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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3-09-26

고양이는 왜 참치를 좋아할까? 참치에서 고농도로 발견되는 분자에 반응하는 고양이의 미각 수용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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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싫어하는 고양이, 역설적으로 물에 사는 생선은 좋아한다

야생에서 잡히는 생선의 6% 이상이 고양이 사료로 만들어질 정도로 참치를 포함한 여러 해산물은 고양이의 전유물이다. 고양이는 9500년 전 중동의 사막 지역에서 진화하며 농경사회가 시작됨과 함께 사람의 반려동물이 되어 함께 살아온 것으로 여겨진다. 고양이는 건조한 사막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또한 물이 생소한 사막 같은 환경과 야생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본능 덕에 물을 아주 싫어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양이는 물에 사는 생선을 매우 좋아한다. 사람이 먹는 참치 통조림은 고양이의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을 정도의 기름과 염분이 과도하게 들어있기에 고양이에게 적절치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양이 전용 참치 통조림이나 참치가 함유된 건식, 습식 사료를 급여해 본 집사들은 고양이가 참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것이다. 또한 고양이의 식욕이 없을 때에도 참치만 한 특효약이 없다. 과학자들은 이 호기심 많은 생물의 특이한 습성에 대한 생물학적인 설명을 찾았다.

참치에서 고농도로 발견되는 분자에 반응하는 고양이의 수용체

2023년 9월 Chemical Senses 저널에 발표된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미뢰에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더불어 다섯 가지 기본 맛 중 하나이자 다양한 육류의 고소하고 깊은 풍미인 감칠맛을 감지하는 데 필요한 수용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고양이가 가장 선호하는 맛은 감칠맛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육식 동물인 고양이에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연구팀은 고양이의 수용체가 참치에서 고농도로 발견되는 분자에 특이하게 반응함을 찾아냈다. 따라서 고양이들이 다른 모든 음식보다 참치를 특별히 선호하는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특이한 미각의 고양이

고양이는 미각이 매우 독특하다. 먼저 단맛이나 설탕을 감지하는 핵심 단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단맛을 맛볼 수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단백질 T1R2와 T1R3가 결합해 만들어진 수용체에 의해서 단맛을 느끼는 포유류에 비해, 고양이는 T1R2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 Tas1r2 일부가 손실되어 T1R2 단백질이 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고양이의 Tas1r3 유전자는 정상적으로 발현되어 단백질 T1R3는 잘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단것이 있다면 고양이보다는 강아지에게 주는 편이 바람직하다.

고양이는 육류에 단맛이 없기 때문에 육류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기의 고소한 맛에는 중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인간보다 쓴맛 수용체가 적은 탓에 일반 초식동물처럼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고양이의 미뢰 연구

반려동물 사료 제조업체 Mars Petcare UK의 월섬 펫케어 과학 연구소 감각 과학팀 연구 과학자 스콧 맥그레인 박사(Dr. Scott McGrane)는 건강상의 이유로 안락사된 6살 수컷 고양이 혀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고양이의 미뢰(맛봉오리)에는 Tas1r1과 Tas1r3 유전자가 모두 발현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과학자들이 고양이가 감칠맛을 감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분자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연구이다.

연구진은 흥미롭게도 고양이의 유전자들이 암호화하는 단백질 서열을 인간의 단백질 서열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했다. ©SVETLANA SULTANAEVA/ISTOCK

연구진은 흥미롭게도 이 유전자들이 암호화하는 단백질 서열을 인간의 단백질 서열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차이를 발견했다.

인간에게서는 감칠맛을 활성화하는 주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아스파르트산에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두 개의 중요한 수용체가 있는데, 고양이에게서는 이들이 돌연변이화 됨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때문에 고양이가 감칠맛을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포 표면에 고양이 감칠맛 수용체를 생성하도록 세포를 조작했다. 그리고 세포를 다양한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티드에 노출시켰다. 고양이의 세포는 감칠맛에 반응했지만 인간의 그것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사람의 경우에는 아미노산이 먼저 결합하고 뉴클레오타이드가 반응을 증폭시키는 반면 고양이의 경우는 뉴클레오타이드가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아미노산이 수용체가 반응을 증폭시켰다. 이는 사람과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이후 맥그레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양이 25마리를 대상으로 미각 테스트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고양이에게 아미노산과 뉴클레오타이드가 다양하게 조합된 물과 물만 담긴 두 개의 물그릇을 각각 제공했다. 고양이들은 감칠맛이 풍부한 음식에서 발견되는 분자가 포함된 그릇에 대한 강한 선호도를 보였으며, 이를 통해서 고양이들이 감칠맛을 좋아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사람에게 단맛이 중요한 것처럼 고양이에게도 감칠맛이 중요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강아지나 개는 단맛과 감칠맛을 모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처럼 식성이 까다롭지 않다고 한다.

고양이가 갈망하는 맛은 감칠맛 뿐이 아니다

연구팀이 얻은 결과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고양이가 갈망하는 맛이 감칠맛 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양이들은 참치에 특히 많이 함유된 히스티딘과 이노신 모노포스페이트 화합물이 들어 있는 그릇을 특히 선호했다. 이를 통해서 메이지 대학의 분자 생물학자이자 포유류와 조류의 감칠맛 진화를 연구하는 야스카 토다 교수(Prof. Yasuka Toda)는 자신의 수의학 대학 시절 경험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녀는 식욕이 없는 고양이에게 참치와 비슷한 일본식 감칠맛 재료인 가다랑어 가루를 사료에 뿌려 주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았다고 한다.

고양이의 사료 개발이나 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맥그레인 박사는 위 연구를 응용하면 고양이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사료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 이를 통해 고양이가 더 쉽게 삼킬 수 있는 알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고양이에게 알약을 먹이다가 손을 다쳐본 집사들에게는 큰 희소식인 셈이다.

고양이는 왜 이렇게 참치를 좋아할까? ©pratanee0/Pixabay

토다 교수는 이번 연구가 우리에게 친숙한 반려동물의 선호도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는 왜 생선을 좋아하도록 진화했을까?

물론 고양이가 왜 이렇게 진화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생선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을 고대의 중동 사막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떠한 이유로 인해서 고양이의 입맛이 바뀌었을 수 있다. 다만 기원전 1500년, 고대 이집트 미술에서는 이미 고양이가 생선을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세 시대가 지나면서 중동의 항구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대량 제공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때 참치에 대한 미각이 발달한 고양이가 진화에서 동족보다 유리했을 수도 있다.

맥그레인 박사는 미스터리 투성의 고양이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음에 만족하며 이들의 연구는 이제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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