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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7-02-23

30분만에 개발 '챗봇, 쉬워요' 개발자들이 알려주는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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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에게 자장면 한 그릇과 탕수육 소(小)자 하나를 시켜본다. 챗봇은 정확히 "자장면 보통으로 한 그릇과 탕수육 작은 사이즈로 하나를 주문하셨습니다"라고 답한다.

학교 도서관에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공용주차장에 차가 몇 대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하철은 언제 오는지 미세먼지는 얼마나 안좋은지도 챗봇이 알려준다.

세계 IT 업계를 휩쓸고 있는 챗봇 열풍

올해 IT업계 화두는 단연 '챗봇'이다. 구글, 페이스북, IBM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투어 챗봇으로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고 있다. 챗봇(chatbot)은 '채팅(chatting)이 가능한 로봇(robot)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챗봇은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반복되는 언어들을 학습한다. 반복되는 오타와 오류, 프로그램으로 입력되지 않은 언어를 '공부'해서 점점 성장한다. 챗봇은 인공지능(AI)의 결실이다.

인공지능 개발이라고 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쉽게 챗봇 개발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영욱 부장은 "30분이면 챗봇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적절한 API를 사용하면 봇 개발이 '거저 먹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며 노하우를 소개했다.

여행서비스 챗봇을 개발한 최승필 대표는 동네에서 자장면을 주문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었다. 부산에서 대학가 정보를 제공하는 챗봇 개발자 안동혁 대표도 운동할 때 미세먼지가 신경쓰여 무료 API를 이용해 직접 챗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22일 디캠프에서는 챗봇 개발자들이 개발 노하우와 실패 교훈을 공유하는 '봇케이스'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22일 디캠프에서는 '봇케이스'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김은영/ ScienceTimes

22일(수) 서울 역삼동 창업지원공간 디캠프에서 열린 '봇(robot)케이스'에서 본인이 필요해서 만들기 시작한 챗봇 개발의 노하우와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 사례를 공유하며 예비 창업자 및 개발자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영욱 부장은 '만리장성봇'을 샘플로 만들었다. 김영욱 부장은 직접 화면에 챗봇을 만들어 보였다. 그는 한 그릇, 하나, 한 개 등은 수량이라고 입력해두고 소(小), 작은 것, 보통, 큰 것 등은 사이즈로 입력했다.

20분 정도 학습을 시키고 나니 말을 알아듣는다. 채팅창에 "자장면 하나 보내줘"라고 입력하면 "안녕하세요. 만리장성입니다. 자장면 보통으로 한 그릇 보내드릴까요?"하고 물어본다.

자장면이 먹고 싶어서...자장면 챗봇 개발하는 개발자들

여행용 챗봇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트립그리다' 최승필 대표는 초기 여행 관련 안전에 대비하기 위한 지진 알림 챗봇을 만들면서 다양한 챗봇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자장면을 가장 빨리 주문하고 싶어서 '망원동챗봇'을 만들었다는 최승필 대표.
동네에서 자장면을 가장 빨리 주문하고 싶어서 '망원동챗봇'을 만들었다는 최승필 대표. ⓒ김은영/ ScienceTimes

그러다 동네에서 빨리 중국요리를 배달 받고 싶다는 생각에 간단하게 챗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네 망원동에서 자장면을 빨리 주문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망원동 중국집 챗봇' 서비스를 제공했다. 동네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서 힌트를 얻은 최승필 대표는 각종 다양한 챗봇을 개발하려 하고 있다. 컨시어지 서비스, 배달서비스, 정보 제공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통합 채팅 플랫폼으로 다양한 분야로 챗봇을 확장할 계획이다.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만들어낸 챗봇 이야기

부산에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채티스 안동혁 대표는 국내 채팅 API를 활용해 챗봇을 개발했다. 안동혁 대표도 본인이 궁금한 정보를 알고 싶어서 직접 챗봇 개발에 뛰어든 케이스였다.

"매일 운동을 하는데 미세먼지 수치가 걱정되잖아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야외에서 운동하기가 꺼려져서 미세먼지 수치를 매일 확인해봤죠. 그러다 너무 불편해서 즉시 미세먼지를 챗봇을 통해 간편하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부산에서 올라온 채티스 안동혁 대표는 미세먼지 수치를 알고 싶어서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사업 동기를 설명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부산에서 올라온 채티스 안동혁 대표는 운동할 때 야외 미세먼지 수치를 알고 싶어서 챗봇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사업 동기를 설명했다. ⓒ김은영/ ScienceTimes

그는 카카오톡 API를 기반으로 미세먼지를 직접 알려주는 챗봇 개발에 나섰다. 내친 김에 부산 시내 대중교통이나 지하철 정보, 공용주차장에 차량이 몇 대나 있는 지 자신이 궁금한 것을 모두 알려주는 챗봇을 만들기로 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챗봇 서비스를 페이스북에 오픈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용율은 형편없었다. 그나마 몇 안되는 사용자들의 불만은 폭주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람들의 메신저를 분석해 본 결과 제대로 작동된 건 70%에 불과했다. 30%는 오류로 사용자들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으니 불만이 폭주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기능이 겨우 4가지인, 아주 단순한 서비스였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기능과는 전혀 다르게 기계를 이용하더라고요."

서면 지하철역, 00번 버스 도착 시간 등 원하는 정확한 키워드만 보내면 되는데 사람들은 "서면 알려줘", "버스 언제 와?"라는 자연어로 자신들이 원하는 말만 했다. 가장 많은 오류의 원인은 오탈자였다. 해운대는 해윤대, 해운다, 해운데로 전달했고 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챗봇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프레임 워크툴들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 http://chatfuel.com/, personify.ai/)
최근 챗봇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프레임 워크툴들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 http://chatfuel.com/

오탈자로 인한 오류는 오탈자 데이타베이스를 만들어 다시 제공하고 각종 키워드를 분석해 자연어 중 핵심 키워드만 있으면 바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가 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젊은 층을 공략하자" 안동혁 대표는 부산 시내 대학생들을 타겟으로 각 대학의 식당 점심 메뉴, 도서관의 빈 자리 등을 알 수 있도록 대학가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메뉴를 결정 못하는 이들을 위해 '랜덤 메뉴 선택' 게임 코너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초기 57명의 사용자로 시작한 서비스는  짧은 기간 1만명이 애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은 챗봇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프레임 워크 툴을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 봇 빌더 'Chatfuel(https://chatfuel.com/)'나 'Gupship(https://www.gupshup.io/)', 'Personify(https://personify.ai/)' 등을 이용하면 온라인상에서 코딩 없이 간단하게 챗봇을 만들 수 있다.

기술은 점점 사람이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발전해나간다. 챗봇 개발자들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라고 조언한다. 이들의 출발점은 '나'와 '주변'의 불편함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에서 시작했다. 자신의 주변과 자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챗봇 개발의 첫 출발점이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7-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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