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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9-10-25

‘잠의 비밀’ 담긴 유전자 발견 수면 부족시 기억력 감소 문제 해결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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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조금만 자게 할 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에서 오는 기억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초의 유전자가 발견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의 잉후이 푸 신경학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10월 16일 자)에 발표했다.

보통 사람들의 적절한 수면 시간은 7~9시간이다. 그런데 푸 교수팀은 매일 평균 5.5시간과 4.3시간밖에 자지 않는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NPSR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수면을 조절하는 기능과 관련이 있다.

만성적으로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우울증, 인지능력 결여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2~4시간이나 적게 자는 이들 부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어떠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평범한 사람보다 더 낙관적이며 멀티태스킹에 능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UCSF 연구진은 잠을 조금 자게 할 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에서 오는 기억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초의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 Image by congerdesign from Pixabay
UCSF 연구진은 잠을 조금 자게 할 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에서 오는 기억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초의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 Image by congerdesign from Pixabay

연구진은 이들 부자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조사한 결과, 뉴런 표면에 자리 잡고 있는 신호 단백질을 인코딩하는 NPSR1이라는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났음을 알아차렸다. 이 같은 돌연변이는 400만명 중 1명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푸 교수팀은 이 유전자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NPSR1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생쥐들을 대상으로 일련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돌연변이를 가진 생쥐는 일반 쥐들보다 평균 71분 정도 잠을 덜 자는 데도 신체적으로는 더 활동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잠을 적게 자도 평상시 기억력 유지

연구진은 생쥐들에게 기억력 테스트도 실시했다. 특수 설계된 방에 쥐들을 넣고 몇 분 동안 새로운 환경을 탐색할 수 있게 한 다음 발에 전기 자극을 가해 약간의 충격을 준 것. 잠을 충분히 잔 보통 쥐들은 하루 후 그 방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전기 충격을 기억해서 방을 더 천천히 탐색하는 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한 보통 쥐의 경우 전기 충격을 받은 지 하루 후 다시 그 방에 돌아왔을 때 전기 충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그런데 NPSR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생쥐들은 수면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기 충격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잉후이 푸 교수는 “NPSR1은 짧은 수면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수면 부족에서 오는 기억력 문제를 예방한다. 이것은 수면 부족의 많은 부작용들 중 하나에 대해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 최초의 유전자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NPSR1 단백질이 세포 표면 수용체이므로 언젠가는 이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거나 방해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수면 장애 치료에 도움이 되거나 수면 부족과 관련된 특정한 인지적 결손을 예방할 수 있는 미래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연구 대상이 된 아버지와 아들은 자신들이 직접 연구진에게 연락을 취해 와 실험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푸 교수팀이 이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봤기 때문이다.

푸 교수팀이 짧은 수면 유전자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은 10년 전인 2009년이다. 당시 발견한 유전자는 DEC2인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은 하루 평균 6.25시간밖에 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푸 교수팀은 짧은 수면을 취하는 다른 유전자를 찾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짧은 수면을 취하는 이들이 모두 DEC2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발견된 짧은 수면 관련 유전자

그러다 10년 만인 지난 8월에 두 번째 짧은 수면 유전자인 ‘ADRB1’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를 발견하는 데 10년이나 걸린 이유는 3대 연속 짧은 수면 체질을 타고난 한 가족을 그때야 발견했기 때문이다.

ADRB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생쥐들은 보통 생쥐들에 비해 평균 55분 정도 잠을 적게 자는 것으로 밝혀졌다. ADRB1 유전자는 호흡이나 심장박동 등 생명유지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간의 배(背)측 뇌교 부위에서 발현도가 유난히 높게 나타났다.

뇌간의 기능 중 하나가 수면 및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것인데, ADRB1 돌연변이가 나타난 생쥐는 수면 단계에서 각성을 촉진하는 뉴런이 더 쉽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발표된 NPSR1 유전자는 푸 교수팀이 발견한 세 번째 짧은 수면 관련 유전자다. 잉후이 푸 교수는 “현재 이 분야는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서야 유전자가 잠을 잘 자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기 시작했다고”고 전했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보도에 의하면, 푸 교수팀은 이 유전자들의 배후 메커니즘을 계속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진은 앞으로 약 10개의 유전자를 찾을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수면의 비밀에 대한 전체적인 윤곽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9-10-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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