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사이언스타임즈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구를 지켜라’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 지면상 1편에서 계속되는 기사입니다. (1편 바로 보러 가기)
협상 마감 시한이 지나며 교착 상태에 빠진 COP27
COP27의 공식적인 마지막 날이 지나가며, 각국 및 다양한 정부단체를 대표하는 협상가들은 지쳐갔다. 본 COP27에서의 핵심 인물이었던 파키스탄 기후 장관 셰리 레만(Sherry Rehman)이 밤새 깨어있다가 본 회의장 밖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지난 COP26 의장이었던 영국의 협상가 알록 샤르마(Alok Sharma)의 얼굴에 분노가 이는것이 목격되었다. 이에, 여러 전문가들은 교착상태에 빠진 COP27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협상의 시안을 하루 넘긴 토요일 오전에는 유럽 연합과 다른 여러 국가들의 대표자들은 협의안 없이 COP에서 탈퇴할 수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COP27에서 가장 큰 견해 차이를 보여준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 사안 때문으로 알려졌다.
샤름 엘-셰이크 COP27 협정이 최종 통과되다
여러 협상가들, 전문가들과 기자들은 지쳐서 COP를 떠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샤름 엘 셰이크에서의 긴 이틀 밤이 지나가며 10월 20일 현지시각으로 새벽이 되자 협의안은 최종 합의문에 가까워져 갔기에 COP27 의장단은 최종 회의가 현지 시각으로 새벽 3시에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본회의에 참석한 각국 기후 대사들과 책임자들을 비롯하여 COP27 회장 사메 쇼우크리(Sameh Shoukry)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많은 언론인이 다시 본 회의장에 입장했으며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에 관한 협의안이 통과되는 순간 여러 국가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스위스의 대표자들이 최종 정치적 합의를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 밝히며 즉시 절차 중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회의장에 큰 긴장감이 맴돌았으며, 여러 국가의 정상들이 다시 모였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알록 샤르마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대표단과 함께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이려는 계획에 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긴 회의 끝에 각국 책임자들은 자리로 돌아갔으며, 마침내 샤름 엘-셰이크 협정이 최종 통과됨이 선언되었다.
COP27에서 합의된 주요 협의 내용은?
이번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가한 200여 국가들은 11월 20일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인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을 마련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관한 더욱 구체적인 계획은 다뤄지지 못했으며,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제한에 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기후 변화 대비에 민주주의 및 국가 정세가 중요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COP27의 중요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gnacio Lula Da Silva)이 2030년까지 브라질의 탄소 감축 목표를 재확인시켰기 때문이다.
COP27의 4가지 주요 시사점
1. 파리 협약 이후 가장 큰 진전?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에 대한 협의안은 COP15의 파리협정 이후 기후 변화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협의사항이며 역사적인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는 별개로 기후 변화 탓에 이미 피해를 본 여러 나라들은 모든 것을 잃고 있는 상황이었다.
예를 들면, 기후 행동 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의 하지트 싱기(Harjeet Singh)는 지난 회의에서 파키스탄의 홍수로 인해서 집이 사라진 것을 본 사람에게는 태양 전지판이나 방파제 벽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질문한 바 있다. 위 기금의 자세한 계획은 향후 추가 논의될 계획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위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 합의안은 돈이나 보상 혹은 배상 이상의 합의안으로 각국 간의 연대와 신뢰 재건에 관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전 세계에 미칠 극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위 기금을 통해서 뒤처지는 나라가 없게 만드려는 선진국 및 부유 국가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2. 혹은 파리 협약 이후 가장 큰 후퇴?
하지만 BBC의 환경국 편집장 저스틴 로우라트 등 여러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 회담이 30여 년 전 유엔 기후변화 회의가 처음 시작된 이후로 처음으로 특별한 합의안을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면으로는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기후 회의에서 통상 다뤄져야 하는 기후 변화 관련 주제가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기금에 관한 내용만 다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의 주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계획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는 기금의 협의가 되지 않으면 어떤 합의안도 진행하지 않겠다는 여러 국가들의 강한 의지 때문에 협상이 계속해서 미뤄지며 총회가 주말까지 연장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도 여러 국가들은 기금을 위한 협의를 제외한 어떠한 협의에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최종 협의안에 배출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최종 합의안에 “재생 가능 에너지(renewables)”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었지만, “저배출(low-emission)” 에너지도 포함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가스가 석탄보다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스 자원 개발을 허용할 수 있는 중요한 허점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동안 기금의 협의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COP26의 의장 알록 샤르마 역시 최종 합의문에 대해서 큰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과학적인 결과 및 예측대로 2025년 이전에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내용은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러 언론은 이 때문에 이번 이집트 총회를 ‘승리할 수 있었지만 실패한 회의’로 기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협상의 마지막 몇 시간은 기후 변화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놓친 진정한 ‘후퇴’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3. ‘1.5도’의 의지가 약해졌다
COP27에서 유럽 연합과 다른 선진국들은 지구 온도 평균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는 결국 헛수고로 돌아가고 말았다.
