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인기는 없었다.”
과학 얘기다. 최근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과학 관련 행사와 콘텐츠들이 자주 눈에 띈다. 4월이 과학의 달이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과학이 조금씩 대중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과학은 인류의 삶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며 공존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높은 성벽 안에 홀로 사는 거인과 다르지 않았다. 과학지식이 지나치게 전문화, 세분화 되면서 점차 대중과 거리가 멀어진 탓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합리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이 대중과 가까워야 한다는 당위성을 붙잡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학 주변의 이야기나 과학 소재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대신 과학, 그 자체를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그들이다.
과학과 대중의 연결고리, 과학 커뮤니케이터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과학과 대중을 이어주는 매개자다. ‘과학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문화 장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제는 한국고용정보원의 표준직업분류 포함안(과기정통부, 「2018 과학문화산업 혁신성장 전략 안」)이 발표될 정도로, 사회에 꼭 필요한 핵심 인력이 되었지만,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가깝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실제로 소위 1세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최재천 교수, 이정모 관장, 이명현 박사, 정재승 교수 등이 불모지 같았던 환경에서 과학을 강연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과학을 쉽게 전달하려는 과학자들의 시도가 꽤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과학과 대중은 서로가 소통할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하지만 꾸준한 과학의 대중화 운동, 그리고 개별 전문가들의 노력이 낙수(落水)가 바위를 뚫듯 지금의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알려진다.
최근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한국형’으로 개발돼 자리 잡아 가는 모양새다. 먼저 시작한 유럽이나, 미국의 대표 사례들처럼 캐주얼한 분위기까지 대중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식 예능, 대중의 과학적 욕구, 디지털 기술의 대중화 등 다층적 요소들이 복합 작용해 과학을 전달해 줄, 정확한 과학 지식을 알게 해 줄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되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 형태가 토크쇼, 강연, 공연, 저널리스트 등 무엇이 되었든 좋은 콘텐츠가 나와서 대중과 소통할 토양이 형성되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유사과학·비과학을 ‘과학적 근거’로 싸울 무기 하나가 생긴 것과 같다.
실제로 과거에는 대중과 과학이 분리돼 있었다. 대중은 과학이니까~, 과학인데~, 과학이라서~가 통용되었고, 과학은 철저히 전문가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달라져야 한다. 과학적 사고는 합리적 사회를 만들고 미래를 준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넓은 세상 속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만나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졌다. 과학 콘텐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만큼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또, 일부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여느 아이돌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그리고 ‘진로탐색’에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실리기 시작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는 대표 기관이다. 해당 사업은 “국민들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과학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 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과학 커뮤니케이터 외에도 대중의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문화장르와의 융합한 과학융합강연자, 과학공연가, 과학크리에이터, 과학저널리스트, 과학일러스트레이터, 과학콘텐츠디벨로퍼, 과학스토리텔러, 과학저술가, 과학공연기획가 등의 인력을 양성해 현재 96명이 등록·활동 중이다.
이미 해외에는 90년대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대중과 소통하면서 과학으로 사고하는, 과학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대표 글로벌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소개한다. 넓은 세상 속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만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기대한다.
먼저 ‘과학 아저씨’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빌 나이(Bill Nye)(→SNS 바로 가기). 빌은 미국 PBS 방송사의 ‘빌 아저씨의 과학 이야기(Bill Nye the Science Guy, 1993~1998)’라는 TV교육 프로그램 진행자다. EBS에서 더빙 방영되면서 한국에도 알려졌고, 2017년에는 과학 이슈를 풀어내는 넷플릭스 시리즈 ‘세상을 구하는 사나이 빌 나이(Bill Nye Save The World)’에 출연했다. 현재 6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SNS에 과학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콜라에 멘토스 넣기’ 실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스티브 스팽글러(Steve Spangler)(→SNS 바로 가기). 스티브는 2007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특히 독특한 발상과 ‘엄마한테 혼날법한’ 기상천외한 과학실험에 도전하는 영상을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을 통해 공유해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제2의 칼 세이건’으로 불리는 미국의 물리학자 닐 드그라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유튜브 바로 가기). 닐 타이슨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유명 TV 프로그램 ‘스타토크’와 ‘코스모스’ 진행자로 유명하다. 팟캐스트,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과학, 수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스타들과의 대담을 공개한다. 그도 역시 2007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21세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다작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타이틀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유튜브 10억 뷰 채널’의 소유자 데릭 뮬러(Derek Muller)(→유튜브 바로 가기). 데릭 뮬러는 비과학·유사과학을 과학으로 풀어내거나, 일반인이 만나기 어려운 특별 게스트 인터뷰나 일반인 접근금지 연구소를 보여주는 일종의 대리만족 콘텐츠로 대중과 소통한다.
한편, 24일에 개막하는 <대한민국 과학축제> ‘사이언스 살롱’에서도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준비한 강연,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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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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