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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김순강 객원기자
2020-04-23

로봇이 말랑말랑해도 되나요? '첨단기술 과학 '카오스강연서 '소프트 로봇'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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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빅 히어로’에 나오는 로봇 ‘베이맥스’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금속 재질의 딱딱하고 강인한 모습의 로봇과 달리 마시멜로를 뭉쳐 만들어 놓은 듯한 푸근하고 부드러운 몸을 갖고 있다.

이렇게 재질이 말랑말랑하고 움직임이 부드러워도 로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2일 ‘첨단기술의 과학’을 주제로 진행된 카오스 강연에서 김호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소프트 로봇’에 대해 강연했다.

김호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22일 카오스 강연에서 '소프트 로봇'에 대해 설명했다. ⓒ카오스 강연 영상 캡처

로봇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도 되나요?

그는 “기존의 딱딱한 로봇과 달리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로봇을 ‘소프트 로봇’이라고 한다”며 “문어나 코끼리 코와 같은 생물의 구조와 움직임에서 소프트 로봇을 만드는데 유용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 로봇의 종류는 직접적으로 생체 근육이나 미생물의 편모를 인공구조에 부착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부터 생체의 모양과 기능만 모방한 ‘생체 모방 로봇’까지 다양하다.

김 교수는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팔은 딱딱하고 기계적이어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사람의 팔을 대신하는 로봇팔이라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소프트 로봇이 안전성과 심리적으로 친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소프트 로봇은 기존 로봇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무게도 가볍다는 것과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이 가능한 환경 적응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로봇은 전기모터로 구동되는데, 소프트 로봇은 어떻게 움직일까. 김 교수는 “소프트 로봇은 전기에서 벗어나 습도나 온도, 빛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구동하게 된다”고 답했다.

이를 토대로 김 교수는 “코끼리 코나 식물 등 자연에게서 소프트 로봇으로 향하는 길을 묻고, 역학으로 길을 만들며 소프트 재료와 최적 설계로 열쇠를 만들어 문을 열게 되면 소프트 로봇이 탄생된다”고 ‘소프트 로봇 개발 지도’를 표현했다.

실례로 김 교수는 자신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상 점핑 로봇’을 소개했다. 그는 “물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연못의 소금쟁이를 잡아서 수조에 모아놨더니 옆에 다른 소금쟁이가 오면 로켓처럼 튀어 오르고 체조선수처럼 백덤블링까지 하는 모습에서 착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호영 교수가 소프트 로봇 개발 과정을 표현한 '소프트 로봇 개발 지도'. ⓒ카오스 강연 영상 캡처

소프트 로봇, 소프트 소재 개발이 필수적

그런데 실제로 물에서 뛰어오르는 로봇을 만들었을 때, 소금쟁이처럼 우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 교수는 “고속 촬영 카메라로 소금쟁이의 점프 과정을 촬영해서 관찰하고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최적의 속도로 트램펄린에서 탄성에너지로 뛰어오르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소금쟁이 로봇에는 ‘형상기억합금’이라는 소프트 재료가 사용됐다. 형상기억합금은 잘 휘면서도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특성이 있어 로봇이 물에 떠 있을 때와 도약할 때 다리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또 다른 소프트 로봇의 사례는 ‘하이그 로봇’이다. 근육 없이 습기 방출과 흡수를 반복하면서 움직이는 식물처럼, ‘하이그 로봇’은 물을 에너지로 이용해 움직인다. 이는 나노 섬유를 한 방향으로 차곡차곡 쌓아 식물과 비슷한 구조를 만들어서 습기를 흡수할 때 상승하고, 습기를 배출할 때 하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진하게 되는 원리다.

하이그 로봇은 전장이나 환경오염 지역에 뿌려서 정보를 수집하는 ‘스마트 더스트’ 분야나 사람 피부 위에 놓고 치료에 필요한 약물을 전달하는 의료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소프트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기 활성 고분자’, ‘광반응 물질’ ‘흡습성 물질’ ‘형상기억합금’ 등 소프트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김호영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일반적인 사물의 모양을 유연하게 변화시키는 ‘모핑 기계’ 기술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김 교수는 “모핑 기계 기술이란 예를 들어 외부에서 에너지와 자극을 주면 평평한 종이가 스스로 접혀서 삼차원의 종이학이 되고, 둥근 공이 피라미드 모양으로 변하는 기술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풍선불기, 종이접기, 모래성 쌓기 등 어렸을 때부터 삼차원 모양을 만들기 위해 놀이처럼 해왔던 방식을 진지하게 해석하고 자동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결국 로봇과 기계와 일상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하드웨어에 대한 개념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휴보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미래 로봇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김호영 교수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오스 강연 영상 캡처

미래 로봇 기술 발전 방향은?

그렇다면 앞으로 로봇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까. 이날 강연에서 함께 토론에 참여한 오준호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래 로봇 기술의 발전을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성(Autonomy), 운동성(Mobility)’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볼 수 있다”며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 속에서 어느 정도의 지능을 지닌 로봇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호영 교수는 “로봇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과거에는 로봇 기술이 최첨단으로 발전했지만, 현재는 생체를 모방한 소프트 로봇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로봇이라는 환경을 허물고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외 내로라하는 최고 석학들이 강연자로 나서는 카오스재단의 카오스 강연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오는 29일, 선웅 고려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가 ‘미니뇌 제작 기술’을 주제로, 한국인공지능학회 회장인 이성환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가 AI를 주제로 강연함으로써 마무리될 예정이다.

강연은 유튜브나 네이버TV에서 ‘카오스사이언스’를 검색하면 시청가능하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20-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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