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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1-22

인류 기원, 아프리카 동쪽일까 남쪽일까 남아프리카 화석동굴 새 연대측정으로 연구 불씨 지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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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 ‘인류의 요람(the Cradle of Humankind)’ 동굴들에서 발굴된 화석들의 연대표가 처음으로 작성됐다. 이와 함께 이 지역에서 첫 인류 조상들이 살던 당시의 기후조건도 밝혀졌다.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동위원소 지구화학자인 로빈 피커링(Robyn Pickering)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1일자에 초기 인류족(hominin)이 거주한, 화석이 풍부한 남아프리카 동굴에 대한 새로운 연대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 지역 동굴들이 서로 관련이 없다’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인류조상들이 거주했던 동굴 화석들은 단지 여섯 개 특정시기에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오늘날의 ‘인류의 요람’ 풍경. 연구팀은 과거 특정시기에는 이 지역 환경이 매우 습도가 높고 식물들이 울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REDIT: Robyn Pickering
오늘날의 ‘인류의 요람’ 풍경. 연구팀은 과거 특정시기에는 이 지역 환경이 매우 습도가 높고 식물들이 울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REDIT: Robyn Pickering

인류족 화석 40%가 발견된 ‘인류의 요람’

피커링 박사는 “동굴 한 곳 혹은 동굴의 방 하나에만 집중했던 이전의 연대측정 작업과는 달리 우리는 8개 동굴의 연대를 직접 측정하고, 전 지역에서 나온 모든 화석들의 나이를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개별 동굴들에서 발견된 결과물들을 서로 연결해 남부 아프리카에서의 인류 진화사에 대한 더욱 나은 그림을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인류의 요람’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북서쪽 50 km 지점에 위치한 석회암지대로, 여러 종류의 화석들이 많이 발견되는 동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의 요람은 초기 인류족 유적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곳으로 꼽힌다. ‘미세스 플레스(Mrs Ples)’란 별명이 붙은 유명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africanus) 두개골을 포함해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 조상 화석의 거의 40%가 이곳에서 나왔다.

1947년 4월 남아프리카 ‘인류의 요람’에서 발굴된 ‘미세스 플레스(Mrs. Ples)란 별명이 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개골 화석. 연대측정 결과 205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토리아 국립박물관 소장.  CREDIT: Wikimedia Commons/ José Braga; Didier Descouens
1947년 4월 남아프리카 ‘인류의 요람’에서 발굴된 미세스 플레스(Mrs. Ples)란 별명이 붙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개골 화석. 연대측정 결과 205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프리토리아 국립박물관 소장. CREDIT: Wikimedia Commons/ José Braga; Didier Descouens

우라늄- 연대측정으로 320만년~130만년 전 연대 밝혀

연구팀은 우라늄-납 연대측정법을 사용해 ‘인류의 요람’ 도처에 있는 8개의 동굴에서 화석이 풍부한 퇴적물 사이에 끼여있는 28개의 유석(flowstone) 층을 분석했다. 유석은 동굴의 벽이나 바닥, 암석 선반 등에 흐르는 물에 의해 엷은 석회질 침전물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분석 결과 이들 동굴에 있는 화석들은 320만년~130만년 전 사이 6개의 좁은 시간대에 위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커링 박사는 “유석들이 중요한 열쇠”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굴 밖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습한 시기에는 유석들이 동굴 안에서만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유석들의 연대를 측정해 강우량이 증가한 시기를 골라낸 다음. 그 사이 기간에 동굴이 열린 때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좀 더 건조한 시기가 언제인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아공 가우텡 지방 ‘인류의 요람’ 지역. 중요한 동굴이 있는 곳을 점으로 표시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Chartep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아공 가우텡 지방 ‘인류의 요람’ 지역. 중요한 동굴이 있는 곳을 점으로 표시했다. CREDIT: Wikimedia Commons/ Chartep

이것은 이 지역에 살던 초기 인류족이 300만~100만년 전 사이에 적어도 여섯 번은 ‘습한 조건에서 건조한 조건까지의 커다란 지역 기후변화’를 경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건조한 기후 시기만 동굴에 보존돼 있어 초기 인류의 진화 기록이 왜곡될 우려가 있었다.

남아프리카 기록, 동아프리카에 비해 해독 어려워

지금까지는 ‘인류의 요람’ 화석의 연대를 측정할 방법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동부와 남부 인류종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더욱이 남아프리카의 기록은 화산재 층을 통해 정확한 연대 해독이 가능한 동부 아프리카에 비해, 종종 연대를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간주돼 왔다.

남아프리카 호미닌 거주 동굴의 대규모 유석층 사진. 유석층 아래에는 붉은 퇴적층이 놓여있다. CREDIT: Robyn Pickering
남아프리카 호미닌 거주 동굴의 대규모 유석층 사진. 유석층 아래에는 붉은 퇴적층이 놓여있다. CREDIT: Robyn Pickering

논문 공저자인 호주 라 트로브 대학의 앤디 헤리스(Andy Herries) 교수는 “남아프리카 기록은 아프리카가 인간 기원의 원점이라는 사실을 처음 보여주었으나, 동굴들의 복잡성과 이 동굴들의 연대 측정에 따르는 어려움으로 인해 그 해석이 어려운 채로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우리는 동굴에 있는 유석이 동아프리카의 화산재와 거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며, “유석은 서로 다른 동굴들에서 동시에 형성돼 이들의 순서와 화석들을 지역적 순서와 직접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화석 발견 이래 가장 중요한 진전”

피커링 박사는 2005년 박사과정 연구의 일환으로 ‘인류의 요람’ 동굴들의 연대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논문은 지난 13년 간에 걸친 연구의 결실로, 남아프리카와 호주, 미국의 과학자 10명과 함께 작업을 했다.

연구를 이끈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지질학과 및 인간진화연구소 로빈 피커링 박사.  CREDIT: Jayne Wilkins
연구를 이끈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지질학과 및 인간진화연구소 로빈 피커링 박사. CREDIT: Jayne Wilkins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의 요람’을 인류사 연구의 최전선으로 다시 돌려놓고, 과학자들이 이 지역 인류사의 복잡한 의문들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조지워싱턴대의 저명한 고인류학자인 버나드 우드( Bernard Wood) 교수는 “로빈 교수팀은 인류 진화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우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석 자체가 발견된 이래 가장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화석은 연대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남아프리카 화석 연구는 시간 및 퇴적 조건의 맥락에서 모범적으로 이뤄졌다. 그렇기에 이 화석의 연구 가치는 몇 배나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을 통해 향후 관련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류의 기원이 동아프리카인지 아니면 수많은 인류족 유적이 발굴된 남아프리카인지, 그리고 그 연계 관계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 후속 연구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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