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나 벌과 같은 진사회성 동물은 특유의 노동 분담 형태를 진화적 특징으로 한다. 대개 번식을 담당하는 여왕이 존재하고, 일개미들은 아기들을 돌보고 둥지 안을 깨끗이 하며, 먹을 것을 모아 오는 일 등을 담당한다. 흥미로운 것은 일개미들이 하는 일이 이들의 나이에 따라 점차 변한다는 것이다.
일개미들 사이의 계급
젊은 개미들은 대개 둥지의 깊은 곳에서 지내며 여왕을 보좌하고 새끼를 돌보며 유모의 역할을 하고, 나이가 더 많은 개미는 둥지의 입구 근처에서 지내거나 바깥을 오가며 먹이를 모아 오는 먹이 담당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일개미 집단 내에서의 계급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연구에 따라 이 같은 계급 전환이 같은 계급 내에서 며칠 내지 몇 주 사이에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보고되기도 했었다.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지에 발표된 연구는 500마리 이상의 왕개미 속의 Camponotus fellah들을 직접 추적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연구들을 반박하는 결과를 보고했다. 일개미들의 이 같은 임무 변화가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지만, 이것은 일정한 나이에 무조건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개미 사이의 포지션 전환이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개별 개미들의 행동과 접촉망을 모두 관찰하기로 한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개미집을 설치했다. 그리고 거기에 서로 다른 세 개의 집단을 따로 형성시켰다. 일개미들의 가슴에 디지털로 인식 가능한 택을 하나씩 달고, 개미집에 설치된 카메라로 이들을 0.5초 단위로 찍었다. 그런 뒤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택을 읽어 시간별로 개미들의 위치를 자동 추적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관찰은 5개월 이상 지속되었다.
개미에 대한 관찰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예상했던 대로 유모 역할을 하는 개미들은 개미집 내에서 공간상 새끼들을 중심으로 가까운 곳에 포진해있는데 비해, 먹이 담당을 하는 개미들은 개미집 입구 근처로 분포해있는 것을 확인했다. 일부 중간 단계의 개미들은 이 두 계급이 차지한 공간의 중간 즈음에 있었다. 유모와 먹이 담당 계급에 속하는 개미들은 각 계급과 연관된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향을 보인데 비해, 중간 단계의 개미들은 공간적으로 제약되어 있지 않았다. 중간 단계의 개미들은 계급 전환을 시작했지만, 아직 성숙이 완성되지 않은 개체들로 특정 역할에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개미들은 평균적으로 태어난 지 34일 정도 되었을 때 유모에서 먹이 담당으로 포지션을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렇게 전환하는 시점은 개미들 별로 그 차이가 상당히 컸다. 일부 일개미들은 태어난 지 이틀째에 전환을 하는 반면, 다른 개미들은 143일째가 되어서야 전환을 시작하기도 한 것이다.

일개미의 계급 전환 시점은 나이가 아닌 확률
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모든 유모 개미들은 자기 나이와 상관없이 포지션 전환을 시작할 확률이 3%였다고 밝혔다. 세 개의 개별 개미 군집에서 같은 결과를 얻었으며, 이는 일개미들의 포지션 전환이 특정 나이에 따라 생리학적으로 엄격히 일어나는 일이기보다는 확률적으로 일어난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한편, 일개미들의 포지션 전환은 대개 유모 개미가 처음으로 먹이를 구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 뒤 머지않아 먹이 담당 개미로의 전환을 시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연구진은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것을 일개미들이 먼저 ‘사회적’으로 전환을 시작하고 이후 성숙을 시작하며 계급 전환을 완성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확률적 계급 전환은 진화적 산물일 것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일개미들의 계급을 나이에 따라 엄격히 구분할 수 있다고 본 이전의 연구들과 달리, 이들의 계급은 연속적인 분포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같이 확률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일개미들의 계급 전환은 진화의 산물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여왕개미가 알을 낳는 것은 산란기를 따를 것이고 새끼들이 자라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개미의 인구통계학적 분포가 일정치 않을 것인 만큼 이들의 계급 전환이 확률 분포를 따르면 각 계급을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유리할 수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으로 새로운 연구들이 신비로운 개미들의 생태를 더 밝혀내 주기를 기대해 본다.
- 한소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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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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