠 줘도 엄청나게 남겠네. 그 정도가 아니지. 지금까지 지구상에 태어났다가 사망한 모든 사람에게 나눠줘도 남겠네.

사람이 원자가 되어 우주여행을 떠난다면

그러면서 별 하나 나 하나.. 이런 싯귀를 떠올려본다.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반지름이 138억 광년인 공 모양이다. 1광년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은 안 되지만, 그래도 빛이 1년 동안 달린 거리 정도로 설명이 된다.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값18,000원 ⓒ ScienceTimes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값18,000원

우주에 대해 이런 이야기만 있으면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된다. 대략 이런 정도만 알고 지내면 안될까 싶지만, 사람의 호기심과 새로운 것을 알려는 욕구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러나 우주에 대한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의 주장은 얼마나 복잡하고 머리를 아프게 하는가?

‘우주, 시간, 그 너머’ (THE UNIVERSE IN YOUR MIND)는 제목이 암시하듯, 매우 어려운 주제를 다룬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국립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박사를 딴 크리스토프 갈파르(CHRISTOPHE GALFARD)는 이 어려운 주제를 대담한 상상력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부제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에서 보듯이 내가 원자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태양이 언젠가는 다 타버리고 없어진대’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태양이 소멸되려면 과학자들은 50억년이 걸린다고 추정한다. 갈파르는 50억년이 지난 다음, ‘내’가 다른 별에서 태양과 지구가 폭발하면서 없어지는 장면을 목도하는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태양이 결국 사라진대’라는 과학적인 관찰에 두려움을 느끼다가도 ‘50억년이면 내 자식이나 손자나 증손자의 증손자의 증손자까지 확장해도 아무 걱정이 없군’이라는 우스운 생각을 불러 올 수 있다.

과학은 점점 깊어지고, 사람들의 이해수준을 점점 더 끌어올리려는 다양한 시도가운데 저자가 생각한 설명방법은 그래도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과학자 입장에서 우주와 시간과 그 이상의 다양한 과학세계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다시말해 독자의 입장에서 묘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절대 불변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1971년 원자시계를 두고 한 실험을 책에 소개했다. 이 실험도 저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1971년에 와 있다.” 우리가 지금 45년전에 가 있을 리가 없지않은가? 어쨌든 그 해에 헤이펠리와 키팅이 그때까지 만든 가장 정확한 원자시계 3대를 가지고 한 실험을 소개한다. 한 대는 공항에, 한 대는 서쪽으로 가는 비행기에, 마지막 한 대는 동쪽으로 가는 비행기에 실었다.

세 원자시계의 시간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두 비행기가 출발한 공항으로 돌아온 뒤, 세 원자시계의 시간은 일치하지 않았다. 동쪽으로 간 시계는 공항에 남아있던 시계에 비해 10억분의 59초만큼 느려져 있었고, 서쪽으로 간 비행기의 시계는 10억분의 273초 만큼 빨라져있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세 시계의 상대속도가 지극히 작지만 측정가능한 시간지체효과를 일으켰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비행기가 날아간 높이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달리 나타난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합격해 고등수학과 이론물리학을 공부할 수 있게됐을 때 저자는 ‘끝내준다! 진짜 세상에 대해 심오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심오한 생각은 광대한 우주와 극미의 세계인 입자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는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에서 시작했다. 빅뱅과 함께 지금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이 탄생했다고 물리학자들은 믿는다. 그렇다면, 빅뱅 이전은? 당연히 인간의 호기심은 그것으로 향할 것이다. 빅뱅이전, 시간과 공간이 없었던 그 시절에 어떤 세계가 있었을까?

저자는 시간을 거스르는 로봇을 타고 빅뱅이전 시대의 흥미진진한 여행을 떠난다. 물론 이같은 여행은 상상이지만, 이 상상여행에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과 대답은 매우 과학적이다.

스티븐 호킹은 빅뱅 이전을 설명하기 위해 시간개념을 조작이 더 쉬운 개념인 ‘가상 시간’으로 바꿨다. 가상시간을 이용해서 호킹은 우리 우주에게 가능한 모든 과거들, 우주안에서는 볼 수 없는 모든 과거 역사를 생각했다.

호킹은 빅뱅너머를 보기 위해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 대학의 제임스 하틀과 함께 공식을 하나 작성했다. 저자가 설명하기에 이 ‘하틀-호킹 우주파동함수’는 인류가 이해하는 우주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호킹과 하틀은 지금 우리 우주로 이어지는 과거의 모든 우주들이 유한한 가상 시간 이전에 무(無)에서 나타났음이 분명하다고 가정했다. 두 사람은 이런 속성을 지닌 모든 우주를 생각하고 찾아보았는데, 그런 우주들이 아주 많았다.

다중우주의 기본 개념이면서 끈이론과도 연결되는 개념이다. 시간여행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끈 배경일지도 모른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5-04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