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H5N1 공포
현재 미국에서는 H5N1 조류독감 확산으로 인한 비상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감염된 가축과 조류와 접촉한 농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60명 이상의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전국의 모든 주에서 1억 2,3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와 865개의 낙농 사육장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첫 번째 '중증' H5N1 감염 사례가 발생하여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고 끝내 사망했음을 확인하며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거의 모든 인체 감염 사례는 살아있거나 죽은 동물과의 접촉으로 인한 것이며, 아직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과학계에서는 잠재적인 사람 간 전파 가능성에 대비하여 새로운 백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백신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독감 백신 개발 방식 역시 H5N1 조류독감 대응에 희망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매년 접종하는 계절성 독감 백신의 효과 역시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독감 백신의 한계를 극복하다 - 유전적 면역 편향성의 발견
사이언스(Science) 저널에 12월 19일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연간 독감 백신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현재 계절성 독감 백신의 효과는 40-66%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사람들의 면역 체계가 특정 독감 바이러스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면역학자 마크 데이비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면역 편향성이 유전자를 통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쌍둥이와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초기 분석에서,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는 사람들 중 약 75%가 특정 독감 바이러스 균주에 대해 편향된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발견을 바탕으로 면역 체계의 '편향성'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서로 다른 독감 균주의 주요 분자들을 하나의 화합물로 결합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면역 체계가 선호하는 분자를 인식하면, 다른 '보조' 면역 세포들을 동원하여 결합된 모든 균주에 대한 방어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실험실 단계에서만 검증이 이루어졌지만, 데이비스 박사는 이 새로운 백신 플랫폼을 통해 독감 백신의 효과를 현재 66%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르부르크 대학교 의료미생물학 및 병원위생연구소의 이자벨 베케레드지안-딩 소장은 이번 연구가 백신학 분야에서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밝혀냈다고 평가한다. 그는 해당 결과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특정 유형의 면역 반응을 생성하는 데 필요한 세포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데이비스 연구팀의 당면 과제는 제조업체들에게 그들의 방법이 백신 개발의 미래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엄격한 임상시험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쳐야만 광범위한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mRNA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
한편, 최근 CDC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사용된 mRNA 기술을 활용한 H5N1 백신 연구 결과도 발표했는데,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저널에 게재된 이 연구에서는 페럿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CDC 애틀랜타 연구소의 빈 저우 박사가 주도한 해당 연구에서는, 백신을 접종 받은 페럿들은 심각한 증상을 보인 경우에도 H5N1 감염을 극복했지만, 백신을 접종 받지 않은 페럿들은 그렇지 못했다. 아직 인체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저우 박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우 박사는 mRNA는 매우 유망한 플랫폼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만약 다른 팬데믹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번에는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코로나19 초기와는 달리 이미 백신 준비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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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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