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이 14일 76세로 타계하면서 세계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언론들 역시 그의 삶과 관련된 내용을 쏟아놓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호킹 박사가 1966년 ‘특이점들과 시공간의 기하학’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 이전까지 세계는 블랙홀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강한 중력 때문에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해서 ‘검은색 구멍(black hole)’이라고 불렀지만 호킹 박사의 생각은 달랐다.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표면에서도 에너지가 외부로 복사(Radiation) 될 수 있었다. 그의 이론인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블랙홀의 질량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소멸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뉴턴, 아인슈타인 잇는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그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고 있는 곳이 물리학계다. 15일 ‘핵 과학자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는 특집 기사를 통해 과학자는 물론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인물을 잃었다고 애도했다.
실제로 그가 쓴 책은 항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는 서서 들어야 할 각오를 해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스타트렉’, ‘빅뱅 이론’, ‘심프슨 가족’와 같은 영화 출현은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살아생전에 호킹은 과학에 몰두했던 것만큼이나 우주에 대해 놀라운 통찰력(insignts)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블랙홀의 온도로부터 시작되는 그의 이론은 지금까지 인류가 성취한 가장 아름다운 과학적 성취 중의 하나였다고 평했다.
바티칸도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바티칸 천문대의 천문학자이자 예수회(Jesuit) 소속인 가이 콘솔마노(Guy J. Consolmagno) 신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비범한 직관력으로 인류에게 우주에 대한 통찰력을 가져다준 과학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스티븐 호킹은 1986년 이후 교황청 과학원(The Pontifical Academy of Sciences) 멤버였다. 호킹이 교황청 관계자들과 이처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가톨릭에서 빅뱅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교황청에서 열린 과학회의를 통해 “진화론과 빅뱅이론이 (우주 창조에 있어) 하느님의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교황청 역시 빅뱅 이론의 근거가 되는 블랙홀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흥미로운 점은 스티븐 호킹 스스로 자신을 무신론자로 보았다는 점이다. ‘타임’ 지에 따르면 그는 완전한 무신론자는 아니었다. 창조자(creator)는 아니지만 ‘비인격적인 신(impersonal God)’을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노벨위원회 ‘호킹은 가장 위대한 과학자’
흥미로운 사실은 스티븐 호킹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벨 위원회에서는 ‘빅 아이디어(big idea)’가 아닌 증거(proof)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킹의 블랙홀과 우주 이론은 말 그대로 이론에 머물고 있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이론물리학자인 숀 캐롤(Sean Carroll) 교수는 “뉴튼, 아인슈타인에 버금갈 만큼 과학에 큰 기여를 했으며, 가장 지혜로웠던 물리학자에게 노벨상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현 노벨상 제도의 불만을 표명했다.
한편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는 호킹 타계 소식을 접한 후 “과학에 큰 기여를 한 한 명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a greatest scientist)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아카데미의 고란 한슨(Goran Hansson) 사무총장은 “호킹의 죽음이 과학계의 큰 손실”이라고 했지만 호킹에 대한 노벨상 사후 수여가 가능하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노벨위원회의 고민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호킹은 살아있을 당시 노벨위원회와 원활한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스웨덴 왕립아카데미 측에서 여러 번 호킹을 초청했으며, 지난 2015년 8월에는 스톡홀름 궁전을 방문, 강연한 바 있다.
스티븐 호킹에 대한 찬사 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놀라운 성취는 ‘인간 승리’다. 루게릭병에 걸리면 신체에 힘이 없어지고 서서히 팔다리 근육이 위축되다 호흡근 마비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병이 진행되면서 밥을 먹을 때 자주 사레가 들리고 기침을 하면서 밤잠을 설치게 된다. 가로막과 갈비뼈 사이 근육이 약해지면서 호흡곤란 증상도 생긴다. 호킹은 21세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시한부 2년의 삶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3년 후인 1966년 불세출의 논문 ‘특이점들과 시공간의 기하학’을 발표했다. 이후 그의 삶은 하루하루가 기적의 삶이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정상인보다 더 놀라운 일을 이루어나갔다.
컴퓨터가 설치된 특수 휠체어를 타고 안면에 부착된 센서로 문자를 입력하면서, 입력된 문자들을 목소리로 바꾸는 방식으로 연구 활동은 물론, 집필, 강연 등의 왕성한 활동을 펼쳐나가는 기적의 삶을 55년 동안 이어나갔다.
15일 ‘가디언’ 지는 스티븐 호킹이란 이름을 통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었고, 특히 장애인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었다며 ‘진실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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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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