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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5-01-06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나는 어떻게 살지? 반려동물 상실의 아픔: 펫로스 증후군의 이해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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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 먼저 당신의 가족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에 대해서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반려동물을 잃는 것은 매우 큰 상실감과 슬픔을 주는 경험이며, 특히 최소 수년 이상 긴 시간을 함께 했다면 그 아픔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의 죽음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책하시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무척이나 힘든 시기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더 많이 떠올리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슬픔의 극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지만, 천천히 그리고 건강하게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반려동물 상실의 아픔: 펫로스 증후군의 이해와 극복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을 넘어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7%에 달하며, 이는 약 670만 가구에 해당한다. 

외국의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이나 독일 같은 유럽 선진 국가의 경우 50%이상에 이르는 성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성인의 51%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대략 28%는 반려견을 기르고 있으며, 나머지 대략 24%는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고 한다. 해당 비율은 1인 가구라고 해서 낮아지지 않는 만큼 현대 시대의 반려동물은 과거에 표현하던 ‘가족’의 범주를 훨씬 넘어서 ‘완전한 가족’의 형태로 인정받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의 죽음이나 실종으로 인한 심리적 외상 후 나타나는 복합적인 증상을 일컫는다. 미국 수의사협회(AVMA)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인의 약 30%가 반려동물 사별 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슬픔을 경험하며, 이 중 15%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의 죽음이나 실종으로 인한 심리적 외상 후 나타나는 복합적인 증상을 일컫는다. ©GettyImages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의 죽음이나 실종으로 인한 심리적 외상 후 나타나는 복합적인 증상을 일컫는다. ©GettyImages

펫로스 증후군의 신체적인 증상으로는 주로 만성적인 피로감, 면역력 저하, 과도한 식욕 감소 또는 증가 등 식욕 변화, 불면증 또는 과다 수면으로 대표되는 우울증, 신체 통증(특히 두통과 근육통), 소화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정신적인 증상으로 심각한 우울감과 무기력감, 불안과 초조, 분노와 좌절감,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반려동물이 자신으로 인해서 생을 마감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과 관련된 반복적인 꿈이나 환각 등을 들 수 있다. 이에 사회적 고립과 단절, 일상생활 수행 능력 저하, 반려동물 관련 물건이나 장소 회피, 과도한 울음,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위험 증가 등의 행동학적인 증상 역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펫로스 증후군의 단계적 이해

전문가들의 분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게 반려동물을 잃은 첫 1~2주는 매우 큰 초기 충격이 나타난다. 이때 보통 반려인들은 현실 부정과 마비감, 극심한 정서적 혼란, 일상생활 중단 등을 경험한다. 2주~2개월 정도 사이에는 급진적인 슬픔 단계가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강한 그리움과 상실감, 죄책감과 자책, 불면증과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후 2~6개월에는 현실 수용 시작, 일상으로의 점진적 복귀, 간헐적 우울감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조정기'가 이어지며, 대략 6개월 이후 상실 수용, 긍정적 회상 가능, 새로운 일상이 확립되며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기가 된다.

 

아픈것이 당연하다 - 과학적인 근거들

최근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은 후 나타나는 뇌의 반응은 가까운 가족을 잃었을 때와 매우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fMRI 촬영 결과, 애착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전전두엽의 활성화 패턴이 인간관계의 상실과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보고되었다. 

반려동물의 상실 후 6개월까지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의 상실 후 6개월까지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Images

옥스포드 대학교의 최근 연구는 반려동물의 상실이 코티솔 호르몬 분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반려동물의 상실 후 6개월까지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정상치보다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례와 극복 과정을 알면 도움이 된다

끊이지 않는 죄책감: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 모씨는 최근 10년간 늘 함께했던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슬픔을 경험했다. 이 모씨는 최근 아이가 태어났고 개와 다르게 대부분의 고양이는 독립적인 성격으로 혼자 놔두어도 알아서 잘 지내는 덕에 최근 고양이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의 질병 악화 속도는 매우 빨랐으며 이 때문에 큰 죄책감과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이 모씨는 “모두 저의 탓입니다. 반려동물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이렇게 바보같이 고양이를 그냥 보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라고 회상한다.

