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세계 교육계는 뇌 연구가 교육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OECD의 CERI(교육연구혁신센터) 역시 그렇게 보았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다양한 연구를 지원해왔다.
최근 교육연구혁신센터에서는 그동안 연구결과 보고서들을 정리해 요약 발표했다. 첫 번째 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뇌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이다.
뇌 가소성이란 뇌 신경회로가 외부 자극, 경험, 학습에 의해 구조적으로 움직이면서 재조직을 되풀이하는 것을 말한다. 뇌는 일생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언어, 운동 등을 습득한다.
학습 내용에 따라 뇌 기능 변화 중
그것뿐만이 아니다. 사고로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잃은 후에는 얼굴에서 잃은 팔과 다리 느낌을 감지할 수 있다. 시력을 상실한 사람은 청각이 특히 발달해 소리만으로도 주변 상황을 쉽게 파악하게 된다. 우리의 뇌가 외부 환경 변화에 얼마나 놀랍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뇌의 가소성을 처음 발견한 것은 미국의 철학자이면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다. 그는 자신이 집필한 '심리학 원론'에서 뇌 구조가 자신의 노력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학계는 이 이론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에 걸쳐 뇌과학은 급속히 발전했고, 뇌 가소성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앨러버버 대학의 톱(Edward Taub) 교수, 독일 예나 대학의 미트너(Wolfgan Mitner) 교수,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하이어(Daniel B. Hier) 교수 등 세계 각국에서 뇌 가소성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OECD 연구에서 뇌과학자들이 뇌 가소성에 주목한 것은 다양한 학습 환경이 학생들의 뇌 발달과 서로 연계돼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린 학생들에게 장시간의 교육을 시켰을 경우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뇌가 어린 시절은 물론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이런 지속성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특히 학습 과정에서 어떤 학습을 하느냐에 따라 뇌 역시 매우 다른 변화를 겪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언어 학습을 예로 들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있어 언어에 노출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토론(언어) 교육 어린 시절부터 해야
여기서 언어노출(language exposure)이란 대화, 강의, 놀이, 노래, 토론, 논쟁 등 다양한 형태의 언어적 경험을 의미한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듣기만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언어노출 과정이다. 어린 시절 이 언어노출 과정을 놓치게 되면 커서도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두 번째 언어노출, 즉 어휘들을 외우는 등의 지식축적 과정은 나이에 상관없이 일생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교육에 있어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말해주고 있다. 10대들의 전두엽 대뇌피질 역시 불안정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감성적으로 매우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지적 기능에 있어서는 매우 뛰어난 잠재력을 보이며 감성과 지성 간의 부조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기 뇌영상 연구 결과에서도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사춘기를 지나 빠른 속도로 성장은 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뇌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 연구진은 그렇기 때문에 뇌 변화에 있어 청년기가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특히 뇌 안에서 호르몬이 대량 방출됨으로써 감성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다.
성년기에 있어서는 유창했던 언어능력과 다양한 경험들이 뇌 기능 여부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성인의 뇌가 왕성한 활동을 할 경우에는 그 능력도 왕성하게 팽창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젊은 시절 뛰어났던 능력들이 급격히 감퇴할 수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들은 어린이, 10대, 청년, 성년에 관계없이 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는 이 연구결과에 비추어 뇌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학교 교육에 있어 가장 큰 테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소성을 갖고 있는 사람의 뇌 기능을 발전시켜 나갈 경우 노인이 돼서도 창의성 등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반면, 이 뇌 기능을 저하시켰을 경우에는 어린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능력 저하로 인생을 허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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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2-11-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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