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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척수 무선 통신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가 다시 걷다 무선 통신으로 인한 신경 회복 및 재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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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나 질병에 의한 척수 손상

사람이 걷기 시작할 때 뇌는 다리 움직임을 제어하는 척추 부위인 요천추에 위치한 뉴런에 명령을 보내게 된다. 만약 사고나 질병에 의해서 척수가 손상(외상성 척수 손상)되면 뇌와 척수 사이 통신이 중단되어 뇌와 신체 사이 신경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된다. 이 때문에 걷거나 운동하는 것이 매우 힘들거나 불가능해지며 운동 신경이나 감각 등에 마비가 초래된다. 구체적으로 손상 정도에 따라서 완전 사지 마비나 흉수 이하 손상에 의한 하지 마비, 그리고 손상 부위 이하의 일부 감각이나 운동 기능이 보전된 불완전 척수 손상 등으로 구분된다.

 

뇌와 척수 사이의 통신을 복원할 수 있는 뇌-척수 인터페이스 개발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The 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의 앙리 로라흐 교수(Prof. Henri Lorach)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최근 뇌와 척수 사이의 통신을 복원할 수 있는 뇌-척수 인터페이스(BSI)를 개발하였다. 연구팀은 이 장치가 팔과 다리가 마비된 사람이 자연스럽게 일어서고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으며, 위 연구 내용과 논문은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되었다.

전극 64개가 달린 센서 2개로 뇌파감지 후, 해독, 자극, 선택적인 근육의 활성화 과정을 통해서 하반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한 BSI 인터페이스 ⓒ Lorach et al. 2023

연구팀을 함께 이끈 그레고아 쿠르틴 교수(Prof. Gregoire Courtine)와 랑스 CEA-Leti의 Clinatec의 BSI 프로그램 책임자 기욤 샤르베 교수(Prof. Guillaume Charvet)는 위 연구에 대해서 디지털 연결고리를 개발하여 뇌와 움직임을 제어하는 척수 영역 사이의 통신을 다시 설정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질 표면의 뇌 활동을 기록할 수 있는 고유한 이식형 의료 기기인 WIMAGINE을 기반으로 BSI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는 실험 대상자의 생각을 포착하고 이를 척수 자극으로 변환하여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BSI는 뇌의 피질 활동을 기록하고 요천추 척수를 실시간으로 자극하는 두 개의 완전 이식형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환자의 움직임 의도를 실시간으로 해독할 수 있는 인공 지능 기반으로 전용 알고리즘 역시 함께 포함되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두개골과 동일한 두께의 지름 50 mm 티타늄 케이스에 내장된 64채널 전극 그리드를 사용하여 뇌의 뇌전도(ECoG) 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한다. 기기내의 처리 장치는 움직임을 제어하는 뇌 영역에서 기록된 뇌파 신호를 사용하여 사용자가 의도하고자하는 운동을 예측한 후 이러한 의도를 기반으로 다리 근육을 활성화하는 자극 명령으로 변환한다. 전기 자극은 16 전극 패들 리드에 연결된 이식형 펄스 발생기를 사용하여 목표 부위에 전달된다. 위 인터페이스의 가장 혁신적인 점은 전체 시스템이 무선으로 작동하므로 사용자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불완전한 경추 척수 손상을 입은 38세 남성, 12년만에 다시 걷다

연구진은 그들이 개발한 BSI를 테스트하기 위해 10년 전 자전거 사고로 불완전한 경추 척수 손상을 입은 38세 남성 게르트 얀을 실험 대상자로 모집했다. 그는 이전에 척수에 표적 경막외 전기 자극을 가하는 STIMO 시험에 참여한 적이 있었으며 그 덕분에 그는 앞바퀴 보행기의 도움으로 걸을 수 있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극만을 이용한 정기적인 훈련을 3년 동안 받은 후 회복이 정체기에 이르렀고, 이 때문에 이 최신 연구인 BSI 프로그램에 등록하게 되었다.

