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하나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마라탕후루(마라탕+탕후루)’와 같은 고탄수화물, 고열량의 음식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음식들로 인하여 20~30대의 당뇨병 그리고 대사 질환 발병 위험 역시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우리는 해결책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동서양 모두 ‘귀차니즘(Lazism)’의 시대를 살고 있기에 운동을 병행하며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최근 다양하고 화려한 운동 관련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제품의 과학적인 효능을 떠나서) 가만히 있어도 복근을 만들어 주는 기계가 발명되고 있으며, 발만 올리면 다리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근력을 강화해 주는 운동기구 등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운동 기구가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운동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특정 유전질환이나 근육 퇴행 등을 동반한 질병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최근, 알약 하나만으로도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등 신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약의 개발 소식이 전해졌다.
어떤 원리로 이와 같은 효과가 가능할까?
최근 3월, 다양한 과학 주제를 토론하는 미국 화학회(ACS: American Chemical Society)의 춘계 학회가 열렸는데,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마취과 교수 바하 엘젠디(Bahaa Elgendy)가 이끄는 연구팀의 최신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해당 연구팀은 근육 세포의 신진대사와 성장을 촉진하고 근육 능력을 향상하는 등, 운동의 강력한 신체적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들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연구 참고 자료 바로 보러 가기)
ERRα, ERRβ 및 ERRγ 등 다양한 에스트로젠 관련 수용체(ERR: Estrogen-related receptor)는 에스트로젠에 의해 활성화되며 특정 유전자의 전사에 관여한다. 이들은 신체 내의 다양한 생리학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이들이 미토콘드리아 생합성(biogenesis)을 포함한 산화 대사의 여러 측면에 관여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수년 전에 엘젠디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약 10년간의 연구 끝에 에스트로젠 관련 수용체 단백질 모두를 활성화시켜 피로에 강한 유형의 근육 섬유를 증가시킬 수 있는 SLU-PP-332라는 화합물을 개발한 바 있다. 그리고 연구진은 해당 화합물을 투여한 설치류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릴 때 이들의 지구력 역시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해당 연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연구진은 해당 물질과 ERR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약물을 개발하려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SLU-PP-332보다 더 강력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변형 단백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연구진은 쥐 심장 근육 세포의 약 15,000개 유전자에서 유전자 발현의 척도인 RNA를 조사하였고 이를 통해서 이전에 개발되었던 SLU-PP-332의 효능과 새로운 화합물의 효능을 비교했다. 그리고 새로운 화합물은 RNA의 발현도를 더 크게 증가시켰으며 이를 통해서 운동의 효과를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음을 밝혀냈다. 물론 발현도 만을 증가시킨 것이 아니다. 새로운 화합물은 SLU-PP-332보다 높은 안정성 그리고 낮은 독성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최적화된 약물이다.
이 알약은 어디에 이용될 수 있을까?
해당 발견은 특히 심부전 및 신경 퇴행성 질환을 포함한 근육 위축, 기타 질병 등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러모로 운동을 하는 편이 빠르고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섭취(투여)만으로도 운동의 신체적 효과를 모방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따라서 해당 연구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불가피하게 할 수 없는 환자들이나 노인 그리고 규칙적으로 신체 활동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희소식을 전하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이들의 근육 위축과 약화를 상쇄시킬 수 있으며 해당 화합물은 현재 이용되고 있는 다른 약물들의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대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엘젠디 교수는 이 물질이 필요한 환자들은 에스트로젠 관련 수용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화합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해당 화합물을 사용한 동물 실험에 따르면 화합물을 통해서 비만, 심부전, 노화 등이 유발하는 신장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스트로젠 관련 수용체 활성은 알츠하이머병 환자 및 기타 신경 퇴행성 질환 환자의 뇌에서 발생하는 손상 과정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해당 약물이 설치류 및 동물 세포 내에서만 검증이 되었다. 엘젠디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더 많은 동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화합물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할 계획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4-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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