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화곡동에 사는 김지연씨(47, 가명)는 화난 표정으로 문을 나섰던 수험생 딸 때문에 며칠째 기분이 우울하다.
지연씨는 식사 자리에서 “어머나! 이제 수능이 얼마 안 남았네.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뜻밖에도 “엄마, 일일이 날짜를 세고 있었어?”라는 말과 함께 딸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것.
지연씨는 ‘수험생이라 예민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공부에 지장이 가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가시지 않았다.
카운트다운, 불안감 키울 수 있어
지연씨처럼 아이를 사랑하는 관심의 표현으로 수능이 며칠 남았다는 사실을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에게 이미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자꾸 얘기하는 것은 잔소리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잘하고 있지? 믿는다’ 등 부담을 줄 수 있는 질문보다는 ‘잘하고 있어~. 많이 힘들지?’ 등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개방형 질문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하주원 원장은 “수험생과 대화할 때는 무언가를 가르쳐 주려고 하지 말고 들어주려는 자세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힘들어서 털어놓고 싶은데, 막상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은 자기 이야기만 한다’고 하소연하는 수험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수능이 며칠 남았다는 카운트다운이 특히 위험한 것은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날짜를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을 높이기 쉽다.
다인이비인후과병원 심리상담센터의 김미선 센터장은 “불안은 전염성이 강하다. 부모의 불안은 안 그래도 불안한 자녀의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라며 “누구나 자신의 수고를 인정해주면 더욱 신이 나서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만큼 ‘그래, 애 쓰는 네 모습이 고맙고 대견하다’라는 식으로 격려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압적인 대화보다 공감이 필요
한편 대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이야기 좀 하자”는 식으로 갑작스럽고 강압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오히려 자녀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자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아이가 대화하고 싶은 타이밍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백 교수는 “가벼운 대화로 시작해 모든 과정과 결과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라는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부모가 겪었던 입시 상황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왕지웅 의학칼럼니스트
- 저작권자 2018-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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