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또 한 번 뜨겁게 달궜던 재·보궐 선거가 지난 수요일에 종료됐다.
여느 선거 현장이 그렇듯이 선거는 선거 준비부터 캠페인, 투표 과정, 투표율 및 개표현황 등 모든 과정이 매우 투명하고도 정확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거는 모든 과정에 최적의 방법을 적용하여 오류를 내지 않는 과학과도 흡사하다.

실제로도 선거는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는 영역 중 하나다.
선거 캠페인에 활용되는 다양한 매체들, 투표율 집계 및 개표현황을 나타내는 통계지표 등이 대표적이다. 4차 산업 기술이 전방위로 확대된 이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여론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직접 대면 없이도 소통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의 가능성이 열렸다. 보안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이슈로 인해 아직 우리나라의 투표 방식에는 활용되지 않고 있지만, 기술의 진보가 선거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과학기술이 정치의 구조와 기저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를 바꾸는 과학기술 그리고 미래를 위한 선거. 과학기술과 선거가 만남으로써 이 둘이 지향하는 가치,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하는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선거에 반영되었기를 기대한다.
선거의 ‘0’, 다수를 대표하는 공평한 방법
선거는 민주주의의 시작과 맥을 같이 한다.
일찍이 도시국가와 민주주의가 시작된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시민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선출했다. 따지고 보면 기원전 4~5세기경에 법안 상정과 외교, 행정 등 일종의 나라 살림을 맡아서 할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로서 선거가 도입된 것이다.
당시의 선거는 ‘클레로테리온’이라는 비석을 활용한 제비뽑기였다. 클레로테리온 우측에 자기 이름을 넣고, 좌측에 흰 구슬과 검은 구슬을 넣어서 흰 구슬이 자신의 이름 앞에 위치하면 배심원으로 선발되는 방식.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이지만, 단지 그날의 ‘운’에 맡기는 이 선거 방식을 우습게 볼 수만은 없다. 특정인을 뽑기 위한 술수를 쓸 수 없고, 누구라도 대표자가 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부여했기 때문에 이 ‘제비뽑기’는 민주주의 백미로 꼽힌다.

국민의 목소리, 통계로 알 수 있다.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목소리’다. ‘여론’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가 귀와 마음과 행동에 담고 실행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때는 여러 매체가 국민의 표심이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에게 쏠리는지를 확인하는 여론조사를 한다.
여론조사는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현실을 반영해 표본조사로 시행되는데, 일정한 기준으로 표본을 뽑아서 그 표본을 통해 전체 집단의 결과를 추측하는 통계법이다. 이전에는 추출한 표본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패널조사, 출구조사 등을 시행해 선거 예측을 해왔다. 과학적인 통계학에 기반한 방법으로 유효하기는 하지만, 일정량의 오차는 늘 존재했다. 선거는 단 1표 차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하므로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항상 진행된 이유다.
이제는 그 갈증을 빅데이터를 통해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기존의 통계 분석이 현황 파악 및 진단에 활용되는 한계를 극복한다. 즉 빅데이터는 예측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그로 인해 최적화 전략을 계획할 수 있다.

이미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 검색으로 쉽게 빅데이터를 통한 여론 읽기가 가능해졌고,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는 등 매우 유효한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선거에도 빅데이터는 매우 유용하다. 실제로 지역 특성 및 유권자 성향을 종합한 ‘선거 마이크로 전략 지도’는 후보자 유세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 활용됐던 '선거 마이크로 전략 지도'는 전국 17개 시도의 인구, 연령, 선거인 수 등 통계청 정보와 지리정보, 여론조사 결과 및 역대 선거 결과 등의 정보들을 분석하여 투입 대비 득표 확률이 높은 지역을 단계별로 표시한 것이다. 이 지도를 바탕으로 정밀한 유세 전략 세우고 유세 차량의 동선을 계획할 수 있다.
후보자의 정책을 보는 다양한 채널
선거는 국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선택하는 일이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을 꼼꼼하게 검토할 채널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TV 매체, 인쇄 매체가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와 심지어 메타버스 게임에까지 채널이 확장됐다.
최근 유튜브는 중요한 정치적 홍보 및 유권자와의 소통 채널로 자리 잡는 추세다. 동영상 플랫폼이 갖는 특장점과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는 선호기제가 확실한 매체이기 때문에 일부 극단적 성향의 쏠림이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후보자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 기능으로는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선거와 놀이가 만난 발상의 전환도 흥미롭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가상 공간에 등장한 사례가 있다.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에 마련된 바이든 선거 캠프에서 가상의 바이든은 선거 유세를 했고, 당선이 확정된 이후에는 다른 아바타들과 파티를 즐겼다. 게임 콘텐츠를 시작으로 공연, 의료·보건, 교육, 쇼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된 메타버스가 현실의 선거 현장을 가상으로 옮겨 놓은 시도다.

이 시도가 보편적인 선거의 모습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메조미디어의 리포트에 따르면 이제 막 ‘태동기’를 맞은 메타버스가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의 확인이라는 의의가 있다. 또 메조미디어는 “대략 2028~2030년 메타버스 정착기에 이르면 데이터, AI와 결합해 더욱 진화한 형태로 완성될 것”이라 전망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선거 현장을 기대하는 것은 과학기술이 그렇듯 선거도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 김현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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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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