현재 다른 펫로스 경험자들을 돕는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한 남성 역시 자신의 고양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 큰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0년간 함께한 고양이 포포를 떠나보낸 후, 3개월 동안 출근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자다가도 포포가 우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매일 울면서 잠들었죠. 특히 제가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더 일찍 병원에 데려갔더라면 하는 자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라고 설명하며 끊이지 않는 죄책감의 루프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 사별 모임과 전문 상담을 통해 점차 회복되었다고 한다. 특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스페인의 한 여성은 "우리 고양이 루나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떠났을 때, 저는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식욕도 완전히 잃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의사가 루나의 죽음이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설명해 주었고, 그녀 또한 전문 상담을 통해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끊임없는 죄책감과 우울증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GettyImages

끊임없는 죄책감과 우울증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GettyImages

기나긴 우울증의 터널: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는 남성 김씨는 반려동물과의 작별 후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그는 "18년 동안 함께 살았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을 때, 저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매일 아침 산책하던 루틴이 사라지니 하루하루가 너무 막막했고,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들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라고 추억한다. 김씨는 실제로 1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반려견의 추억을 담은 포토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점차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다.

15년간 함께한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잃은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던 한 50대 남성 역시 처음에는 도움을 거부했지만, 가족들의 권유로 시작한 슬픔 극복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 만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치료와 회복 방법

펫로스 증후군은 현대 사회에서 점차 중요한 정신건강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WHO의 2023년 보고서는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들이 많이 존재한다. ©GettyImages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들이 많이 존재한다. ©GettyImages

우리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크고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의 도움과 주변의 지지를 통해 건강한 방식으로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펫로스 증후군과 관련한 많은 전문적 치료들이 존재한다. 개인 심리 상담 및 그룹 치료가 있으며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 및 EMDR 치료(Eye Movement Desesitization and Reprocessing; 트라우마 치료법) 등이 있다. 특히나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에 반려동물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기 힘들어 안락사를 결정했다면, 죽어가는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가 엄청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 경우 트라우마 치료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명상과 마음 챙김, 예술 치료, 운동 치료, 반려동물 추모 의식 등으로 대표되는 대체 치료법도 있으며, 감정 일기 쓰기, 규칙적인 생활 유지, 건강한 식사와 운동, 충분한 휴식 등의 자가 관리 방법도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예방하고 준비해야 할까?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려동물의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를 이해해야 한다. 생활방식(실내 또는 실외), 종, 반려동물의 크기 및 체중 등에 따라서 다르지만 최근 의학의 발달 덕분에 대부분의 반려묘는 대략 18년 정도까지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고양이는 개에 비해 평균 수명이 더 길며, 실내에 사는 고양이가 실외에 사는 고양이보다 더 오래 산다. 개의 평균 수명은 품종과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2년 정도이며, 일반적으로 작은 개일수록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 이들의 수명은 사람의 수명에 비해서 크게 짧다. 따라서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에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까지 건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개와 고양이의 생애 단계, 크기, 품종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반려동물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반려동물의 종별 평균 수명을 인지해야 하며, 노화에 따른 변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수의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반려동물의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노령견의 경우 1년에 두 번은 꼭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고양이의 경우 특별히 아픈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고 있으니 어떤 경우에서든 정기적인 건강 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매년 수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GettyImages

매년 수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GettyImages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보험 가입을 고려해 보며, 가족 간 의사결정을 통해서 응급상황 시 대처 가능한 계획이 미리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주변인들도 도와줄 수 있다

주변의 반응과 도움은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다. 본인이 마음을 아무리 잘 다스린다고 해도 주변에서 불시에 오는 충격을 막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반려인의 주변에서는 슬픈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경청 그리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주면 좋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가족의 상실'이라는 감정의 정당성을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더 많이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모두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널 보내지 않았을 거야..." ©GettyImages

"더 많이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모두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쉽게 널 보내지 않았을 거야..." ©GettyImages

반대로 주변에서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사항들도 있다. "그냥 동물이잖아" 등의 감정에 대한 무시나 과소평가 발언, 성급한 위로나 조언 등을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반려동물 입양 강요도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법적·제도적인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펫로스 증후군 경험자를 위한 법적·제도적인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사별 휴가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며,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의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국가 보험 NHS은 펫로스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반려동물 슬픔 관리 전문가 자격제도 및 펫로스 상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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