공동 수석 저자이자 로잔 대학 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조슬린 블로흐 교수(Prof. Jocelyne Bloch)는 참가자의 뇌 중 좌우하지를 움직이려는 의도에 반응하는 대뇌 피질 부위와 요추 척수에 넓적한 두 개의 기록 장치를 수술로 이식하며 실험 준비를 시작했다. 연구진은 다음 BSI를 보정하여 얀이 움직이거나 운동하려는 의도와 관련된 심전도 신호의 특징을 파악하고 하지 근육의 특정 그룹을 조절하는 자극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후 ECoG 신호를 다선형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단 몇 분 만에 참가자가 고관절 부분을 제어할 수 있도록 BSI를 보정했다.

스위스 로잔대학병원의 과학자와 BSI 교육 참가자 게르트 얀 ⓒ Jimmy Ravier

얀이 목발의 도움을 통해서 걷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력 및 스윙 기능과 관련된 근육을 대상으로 하는 자극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몇 분간 BSI로 훈련한 후 참가자는 자연스럽고 독립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BSI가 꺼지면 즉시 걸음을 내딛을 순 없었지만, 다시 켜자마자 걷기가 재개되었다.

연구진은 기존 STIMO 실험 시 참가자가 자극을 받으면 기본적인 보행 능력을 회복하고 자극을 받지 않으면 부분적인 이동성을 회복했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 있다가 걷거나 멈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평평한 표면 위에서만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왼쪽: 신경재활 전 자극만 주었을때 (PreSTIMO), 가운데: 신경재활 후 자극이 동반되었을 때 (PostSTIMO), 오른쪽: 신경재활 후 BSI 프로그램을 진행했을시,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음 ⓒ Lorach et al. 2023

반면, BSI를 경험한 후에는 가파른 경사로를 쉽게 오르내리고, 계단을 오르고, 장애물을 통과하며, 변화하는 지형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 BSI는 연구진의 적절한 감독 없이도 집에서도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기에 인터페이스의 안정성도 인정받고 있다.

BSI 프로그램 이후 누워있는 상태에서 다리를 들 수 있었다. ⓒ Lorach et al. 2023

기능 회복, 12년 만에 마비 환자가 다시 걸었다! - 뇌졸중 환자에도 같은 방법 적용 기대

40회의 신경 재활 세션(BSI를 이용한 걷기, BSI를 이용한 단일 관절 운동, BSI를 이용한 균형 잡기 및 표준 물리 치료)을 마친 참가자 얀는 위 기구가 꺼진 상태에서도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었고 모든 기존 임상 평가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자극 없이도 집 주변을 독립적으로 걷고, 자동차를 타고 내리고, 바에서 서서 맥주를 마시는 등 삶의 질이 의미 있게 향상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뇌와 척수 사이에 일부 신경이 연결된 것이라고 한다. 즉, 무선 통신이 몸안에서 잠시 끊어졌던 유선 통신망을 복구한 셈이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로잔대학병원의 연구원과 같이 걷고 있는 모습. ⓒ스위스 로잔대학병원, Gilles Weber

연구에 참여한 참가자 게르트 얀은 자신의 소원은 다시 걷는 것이었고 그것이 가능해지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해서 걷는 법을 시도했던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자연스럽게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얀은 날에 따라서 다르지만 최소 100미터에서 200미터를 걸을 수 있고, 기구의 지원 없이도 2분에서 3분 정도 서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얀은 BSI와 이전의 STIMO 실험을 통한 척수 자극과 비교해보면 STIMO를 이용했을 시 자극만으로는 아주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았으며, 이전에는 자극이 본인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각으로 자극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쿠르틴 교수는 비슷한 방법으로 팔과 손의 제어 능력을 잃어버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뇌졸중 마비 환자의 팔과 손에도 적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06-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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