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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8-13

‘죽음의 순간’을 규명하다 세포, 1분에 1마이크로센티미터씩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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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활동이 정지돼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상태를 죽음(death)이라고 한다. 심장박동과 호흡이 정지하는 등 살아있는 조직세포의 기능이 모두 정지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13일 ‘가디언’ 지 등 주요 언론들은 스탠포드 의과대학(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연구팀이 세포가 소멸되는 과정을 분석했으며, 이를 통해 죽음의 속도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속도를 재기 위해 개구리 알 속의 세포질(cytoplasm)을 활용했다. 세포질은 세포 원형질에서 핵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으로 아미노산의 합성, 물질대사 등 매우 중요한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 생명의 기본 단위다.

과학자들을 통해 그동안 미지에 싸여 있던 세포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연구를 이끈 스탠포트의대의 제임스 레펠 교수. 세포사 연구를 통해 불치병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tanford.edu
과학자들을 통해 그동안 미지에 싸여 있던 세포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연구를 이끈 스탠포트의대의 제임스 페렐 교수. 세포사 연구를 통해 불치병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tanford.edu

세포 유도파동 통해 사멸속도 측정

이 세포질에서는 갱신(更新)과는 다른 세포사(cell death)라는 사멸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분열 등의 활동을 마친 정상세포가 맞이하는 죽음의 과정을 말한다. 연구팀은 세포사가 예정된 세포질을 시험관에 주입한 후 이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소멸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이들 세포가 한 시간에 2mm 혹은 1분에 30마이크로센티미터(micro-centimeters)의 속도로 소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죽음의 과정에서 밝은 녹색(bright green)의 세포질이 소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일단 세포사가 시작되면 그 속도가 매우 빨라져 죽음이 가속화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스탠포드의대 바이오-X & 암연구소(Bio-X and the Stanford Cancer Institute)의 제임스 페렐(James Ferrel) 교수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유도 파동(trigger wave)을 통해 세포 사멸 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증식기에 있는 세포는 대사기와 핵분열기를 되풀이한다. 한 번의 분열로부터 다음 핵분열까지의 과정을 세포주기(cell cycle)라고 한다. 유도파동이란 이 과정에서 신경세포가 발산하는 전기 신호를 말한다.

페렐 교수팀이 유도파동을 연구한 첫 사례는 아니다. 페렐 교수는 “생물학 분야 다른 과학자들도 세포 생성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도파동을 통해 생명현상을 설명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세포 생성에 초점을 맞춘 기존 연구와는 다른 시각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는 분열을 그친 정상세포가 그 어느 때인가 맞이해야 하는 죽음의 과정, 즉 세포사 과정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세포 움직임 파악해 불치병 치료

생물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세포들의 생리다. 소멸돼야 할 세포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살아 있으면서 암을 유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신경계 퇴행성 신경질환의 경우는 살아있어야 할 세포가 소멸하는 경우다.

페렐 교수는 “알츠하이머, 파킨슨,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헌팅턴병과 같은 필요한 세포가 죽어나가는 퇴행성 신경질환 계통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세포의 죽음과 관련된 연구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논문은 ‘사이언스’ 지 10일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poptosis propagates through the cytoplasm as trigger waves’이다. 세포질이 유도파동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알린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유도파동을 통해 세포의 면역 반응이 세포로부터 또 다른 세포로 확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도 세포와 세포 간에 신호를 주고받으며 유도파동을 발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렐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가 세포 생성에 초점을 맞춰온 만큼 세포의 자살행위로 알려진 세포사 ‘아포토시스(apoptosis)’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고, 이로 인해 세포사에 대한 영역이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돼왔다”고 말했다.

교수는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사의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유도파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추가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은 현재 유도파동 분석을 통해 세포와 관련된 단백질, 유전자 정보 등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분석해 세포 생성 및 세포사 과정에서 세포들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파악해나갈 계획이다.

페렐 교수는 “세포사 과정에서 세포 간에 어떤 신호를 주고받는지 유도파동을 파악함으로써 수많은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해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의약품 및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995년 1월 ‘뉴사이언티트’지의  피터 올드하우스(Peter Aldhous) 기자는 “많은 사람들이 원인을 모르는 불치병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며 “과학자들이 세포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성 불치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세포의 유도파동을 통해 세포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세포생물학이 의료계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중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8-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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