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종이에 넓게 펼쳐 놓은 세계지도는 왜곡이 심하다. 위도와 경도를 모두 직선으로 표시하는 메르카토르(Mercator) 도법은 가장 인기 높은 지도 작성 방법이지만, 학생들의 이해도를 오도한다.
남극과 북극의 왜곡이 특히 심해서 남극 대륙은 다른 대륙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커 보인다. 거리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본과 하와이는 아주 멀리 떨어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멀지 않다.
공같이 둥근 지구를 2차원 평면에 표현할 때 불가피하게 뒤따르는 왜곡이다. 이 오래됐지만 불편한 세계 지도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을까?
수 세기 동안, 지도 제작자들은 둥근 지구를 어떻게 평면에 왜곡이 덜하게 표시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지구 지도보다 더 정확한 평면지도를 만들어냈다고 프린스턴 대학이 최근 발표했다.
새 평면지도에는 3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프린스턴의 천체물리학 명예교수이자 ‘지금까지 가장 좋은 지도’로 묘사된 우주 로그 지도를 만든 리처드 고트(J. Richard Gott) 교수가 참여했다. 미국 선거 결과를 잘 보여주는 퍼플 어메리카(Purple America)를 만든 로버트 반더베이(Robert Vanderbei) 프린스턴 교수, 그리고 드렉셀 대학 물리학과의 데이비드 골드버그 (David Goldberg) 교수이다.
세 전문가가 만든 새 지도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LP 음반을 닮았다. 네모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원형으로 그렸다. 한 장에 지구를 담을 수 없어서 두 장으로 나눠 만든 다음에, 두 지도를 붙였다. 각 지도의 가운데 남극과 북극을 표시한 것도 새롭다. 지구를 한 장에 그리지 않고 두 장에 나눠 양면으로 만든 이 ‘원형의 양면 지도’는 평면 지도의 한계를 상당히 극복했다.
평면지도의 왜곡 현상 많이 바로잡아
지난 2007년에 골드버그와 고트는 평면 지도에 나타나는 6가지 왜곡 유형을 정량화했다. 국부적인 모습, 영역, 거리, 구부린 정도, 편향성, 경계 절단(연속성 간격) 등 6가지로 나눠 기존 지도에 점수를 매겼다. 숫자가 낮을수록 왜곡이 적은 것으로 지구본은 0.0이고 메르카토르 지도는 8.296으로 매우 높다.
1973년 프린스턴을 졸업한 동문이기도 한 고트 교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가지 부분이 정확하면, 다른 부분이 미흡할 수 있다. 교실 벽에 주로 많이 붙어 있으면서 구글 지도의 기초로 사용되는 메르카토르 도법은 지역 모양을 묘사하는 데는 탁월하다. 그러나 북극과 남극 부분을 너무나 많이 왜곡시키고, 게다가 극지방은 잘려 나가서 표시가 안된다.
지금까지 나온 지도 중 가장 점수가 높은 것은 매트릭스를 사용한 빈켈 트리펠(Winkel Tripel) 도법이다. 골드버그-고트 점수가 4.563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태평양을 갈라 놓았기 때문에 아시아와 하와이 사이가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것 같은 착각을 만드는 ‘경계선 삭감’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래서 3명의 과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올림픽 높이뛰기 선수들과 비교하면, 1968년 딕 포스베리(Dick Fosbury)는 바를 등 뒤로 거꾸로 뛰어넘어 스포츠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렇지만 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땄으며, 그 이후로 높이뛰기 선수들은 모두 거꾸로 넘는다. 고트 교수는 “최소한의 오류만으로 지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6가지 부분에서 모두 지금까지 나온 최고의 지도인 빈켈 트리펠을 이겼다”고 말했다.
원형의 양면 지도는 다면체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 1943년 벅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는 지구를 규칙적인 모양으로 쪼갠 다음 어떻게 접으면 다면체 지구로 조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안했다. 이 도법은 대륙의 모양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 사이의 거리를 너무 떨어뜨리는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남극과 북극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
고트 교수는 규칙적인 모양을 앞뒤로 붙이는 '봉투 다면체'를 고려한 끝에 원형의 양면 지도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새 지도에 따르면 남극대륙은 적당히 둥글어야 할 만큼 둥글지만, 대신 바다를 쪼개서 표현하고 있다.
이 양면 지도는 동반구와 서반구를 나란히 평면으로 놓을 수도 있고, 고트 교수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북반구와 남반구를 나란히 배치할 수도 있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나란히 배치하면 적도가 경계선이 된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마치 빨랫줄 위에 이불을 걸어 놓은 것처럼 접혀 있지만, 그 역시도 연속성을 갖는다.
이 양면 지도는 ‘등거리 방위 투영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떤 평면 지도보다 거리 오류가 작다. 특히 남극과 호주는 대부분의 다른 지도에서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나타난다. 바다나 극을 가로지르는 거리는 1장짜리 평면 지도와 다르게 매우 정확하고 측정하기도 쉽다.
-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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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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