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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07-03

왜 가족에게 더 많은 화를 낼까 강력한 유대관계에 대한 믿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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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사회적 환경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있어 그 어떠한 집단 보다도 가장 친밀함을 느끼게 한다. 단지 물질적 장소와 환경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감정과 의식을 배우는 집단을 말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짜증을 가장 많이 내게 되는 집단도 바로 가족이다. 형제나 자매간의 싸움이나 엄마에게 내는 짜증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는 왜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많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일까.

학술지 '심리과학최신경향저널'(Journal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를 통해 발표된 데보라 사우스 리차든슨(Deborah South Richardson) 미국 조지아 리젠트 대학(Georgia Regents University) 교수의 연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원문링크)

가장 가까운 사이인 만큼 가장 많이 화를 내게 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왜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많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낼까. 강력한 유대관계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 ScienceTimes
가장 가까운 사이인 만큼 가장 많이 화를 내게 되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왜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많이 화를 내고 짜증을 낼까. 강력한 유대관계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 ScienceTimes

상대에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일상적인 공격성'이라고 한다. 1974년부터 과학자들이 꾸준히 연구해 온 분야인데, 이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공격적인 행동이 얼마나 상대를 다치게 했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를 상처 입히기로 의도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정의를 내리기로 한 것이다.

데보라 사우스 리차드슨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얼마나 해를 입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치게 할 '의도'가 있었는가에 집중하였다. 그렇지만 일상적인 공격성은 그 연구가 쉽지 않았다.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행동했는지의 여부를 알기 힘들고, 가해자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차든슨 교수는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그 해답을 찾기로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형제처럼 가까운 사이는 강력한 유대관계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공격을 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의 경우에는 간접적으로 또는 수동적으로 공격성을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즉,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부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과는 별개로 이러한 공격은 모두 대체로 잘 아는 사이에서 일어난다고 밝혔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상대는 우리가 대체로 잘 아는 사람이며, 결국 우리가 두려움을 느껴야 할 상대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가족 사망의 충격, 정신질환 위험 높아

앞서 이야기했듯 가정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친밀한 집단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향후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을 통해 발표된 캐서린 아벨(katherine abel)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The University of Manchester) 교수를 비롯한 미국, 영국, 스웨덴 공동 연구팀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스웨덴보건복지청이 소장하고 있는 1973년~1985년 사이 스웨덴에서 태어난 아동 94만6994명의 자료를 연구하였다. 이 자료는 태아기와 태어난 이후 13세까지의 아동을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정신분열증, 조울증, 단극성 우울증 등을 총괄하여 정신질환을 정의하였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연구대상 아동의 33퍼센트(%)인 32만1249명은 13살 이전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중에서 1만1117명은 가족 구성원의 자살을 경험했으며, 1만5189명은 사고사, 28만172명은 자연사를 경험했다.

중요한 것은 이 이후의 데이터이다. 태아기 때 가족이 사망한 경우에는 정신질환 위험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태어난 이후 경험한 가족의 죽음은 정신질환 위험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사 한 경우보다는 사고로 사망한 경우의 위험도가 높았으며, 핵가족 구성원이 자살한 경우 그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아동기에 부모나 형제의 죽음이 향후 정신질환이 발생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비 서양 국가에서의 경향을 파악하는 추가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은 생애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4-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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