알록 샤르마는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대한 보다 확실한 후속 조치도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화석 연료에 대한 보다 강력한 규제가 없다는 점은 지난 COP26에 비해서도 후퇴한 협의안이며,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제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협의안이 될 수 있다.
물론 1.5도의 의지는 부유한 국가들만의 것이 아니다. 적도의 섬나라들을 포함하여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서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지는 마셜 제도의 기후 특사 캐시 제트닐-키지너(Kathy Jetnil-Kijiner)는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길 바란다고 설명하며 현재 협의안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손실 및 피해 금융 자금”을 통해서 불가능함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1.5도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녀는 내년 COP28에서 화석 연료를 완전히 중단함에 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이번 COP27에서는 1.5도에 대한 강한 입장 차이가 보였다. 예를 들면 미국, 영국, 스위스, 및 유럽 연합 등의 부유한 국가들은 1.5도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중국과 같은 신흥 부유국은 이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5도의 약속은 지구를 지키는 약속이기도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정치, 경제적 다리가 될 수 있기에 여러 국가들은 앞으로도 이에 관한 강한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4. 화석연료 사용 감축에 진전이 없었다
석탄,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 등으로 대표되는 화석연료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요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COP에서 가장 먼저 다뤄져야 할 핵심 사안으로 원전과 재생에너지로의 교체를 통한 화석 연료의 자체 폐기를 지적한 바 있다. 이는 COP26에서 가장 먼저 다뤄졌던 내용이며, 이를 통해서 2030년까지의 화석 연료 순차적 감축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COP27에서는 인도 등 여러 나라가 모든 화석 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을 주장했으며, 유럽 연합 및 선진국 들도 이에 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위 내용은 최종 합의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COP27을 그들의 국가에서 새로운 석유 및 가스 이니셔티브를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사용하기를 희망했으며, 이는 같은 아프리카 대표들에게도 큰 우려를 받은 사항이다. 화석 연료의 강한 제재가 없을 경우 가장 먼저 큰 피해를 받는 대륙 역시 아프리카 대륙이기 때문이다.
Friends of the Earth Africa의 바바왈레 오바얀쥬(Babawale Obayanju) 역시 석탄 발전소의 중단 및 감소 없이 이들의 단계적 중단에 대해서만 논의함은 아프리카 기후에 큰 피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며, 아프리카는 부유한 국가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리카 지역 사회를 파괴하는 가스 추출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COP27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필요한 것은 모든 화석 연료의 빠르고 공평한 단계적 제거에 대한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한 재논의는 COP28에서 재개될 예정이지만, 각국의 이익만을 대변했던 올해와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지구를 지키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많은 언론에서는 이번 COP27의 가장 큰 화두는 브라질의 대통령 당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2009년 코펜하겐 회의 때와 같이 2030년까지 브라질의 삼림벌채를 순 제로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선언하며 회의장을 열광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아마존의 무분별한 파괴로 인한 탄소제거 산림 감소에 관해서 크게 우려하던 전 세계의 전문가들 역시 환호로 답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국의 기존 탄소 감축 목표가 단기간에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보이며 이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를 통해서 각국의 정치 상황 또한 지구를 지키려는 인류의 한가지 목표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COP28은 두바이에서 열린다
길고 길었던 2주간의 COP27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게 되었다. 이번 COP27에서 다루지 못했던 수많은 주제들은 내년 COP28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참고로 내년 COP28 총회는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구를 지켜라’ 시리즈 안내
2. 2021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다뤄진 내용들은?
3. [중간 점검] COP26에서 합의된 사항들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4. 2022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다뤄질 내용들은?
5. 저탄소 및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은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6. 아프리카는 화석 연료 식민주의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7. 2022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 합의된 사항들 - 1편
8. 2022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7)에서 합의된 사항들 - 2편
9. 기후변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2-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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