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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읽지 못하던 헤라클레니움 두루마리, AI가 읽었다! 인공 지능을 사용하여 2000년 전에 불에 탄 파피루스의 텍스트를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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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춘 폼페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나폴리 근처에 가면 반드시 들를 곳이 있다. 바로 갑작스러운 화산폭발로 인해 지구상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곳이자 역사적으로 유명한 고대 로마의 휴양 도시 폼페이 발굴지이다. 참고로 현재의 폼페이는 새롭게 건설된 신시가지를 나타내므로 과거 유적지는 스카비 디 폼페이(Scavi di Pompei)로 찾아가야 한다.

본래 상업이 크게 발달했던 폼페이는 서기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해 단 18시간 만에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다. 도시의 존재조차 잊혀질 만큼 모든 것이 사라졌던 폼페이는 1592년 운하를 건설하던 도중 화산 폭발로 인해 무너지고 파괴되었던 유적지, 그리고 과거 예술 작품이 발견되면서 존재를 알리게 되었다.

 

폼페이의 옆 동네, 헤르쿨라네움

폼페이는 한때 로마보다도 발달했던 도시국가였으며, 기원전 수 세기 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폼페이는 근처의 헤르쿨라네움, 스타비아이 등이 동맹을 이루며 발달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위 도시들 모두 화산 폭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폼페이는 근처의 헤르쿨라네움, 스타비아이등이 동맹을 이루며 발달했다고 한다. 검정색 부분은 화산 폭발로 인한 피해 예상 지역. © MapMaster

특히 헤르쿨라네움, 오플론티스, 스타비아이 등의 도시들은 도시 자체가 화산재 및 쇄설물에 그대로 묻혀버렸다고 알려져 있다. 최소 2천 년간 쌓였던 화산재는 도시의 모든 것을 딱딱한 암석으로 만들었으며 현재도 위 암석을 파내며 유적지 및 고대 도시 발굴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 중 단연 유명한 유적물은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이다.

이 중 단연 유명한 유적물은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이다. © Vesuvius Challenge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천 개가 넘는 두루마리가 화산 잔해에 묻히고 덮여 있었다고 한다. 고대 도시 헤르쿨라네움의 로마 별장 서고에 있던 두루마리는 1800년대에 지역 농부에 의해 발견된 바 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고대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수 세기 동안 지하에 갇혀서 탄화되고 깨지기 쉬운 상태로 방치되어 문서를 손상하기만 했을 뿐 읽는 데에는 실패했다.

 

베수비오 챌린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와 함께 파묻힌 고대 도시 헤르클라네움의 고대 파피루스 속 문장을 해독하는 대회인 ‘베수비오 챌린지(Vesuvius Challenge)’에서 유세프 나데르(Youssef Nader), 루크 패리터(Luke Farritor), 줄리안 실리거(Julian Schilliger) 세 명의 젊은 과학자들은 이전까지 읽을 수 없었던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의 구절을 인공지능(AI)를 이용하여 해독하였고 이를 통해서 대상을 수상했다. 70만 달러(대략 10억)의 상금을 나눠 가진 우승자들은 두루마리를 펼치지 않고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네 구절을 읽는 데 성공했으며 이로써 최초로 고대 비밀을 풀기 시작한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이들의 최초 목표는 각각 최소 140자로 구성된 네 개의 텍스트 구절을 해독하는 것이었으며, 최소 85% 이상의 문자를 ‘복구 가능’ 또는 읽을 수 있는 상태로 해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고대 철학자 필로데무스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미지의 문장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대회 우승자들은 두루마리를 CT로 판독한 뒤 머신러닝 모델에 학습시켜 보라색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인 ‘ΠΟΡΦΥΡΑϹ’를 최초로 해독해내기 시작했다. © Vesuvius Challenge

이 글에서 필로데무스는 아름다움, 음악, 음식의 즐거움을 통해 좋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해 기술한 것이 드러났으며 연구자들은 이 텍스트와 앞으로 발견될 텍스트가 “고전 세계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호 해독을 위한 수십 년간의 노력

수십 년간 헤라클레니움 두루마리 해독을 위해 노력해 왔던 인류는 2023년 3월, 브렌트 실즈(Brent Seales), 실리콘밸리 기업가 냇 프리드먼(Nat Friedman), 그리고 엔지니어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s)가 이 대회를 시작하며 해독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2023년 말, 행사 주최 측은 영국 옥스퍼드 근처의 다이아몬드 광원 입자가속기에서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를 촬영한 바 있다. 이를 통해서 두루마리의 고해상도 컴퓨터 단층 촬영(CT) 스캔이 생성되었으며 이후 스캔을 3D 복셀(voxel)로 변화시켰다. 참고로 복셀(voxel)은 부피(volume)와 픽셀(pixel)을 조합한 혼성어로(2차원 이미지 데이터가 픽셀로 표시되는 것에 대한 비유하여) 3차원 체적 요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 요소를 나타낸다.

이후 ‘세분화’라 부르는 단계의 3D 스캔에서 구겨진 두루마리 층을 추적해 이미지를 펼치거나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음 단계로 머신러닝을 사용하여 파피루스의 납작한 부분에서 잉크가 묻은 부분들을 식별하며 잉크를 감지하는 일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머신러닝 모델은 고대 그리스 문자, 광학 문자 인식(OCR) 또는 기타 언어 모델을 식별하도록 훈련되지 않았으며, 단순히 CT 스캔에서 잉크 얼룩을 감지한 다음 각 개별 얼룩을 조합하고 재구성하여 글자가 나타난 곳에 글자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켄터키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브렌트 실즈(왼쪽)가 스캔 케이스 안에 있는 헤라클레니움 두루마리를 살펴보고 있다. © Univ. of Kentucky

여기서부터는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대회 주최자 중 한 명인 켄터키 대학교의 브렌트 실즈는 잉크의 밀도가 파피루스와 비슷해 감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해독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렸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AI를 이용해 헤라클레니움 두루마리를 판독한 방법

하지만 몇 달 만에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직 물리학자인 케이시 핸드머는 텍스트에서 갈라진 질감을 발견했으며(이를 ‘크래클’이라고 부름), 공동 우승자인 학부생이자 Space X 인턴 학생 패리터는 핸드머의 관찰을 머신러닝 모델에 학습시켜 보라색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인 ‘ΠΟΡΦΥΡΑϹ’를 최초로 해독해 내기 시작했다. (판독 과정 영상 바로 보러 가기)

헤라클레니움 두루마리의 대략적인 판독 과정 © Univ. of Kentucky Pigman College of Engineering

그리고 2023년 10월, 마침내 베를린 자유대의 박사과정 학생 나데르는 몇 줄의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 세분화 부문에서 세 차례나 상을 받은 바 있는 스위스의 로봇공학 학생 실링거 역시 파피루스 두루마리의 3D 매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점은 위 결과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2024년에는 실로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다음 베수비오 챌린지가 열릴 올해 연말까지 전체 작품 혹은 최대한 많은 양의 두루마리를 읽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고대의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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