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 수는 93만 3,481명으로 2017년 대비 3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0대가 17만 7,166명으로 전체 환자의 19.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병 증가폭도 127.1%나 됐다. 이런 수치를 반영하듯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우울증 유병률 1위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개인의 질환이기는 하지만 사회적 상황과 연관이 깊은 질병인 만큼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의 재병률이 50% 이상이 된다고 발표한 바, 우울증의 개인적·사회적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와 대처가 절실해 보인다.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동시에 신체·행동적 변화가 수반되면 위험신호
“일 또는 여가 활동을 하는데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까?”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낍니까?”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봅니까?”
이 질문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우울 증상 자가 진단(→사이트 바로가기)에 사용하는 정서 관련 질문지 중 일부다. 우울감과 관련한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증상을 자가진단하는 문항에 ‘부정적 생각의 정도를 묻는 질문이 포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주요 고지: 개별 환자 증상과 질병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의사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지이론에서 우울증은 부정적인 정보처리와 연관돼 있다고 알려진다. 예를 들어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얼굴과 같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슬픈 얼굴과 같은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울증의 원인, 즉 우울감이 지속돼 우울·불안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나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최근 우울증 발병과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감정 정보의 인지적 통제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근거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우울증 병력 있는 사람,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 길어
노트르담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매릴랜드대학의 심리학·정신과 합동 연구진은 우울증 환자의 감정 정보에 대한 편향된 인지 통제를 관찰한 행동 연구 결과를 정신병리학 및 임상과학 저널(Journal of Psychopathology and Clin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주요 우울장애를 겪은 사람이 부정적·긍정적 정보를 각각 처리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 논문 44개를 통합 분석했다. 이 메타 분석에는 우울증 병력이 있는 2,081명과 대조군 2,285명이 포함됐다.
주요 분석 방법은 대상자들에게 행복, 슬픔, 중립 등의 정보가 표현된 사진이나 단어를 보여주고, 이에 대한 반응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울증 병력이 없는 대조군은 각 정보에 대한 인지 처리 지체 및 시간차 없이 반응을 했으며, 그 속도도 빨랐다.
반면,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은 부정적인 정보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으며, 부정적 자극을 제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반응을 이렇다. 긍정적인 내용보다 부정적인 내용을 더 오랫동안 집착하고 주의를 기울임, 긍정적인 형용사보다 부정적 형용사를 사용해 자기 지시적 정보 처리하기, 긍정적 기억보다 부정적 기억을 회상하여 감정을 규제하기 등이다. 또는 낮은 긍정적 기분을 더 악화시켜 미래에 대한 위험을 과대 인식하기, 긍정적 자극에서 부정적인 자극으로 전환하기, 중립 자극에 대해 주의 산만하기를 보이는 관찰자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반응이 우울증 환자가 편향적 인지 제어 즉,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이 다른 감정 정보 처리 편향과 감정 조절장애와 연결돼 우울증 재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웃어요, 웃어 봐요. 좋은 게 좋은 거죠.”
연구진은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우울증의 재병률이 50% 이상이며, 대부분이 회복 후 2년 이내에 재발한다는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는 약 복용이지만,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웬(Alainna Wen) UCLA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울증 환자에게 부정적인 정보처리를 줄이고, 긍정적 정보처리를 늘리는 치료 전략에 유효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록 이것만으로 복합적 원인인 우울증 재발을 예방하는 데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부정적 정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존의 치료법과 병행한다면 재발방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미다.
한편, 심리·정신과 전문의들은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지만, 방치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동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돕는 간단한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도 우울증 해소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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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9-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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