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07-21

산소가 태양전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산소 이용한 광 변환 최초 성공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태양전지로 얻은 저에너지 빛을 산소를 이용해 고에너지 빛으로 ‘상향 전환(upconvert)’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광학저널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20일 자에 발표된 이 방식은 효율성이 아직 낮아 상용화를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산업화될 경우 태양광 발전과 생의학 영상, 약물 전달 등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가시광선만이 아니라, 피부를 태울 수 있는 자외선과 열을 내는 적외선 등을 포함해 스펙트럼이 넓다. 이런 태양 에너지 스펙트럼을 가능한 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면 태양전지의 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태양전지의 저에너지 빛을 산소를 이용해 고에너지 빛으로 ‘상향 전환’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돼 관련 분야에서의 혁신이 예상된다.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 웨일즈대 분자 광자학 연구소 모습. © UNSW Sydney/Exciton Science

저에너지 빛을 고에너지 광선으로 상향 전환

논문 시니어 저자인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대(UNSW) 엑시톤 과학 ARC센터 팀 슈미트 교수(Tim Schmidt)는 “대부분의 태양전지와 CCD(전하결합소자) 카메라 및 빛을 전류로 변환하는 광다이오드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져 근적외선보다 에너지가 적은 빛에는 반응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는 광스펙트럼의 일부가 현재의 많은 장치와 기술에 의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장치들의 감도 범위를 확장하고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한 가지 전략으로 빛을 상향 전환해 에너지 빛을 실리콘을 자극할 수 있는 더 많은 에너지를 지닌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방법을 생각했다.

슈미트 교수는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작은 에너지를 지닌 여러 개의 빛 광자를 포획해 이들을 결합시키는 것”이라며, “이것은 유기분자에서 엑시톤(excitons)을 상호 작용하게 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엑시톤이란 순 전하를 수송하지 않고 에너지를 운송할 수 있는 전자와 전자 홀이 결합된 중성의 준입자 상태로 ‘여기자(勵起子)’ 라고도 한다.

논문 제1저자인 시드니 UNSW 박사과정생인 엘햄 골라자데 연구원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골라자데 연구원은 재료를 바꿔 수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 UNSW Sydney/Exciton Science

산소를 ‘예상 밖의 친구’로 변모시켜

이런 작업은 지금까지 실리콘에서의 에너지 갭인 실리콘 밴드 갭(band gap)을 넘어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실리콘 밴드 갭은 실리콘의 전자를 전도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여기시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해 ‘친숙한 적(敵)’인 산소를 ‘예상 밖의 친구’로 변모시키는 방법도 찾아냈다.

연구팀은 호주 로열 멜버른 공대(RMIT)와 미국 켄터키대 연구진과 함께 반도체 양자점(나노 스케일 인공 결정)을 사용해 저에너지 빛을 흡수하고, 분자 산소가 이 빛을 유기 분자로 옮겨가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산소는 분자 엑시톤에 유해하다. 그러나 그런 낮은 에너지에서는 역할이 바뀌어 산소가 에너지 전달을 매개해 유기 분자가 실리콘 밴드 갭을 넘어서 가시광선을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RMIT대 재러드 콜(Jared Cole) 교수는 “흥미로운 일은 종종 산소가 없이도 모든 일이 잘 진행되다가 산소를 집어넣자마자 작동이 멈췄다”며, “이 아킬레스건이 우리 계획을 망쳐 놓았지만, 이제는 방법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산소가 우리를 돕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호주 시드니 UNSW 팀 슈미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방법의 상용화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 UNSW Sydney/Exciton Science

“양자 수율 더 높은 분자 찾을 계획”

이 방식의 효율성은 아직 낮은 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슈미트 교수는 “이번 작업은 초기 시연일 뿐”이라며, “상업용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 개발이 필요하지만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엘햄 골리자데(Elham Gholizadeh)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이 분야 연구에 신속하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골리자데 연구원은 “이 방법으로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앞으로 몇몇 과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산소를 사용해 에너지를 전달하는 좋은 방법으로서, 효율성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 활용한 비올란트론(violanthrone)이 완벽한 광발광(photoluminescence) 양자 수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음 단계에서는 더 나은 분자를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07-21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