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로봇, 치킨 로봇, 국수 로봇… 최근 푸드테크의 발전으로 사람을 대신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요리로봇’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상용화된 요리로봇은 머신러닝과 모션기술을 통해 프로그래밍된 음식을 조리하거나 요리사를 보조하는 수준까지 와있다. 덕분에 정석의 레시피대로 조리하지만, 요리법을 스스로 인식하여 요리하지는 않는다. 이 요리로봇의 ‘요리실력’이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성과가 IEEE 6월호에 발표돼 기대를 모은다.
첨단기술이 만들어 낸 ‘요리로봇’
요리로봇은 식재료 가공 및 음식료를 조리하는 푸드테크 로봇기술을 지칭한다. 이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로보틱스가 ‘푸드 밸류 체인’에 관여하는 자동화 기술을 통칭했는데, 최근 로봇기술과 AI의 발전으로 각 분야별 기술이 세분화되고, 조리 및 조리보조에 특화된 기술을 별도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현재 요리로봇은 패스트푸드 조리, 면·국수 조리, 커피 제조 등 비교적 조리법이 정형화되어 있는 메뉴를 중심으로 상용화되었다.
알려진 바대로 푸드테크는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인 로봇공학·ICT·AI·빅데이터·IoT 등의 고도화, 코로나19 및 사회구조·소비트렌드의 변화로 급부상했다. 그 중 요리로봇은 개발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속한다. 복잡한 요리 과정에 대한 학습 알고리즘과 정교하게 움직이는 모션제어기술, 스마트 툴 체인저 기술 등 다각적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상용화된 요리로봇의 조리 영역은 한정적이고 인간 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요리로봇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어, 국내외 기업들은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SW, HW를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스스로 요리법을 익히는 ‘요리로봇’
케임브리지대학 로봇공학 연구팀은 레시피를 학습한 요리로봇이 스스로 요리법을 식별하여 조리하고, 새로운 조리법을 고안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IEEE Access 저널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먼저 요리로봇에게 학습시킬 데이터로서 8가지 샐러드 레시피를 촬영한 요리 동영상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브로콜리, 당근, 사과, 바나나, 오렌지 등 과일과 채소 등의 재료가 포함돼 있어, 이러한 요리 재료 및 물체를 개별 식별하는 오픈소스 신경망을 이용해 프로그래밍했다. 그리고 이어서 컴퓨터 비전기술을 활용하여 로봇이 디지털 영상 프레임을 분석해 식재료, 요리 도구, 인간의 손·팔·얼굴 등 다양한 개체와 특징적 행동을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학습된 레시피와 영상은 모두 벡터로 변환되고, 로봇은 이것에 대해 수학적 연산을 수행했다.
연구 결과 요리로봇은 재료와 요리사의 행동을 식별하여 8가지 레시피 중 어떤 요리가 진행 중인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요리로봇이 학습한 16개의 영상 중 93%의 레시피를 바르게 인식했다. 다만 요리를 하는 요리사의 행동은 83%만 감지했다. 이것은 사람이 레시피에 약간에 변형을 가하거나 실수 때문에 원본 영상과 큰 차이가 있는 경우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이 요리로봇이 미리 학습한 레시피에는 없는 ‘9번째 새로운 샐러드 레시피’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레시피가 복잡하지는 않지만, 재료의 특징과 행동의 뉘앙스를 감지하는 것에 놀랐다는 덧붙였다.
연구책임자인 Grzegorz Sochacki 박사는 “이 연구는 요리사가 점진적으로 요리법을 배워서 조리하고, 새로운 레시피를 고안하는 점진적인 과정과 동일한 방식으로 요리로봇을 훈련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Grzegorz Sochacki 박사는 로봇공학 분야에 권위자인 푸미야 리다(Fumiya Iida) 교수와 한 팀을 이루어 ‘사람과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 맛과 염도를 측정하는 로봇’을 개발해 지난해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요리로봇 개발 선상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임을 강조했다. 물론 이 요리로봇이 유튜브나 SNS에서 인기인 요리 영상을 이처럼 인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요리로봇이 복잡한 레시피와 빠른 조리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에 넘쳐나는 요리 콘텐츠가 요리로봇 발전에 중요한 데이터 소스가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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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7-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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