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대학을 중심으로 탄소나노튜브(CNT) 관련 기술 개발이 활력을 띄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6개가 육각형을 이룬 흑연면(graphite sheet)이 관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자 사슬이다.
고효율 소재 요구로 재조명
탄소나노튜브는 기계적 강도가 철보다 100배가량 뛰어나면서도 구리와 비슷한 수준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지니고 있다.
또한, 높은 열전도율을 지니고 있으며, 분자 사슬이 말려있는 구조에 따라 금속 또는 반도체의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배터리, 반도체, 세라믹, 페인트, 코팅, 필름 등 다양한 분야에 성능을 향상하는 첨가제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탄소나노튜브는 대량으로 균일한 생산을 하는 것이 어렵고, 설비투자비와 연구개발 비용이 높은데 반해 수요는 많지 않아 사업적 성과는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였다.
최근에는 고효율 소재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복합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한 국내 연구들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국내 대학 연구 성과 주목
국내 대학들은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반도체, 배터리에 적용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포스텍 노용영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에 사용되는 납을 대신해 고순도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한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를 세 겹으로 접합하여 만든 전자회로 구성요소로 증폭 작용과 스위칭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이며, 페로브스카이트는 태양광, 반도체 등에 활용되는 금속 산화물이다.
납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는 저렴하고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각광받았으나 중독성, 약한 내구성, 낮은 전하 이동도 등의 단점이 지적돼왔다.
연구팀은 납 대신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함으로써 전하 이동도를 5배 향상하는 동시에 균일한 동작 안정성을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
탄소나노튜브는 배터리 소재로의 연구도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인하공전 이선우 교수는 서울대 전력연구소 임영택 박사, 김은민 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탄소나노튜브 이용한 배터리 저항체 개발에 성공했다.
배터리에서 전류를 검출해 충·방전을 제어하는 ‘션트저항’은 온도가 증가하면 저항값이 증가하여 전류 검출 시 오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배터리 셀 사이에 밸런싱 오류를 야기해 전기 사고를 야기할 위험이 있었다.
인하공전-서울대 연구팀은 온도가 증가하면 저항이 감소하는 탄소나노튜브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와 온도가 증가하면 저항이 커지는 금속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해 온도 변화에도 안정적인 저항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온도 변화에 따른 션트저항의 오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기차용 배터리 안정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대는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한 플렉서블 배터리를 개발했다.
충북대 조중상 교수 연구팀은 고집적 탄소나노튜브 다발로 구성된 섬유에 산화철 입자를 균일하게 분산하여 섬유 형태로 만든 음극소재를 개발했다.
이 음극소재를 이용하여 유연하면서도 성능이 향상된 고효율의 플렉시블 배터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플렉시블 배터리는 향후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기업, 배터리·복합소재 중심으로 연구
국내 기업들도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벽면의 개수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뉘는 데, 국내 기업들은 기술 장벽이 다소 낮은 다중벽 제품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LG화학은 2011년부터 탄소나노튜브 연구를 시작해 2014년 복합소재 및 전지용 제품을 개발했으며, 여수에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했다.
자체 개발한 유동층 반응기를 통해 연간 400톤의 공장을 건설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생산능력을 갖추었다.
LG화학 기초소재연구소는 우수한 순도와 전도성, 강도를 가진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하고 있으며, 분말 형태뿐만 아니라 사용이 편한 압축형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같은 그룹사인 LG전자는 2017년 노트북 ‘그램(Gram)’에 사용된 배터리에 탄소나노튜브를 채용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탄소나노튜브 제조공정 기술을 개발한 뒤, 2013년 충남 아산에 50톤 규모의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상업화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기능성 용액과 탄소나토튜브-고분자 복합소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배터리 도전재용 소재 및 분산액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고분자 복합소재로는 산업용 합성수지 연계 제품과 타이어에 투입되는 합성고무 기반의 복합소재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2017년에는 대전 중앙연구소의 탄소나노튜브 연구팀을 생산 공장이 위치한 아산으로 이전해 합성수지 및 합성고무 복합소재를 개발하는 데 시너지를 높였다.
한편, 해외 기업들도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 옥시알은 배터리, 코팅 등에 투입되는 단일벽 탄소나노튜브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는 다중벽보다 기술적으로 다루기가 어렵고 가격도 비싸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아 0.1%의 극소량을 첨가해도 원하는 성능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옥시알은 양극 및 음극의 도전재로 사용하는 카본블랙을 탄소나노튜브로 대체해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크게 개선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옥시알은 러시아에 단일벽 15톤 규모의 공장을 올해 말까지 65톤으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룩셈부르크 공장을 신설해 연간 250톤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 정현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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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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