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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7-06

“알츠하이머와 헤르페스 관계 규명” 아밀로이드 단백질, 바이러스 포집해 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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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은 만성 바이러스 감염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과다 생성돼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촉발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 연구는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 일으킨다”는 6월 22일자 본지 소개 기사에 이어 알츠하이머병과 미생물과의 강력한 연관성을 다시 한번 뒷받침해 준다.

미국 하버드의대 수련병원인 매서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A-beta) 단백질이 해로운 플라크로 침착되는 것은 뇌에 흔한 헤르페스바이러스의 영향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려는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 저널 ‘뉴런’(Neuron) 11일자에 함께 게재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세 가지 유형의 헤르페스바이러스 수치가 상승했다는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연구와 더불어 바이러스가 A-beta의 침착과 알츠하이머병 진행의 가속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정상적인 뇌(왼쪽)와 알츠하이머환자 뇌의 비교. ⓒ Wikimedia Commons
정상적인 뇌(왼쪽)와 알츠하이머환자 뇌의 비교. ⓒ Wikimedia Commons

항미생물 반응 가설로 통합

논문 공동교신저자인 루돌프 탠지(Rudolph Tanzi) 하버드의대 신경과 교수 겸 MGH 신경퇴행성 질병 연구소(MIND) 유전학 및 노화 연구단 단장은 “마운트 사이나이의대팀의 최근 연구와 함께 헤르페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다는 여러 역학 연구가 있다”며, “우리 연구 결과는 헤르페스 감염에 대한 뇌의 방어 반응으로서 뇌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 촉발된다는 간단하고 직접적인 기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연구에 따라 우리는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감염 가설과 (A-beta 단백질이 원인이라는) 아밀로이드 가설을 알츠하이머병의 ‘항미생물 반응 가설’(Antimicrobial Response Hypothesis)로 통합했다”고 덧붙였다.

탠지 교수와 다른 공동교신저자인 MIND 유전학 및 노화 연구단의 로버트 모이어(Robert Moir) 조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오래된 A-beta가 아무 쓸모 없는 ‘대사성 쓰레기(metabolic garbage)’로서, 동물 모델이나 배양된 인체 뇌세포를 감염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선천 면역계의 항미생물 단백질이라는 증거를 발견한 바 있다.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전구체 구조. ⓒ Wikimedia Commons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전구체 구조. ⓒ Wikimedia Commons

아밀로이드가 바이러스 포집해 감염 방해

입술 포진을 일으키는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에 의한 두뇌 감염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거의 대부분의 성인들 뇌에는 이 바이러스나 다른 헤르페스 균주가 존재한다. MGH팀은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A-beta가 헤르페스 감염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런 보호는 어떤 기전에 의해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인체 A-beta가 발현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의 뇌에 헤르페스 심플렉스를 주입한 뒤 이 쥐들이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쥐들에 비해 상당히 오래 생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A-beta가 바이러스 막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해 바이러스를 포집, 섬유소로 응집시켜 뇌세포로 침투하지 못 하도록 함으로써 헤르페스 심플렉스와 다른 두 헤르페스 균주가 배양 인체 뇌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전자 변형 쥐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에서 5~6주 자란 쥐의 뇌에 헤르페스 심플렉스를 주입하자 A-beta가 급속하게 많이 생성됐다. 이 정도의 A-beta 생성은 주로 10~12주때 나타난다.

모이어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를 보면 아밀로이드의 바이러스 포집이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한다”며, “그러나 평생 동안 존재하는 헤르페스 같은 병원체의 만성 감염은 지속적이며 손상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기반 면역반응으로 이어짐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일련의 병리 현상을 유발하는 뇌의 염증을 촉발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핵심적인 것은 알츠하이머병 발병은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직접 뇌세포를 죽이기 때문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신경염증이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흔하게 감염되는 입술 포진 헤르페스 Credit: Wikimedia Commons / BruceBlaus
흔하게 감염되는 입술 포진 헤르페스 Credit: Wikimedia Commons / BruceBlaus

초기에 항헤르페스와 항아밀로이드 약제 유용”

모이어 교수는 “우리의 데이터와 마운트 사이나이의대의 연구는 항-헤르페스와 항-아밀로이드 약제 모두를 사용하는 항미생물 보호 모델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며, “나중에 신경염증이 시작됐을 때는 염증 분자를 타겟으로 삼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이 병의 근본원인인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알츠하이머병은 결국매우 다차원적인 병으로, 발병에는 여러 원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

탠지 교수는 “우리는 현재 뇌에서 통상적으로 발견되는 미생물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분류하기 위한 ‘뇌 미생물군집 프로젝트(Brain Microbiome Project)’를 수행하고 있다”며, “뇌는 균이 없는 상태로 간주돼 왔으나 상주하는 미생물군이 있고, 일부는 정상적인 뇌 건강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예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미생물군이 심하게 손상되고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포함한 나쁜 미생물들이 이런 상황을 이용해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의 병인이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조건에서 볼 수 있는 손상된 미생물군 모델과 유사한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생성된 데이터는 놀랍고도 흥미롭다”고 소개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7-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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