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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위스키의 향을 해독하다... "전문가보다 정확한 판별력 입증"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분자 수준 분석으로 위스키 원산지·품질 90% 이상 정확도로 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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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단위로 위스키를 해독하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거친 바람이 전하는 피트(peat) 향, 켄터키 햇살 아래 오크통에서 숙성된 달콤한 바닐라 향. 수백 년간 위스키 테이스터들의 전문 영역이었던 향 분석이 이제 인공지능(AI)의 도전을 받고 있다. 독일 프라운호퍼 공정공학 및 포장 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한 'OWSum(Orderable Whisky Sum)' AI 알고리즘이 전문가들보다 더 정확하게 위스키를 분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etty Images

AI 알고리즘이 전문가들보다 더 정확하게 위스키를 분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Getty Images

연구진은 “위스키의 향은 단순히 개별 성분의 합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이는 마치 수백 개의 분자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교향곡과 같다”고 덧붙인다. 연구진이 개발한 AI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기(GC-MS)를 활용해 위스키에 포함된 수백 가지 화합물을 분자 수준에서 분석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개별 분자의 특성뿐 아니라, 분자 간 상호작용까지 고려해 복합적인 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스키의 지역별 특징까지 정확히 파악

연구팀의 분석 결과, 미국산 위스키에서는 멘톨과 시트로넬롤이 특징적으로 발견되었다. 이는 미국 위스키 특유의 상쾌하고 꽃향기 나는 특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다. 반면 스코틀랜드 위스키에서는 메틸데카노에이트와 헵탄산이 주로 검출됐는데, 이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적인 피트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위스키들은 공통된 화학적 특징을 보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켄터키 버번 위스키들은 모두 독특한 캐러멜 향을 내는 특정 화합물 패턴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는 지역의 물, 기후, 숙성 방식 등이 만들어내는 '테루아(terroir)'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전문가보다 정확한 판단력 입증

연구팀은 11명의 위스키 전문가 패널과 AI의 성능을 비교한 실험에서 AI는 90% 이상의 정확도로 위스키의 원산지를 구분해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평가보다 더 일관되고 정확한 결과였다. 더욱 놀라운 점은 AI가 각 위스키의 향미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점이다. 한 실험에서 AI는 18년산 싱글몰트위스키에 대해 "건포도, 말린 무화과, 오크통의 바닐라 향이 층층이 쌓여있으며, 끝 맛에서 약간의 해풍 향이 감지된다"는 상세한 분석을 내놓아 연구팀을 놀라게 했다.

 

산업계의 반응과 전망

글렌피딕, 메이커스 마크 등 대형 증류소들은 이미 AI 시스템을 도입해 발효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최적 숙성 시점을 예측하는 등 활용하고 있기에 전반적으로 위스키 업계는 이번 연구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AI가 인간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 및 업계 종사자들은 위스키 제조는 과학인 동시에 예술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AI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장인들의 경험과 직관을 대체할 순 없다고 덧붙인다. 

미국산 위스키에서는 멘톨과 시트로넬롤이 특징적으로 발견되었다.

미국산 위스키에서는 멘톨과 시트로넬롤이 특징적으로 발견되었다. ©Getty Images

고무적은 점은 이번 연구 결과가 향수, 식품, 음료 등 향이 중요한 다른 산업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AI가 인간의 감각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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