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는 육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치타의 속도와 유연성을 로봇에도 적용하려는 시도를 해오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팀은 치타의 생체역학에서 영감을 얻어 단단한 표면이나 물에서 전 세대 소프트 로봇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8일 자에 소개된 이 새로운 소프트 로봇은 물건을 섬세하게 움켜쥐거나, 무거운 물체도 들어 올릴 수 있다.
논문 교신저자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기계 및 항공우주공학과 지에 인(Jie Yin) 조교수는 “지상에서 가장 빠른 치타는 척추의 굴곡에서 속도와 힘을 얻는다”고 설명하고, “이 점에 착안해 스프링으로 구동되는 ‘쌍안정성(bistable)’ 즉 두 가지 안정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척추를 가진 새로운 소프트 로봇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련 동영상>

기존 소프트 로봇보다 세 배 이상 빨라
이 로봇은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내부 채널에 공기를 불어넣는 방식으로 두 가지 안정상태 사이를 빠르게 전환한다.
인 교수는 “두 상태 사이를 빠르게 전환시키면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돼 로봇이 재빠르게 지면에 힘을 가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로봇의 발이 지면을 박차고 표면을 가로질러 달리게 된다”고 전했다.
인 교수에 따르면 이전의 소프트 로봇들은 발이나 몸체가 항상 지면에 붙어있어 기어 다니는 형태가 됨으로써 속도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소프트 로봇은 평평하고 단단한 표면에서 초당 최대 몸길이(body lengths)의 0.8배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성능 증강을 위한 탄력 불안정성 활용(LEAP, Leveraging Elastic instabilities for Amplified Performance)’ 기법을 적용한 새로운 종류의 소프트 로봇은 약 3헤르츠(Hz)의 낮은 작동 주파수에서 초당 최대 몸길이의 2.7배 속도를 낼 수 있다.

경사로도 달려 올라가
새 로봇은 또한 가파른 경사도 달려 올라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면을 강한 힘으로 누를 수 없는 소프트 로봇들은 이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이 ‘질주하는(galloping)’ 새 LEAP 로봇은 길이가 약 7㎝에 무게는 45g 정도다.
한편 이런 소프트 로봇에 비해 치타를 닮은 하드 로봇들은 덩치가 크며, 빠르고 안정적인 운동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치타 하드 로봇으로, 지난해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선보인 네 발 달린 새 버전의 치타 하드 로봇은 무게 9㎏의 개 만한 크기로, 사람이 보통 걷는 속도보다 약 두 배 정도 빠르게 달리고 자유자재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특히 이 치타 로봇은 공중으로 뛰어올라 360도 공중제비를 돌 수 있고, 외부 힘에 의해 뒤집어지거나 쓰러져도 곧바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안정성을 자랑한다. <관련 동영상>

달걀 움켜쥐고, 10kg 이상짜리 물체도 들어
이번 소프트 로봇 개발팀은 LEAP 설계로 소프트 로봇의 수영 속도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로봇에 발이 아닌 지느러미를 부착해 초당 0.78 몸길이의 속도를 구현했다. 이전의 가장 빠른 수영 소프트 로봇의 속도는 0.7 몸길이였다.
인 교수는 “여러 로봇들이 협동해서 물체를 집게처럼 움켜쥐는 방법도 시연했다”고 말하고, “로봇이 가하는 힘을 조절함으로써 달걀처럼 섬세한 물체나,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 무거운 물건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일종의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으로서, 앞으로 설계를 수정해 더욱 빠르고 강력한 LEAP 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인 교수는 “이 소프트 로봇의 응용이 가능한 분야는 속도가 필수적인 수색과 구조 기술 분야, 산업 제조 분야 등”이라며, “예를 들면 속도가 빠르면서도 부서지기 쉬운 물체를 다룰 수 있는 생산라인 로봇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민간 부문과 협력해 이 기술을 실제 현장에 통합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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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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