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이용해 뇌로 약물을 전달한다? 현실성 없어 보이는 이 같은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구현돼 화제가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는 26일 레이저로 혈뇌장벽의 투과성을 조절해 투여된 약물을 뇌로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최철희 교수에 의해 개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과부의 ‘21세기 프론티어 뇌기능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개발사업단’(단장 김경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뇌혈관은 중추신경계 혈관 내피세포들이 밀착결합된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 혈뇌장벽은 대사와 관련된 물질은 통과시키고 그 밖의 물질은 통과시키지 않는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생리활성을 가진 약물들, 예를 들어 수용성약품, 단백질의약품, 핵산·유전자 등은 이런 생체막을 잘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제로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약물전달 문제는 뇌질환치료나 유전자치료 등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기능 때문에 우수한 효능을 가진 약물이 대부분 차단돼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약물의 효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혈뇌장벽을 어떻게 통과시키느냐’는 문제는 뇌질환 치료의 핵심과제 중 하나였다.
레이저빔으로 혈뇌장벽 기능 차단그간 과학자들은 원활한 약물 전달을 위해 약물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내고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고비용과 위험성으로 널리 응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최 교수팀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초단파 레이저빔을 1천분의 1초 동안 뇌혈관벽에 쬐어주는 방법으로 혈뇌장벽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시켰다. 이로써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신개념 약물전달기술을 개발한 것.
레이저 빔을 약물이 들어있는 혈관에 쬐이면 혈뇌장벽이 일시적으로 자극을 받아 수도관이 새는 것 같은 현상을 일으킨다. 이에 약물이 혈관 밖으로 흘러나와 뇌신경계 등으로 전달되며, 정지된 기능은 몇 분 뒤 다시 제 기능을 되찾는다.
신경약물전달 원천기술 확립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신경약물 전달의 원천기술을 확립했다는 점과 레이저를 이용한 안정적 생체 기능 조절 기반기술을 구축했다는 두 가지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 기술을 세포 수준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한편 후속 임상 연구를 통해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신경약물전달 원천기술로서 특허 출원 중이며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5월 16일자에 게재됐다.
- 김청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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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1-05-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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