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팀, 1비전, 1페이지, 5000만달러.” 인터넷 거인 구글의 생의학 분야로의 진출이 계속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대규모로 계획하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 저명 과학 저널 네이처 지의 최근 보도(http://www.nature.com/news/google-offers-jackpot-to-one-research-group-1.18758)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심장협회(AHA:American Heart Association)와 함께 각각 2500만 달러씩 모두 5000만 달러(24일 현재 환율 기준 약 577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관상동맥질환의 연구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 연구자가 다른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과 제휴해서 진행하는 학제간 연구팀 한 곳에 이 연구비를 모두 지원하기로 결정해 관련 학계에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내 심장질환 연구비 지원의 최대 민간단체인 AHA가 나서서 조성하는 연구비 가운데 단일 연구팀에 지원하는 연구비로서는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이 독특한 연구비 지원 방식과 지원금액은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관련 분야 미국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연구가 진행되는 방식은 종래와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지원하는 연구비는 연구자가 주도권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으로 지원되지만 이번에는 AHA와 구글이 지금까지 정의해온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구글은 생의학 분야에서 이미 연구를, 진척시키고 있는 당뇨병, 정신질환, 암에 이어 주요 질병에 대한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라홀라 시의 스크립스중개과학(Translational Science ‧ ‘중개과학’이란 기초 연구를 응용 분야에 적용하는 과학 분야)연구소 소장이자 심장학자인 에릭 토폴은 네이처 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분야는 구글이 지금까지 전략을 갖고 있지 않던 마지막 중대 질환“이라며 ”그동안 구글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보여줬던 공격적인 사업에 비춰볼 때 놀랍지 않다“고 평가했다.
관상동맥질환은 심근경색과 심장마비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부르는 병으로 미국에서만 사망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빈발하는 질환이다. 이번 연구비는 혈관에 축적되어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을 막아 심근경색과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혈관내 핏덩이(플라크)의 발달을 억제 치료하고 나아가 예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생의학 연구자들은 의학 분야에서 빅테이더 시대를 새로 열 것이라는 희망으로 구글과 애플과 같은 업체에 다투어 합류하고 있다. AHA와 구글은 2년전 ‘심혈관 유전체-표현체(Genome-Phenome) 연구’라는 이름으로 심혈관질환에 대한 대규모 연구에 첫발을 내디딘 뒤 논의를 계속해왔다. 이 연구는 유전적 특징이 어떻게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것이 목표이다. AHA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데이터의 축적, 보관, 분석을 쉽게 하기 위한 플랫폼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해결책으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전문가를 보유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구상하게 됐다.
연구비 금액만으로 치면 1999년에 도널드 레이놀즈재단이 4개 대학 심혈관 임상의학 센터에 1억5900만 달러를 지원한 것이 최고 액수다. 이 중 한 센터가 새로운 종류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연구를 위해 5300만 달러를 지원 받았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2010년에 모두 끝났다.
AHA와 구글은 연구팀 선정을 위해 팀을 구성해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연구비 신청 지원은 내년 2월14일까지 받지만 이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연구팀이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하는지, 이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어떤 특수한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지 등등. 그러나 현재 구글이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감지(sensing)와 감시(monitoring) 기술과 같은 것이 조건부로 끼어들 수 있다.
구글은 내년부터 수 천명의 건강 상태를 수치화하기 위한 베이스라인연구(Baseline Study)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이를 위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건강상태의 감지 감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생의학 분야 관련 데이터의 발생이 예상된다. 그러나 하나의 원칙은 있다. 구글의 생명과학팀 최고책임자인 앤디 콘래드는 네이처 지에서 변수가 무엇이든지 간에 프로젝트 제안서는 1장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학자 간에는 이번 구글의 연구비 지원 계획을 “1팀, 1비전, 1페이지, 5000만달러”라며 반기고 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에서 지적 재산권이나 재정적 지분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구글은 의학적 진보에 데이터 분석능력이나 정보공학적 역량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 입증된다면 이익이라는 태도이다.
구글은 최근 생의학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생의학 분야 자회사 캘리코는 지난해 9월 미국 제약사인 애브비와 함께 신경퇴화와 암과 같은 노화 및 노화 관련 질환에 대한 협력 연구를 시작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는 초기에 각각 3억5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이후 추가로 각각 7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미국내 일부 관측자들은 구글이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 연간 연구비 10억 달러를 넘는 투자(http://www.nature.com/news/why-biomedical-superstars-are-signing-on-with-google-1.18600)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성하운 객원기자
- hawoonsung@gmail.com
- 저작권자 2015-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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