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들판에 한 병사가 돌을 하나 가져다 놓는다. 잠시 후 돌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위로는 잠망경 모양의 카메라를 내밀더니, 아래쪽으로는 작은 궤도도 내민다. 그리고 마치 전차처럼 궤도를 돌려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 돌은 자세를 낮추고, 잠망경 카메라만 내놓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한다. 이는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에 나오는 장비가 아니다. 러시아의 주코프스키-가가린 공군 사관학교 산하 군사 교육 과학 본부에서 사관생도들이 3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정찰 로봇, 이른바 ‘스파이 스톤’의 활동 모습이다.
2021.12.15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군대 역시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이다. 그중에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썩지 않는 데다가, 불태워서 없애자니 적에게 표적이 될 수 있고, 또한 환경 파괴와 작업자의 건강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DARPA(미 국방 고등 연구 기획국)는 군대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재활용하기 위한 리소스(ReSource)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연료, 건축 자재, 심지어는 식량까지 만드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2021.12.08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지진 폭탄이란 영국의 항공공학자 반스 월리스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 발명한 새로운 장르의 폭탄이다. 지진 폭탄은 여러 종류가 개발되어 주요 전략 목표물 타격에 쓰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다. 지진 폭탄의 발명 경위를 알려면 일단 그게 왜 필요한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항공폭탄은 보통 지면 또는 지면 바로 위에서 폭발, 폭발력과 파편을 통해 표적을 타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폭탄은 거의 모두가 무유도 폭탄이었다.
2021.12.01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힘을 제압하는 것은 속도”라는 말도 있듯이, 전투에서 신속한 기동은 화력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할 때도 많다. 미 육군은 최소 단위의 부대인 분대(현재 미군의 편제로는 9명)에 높은 기동력을 부여하기 위해, 분대원 전원이 탑승하고 거친 지형을 기동할 수 있는 보병 분대 차량(Infantry Squad Vehicle: 이하 ISV)을 GM 디펜스와 함께 개발 중이다. 이 차량은 지난 11월 8일, 미국 국방부 차관 캐서린 힉스의 시승 영상이 트위터에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1.11.24 이동훈 칼럼니스트얼마 전인 2021년 8월, 미국 DARPA(국방 고등 연구 기획국)는 여러 방위산업체를 상대로 WIG선 개발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공고를 냈다. 이 WIG선이란 무엇인가? 이름에 들어가는 WIG는 wing-in-ground effect의 약자다. 이 효과는 ground effect라고도 불리며 우리말로는 해면효과로 부르고 있다. 해면효과는 비행 시 나타나는 공기역학적 역설로 생긴다. 비행하는 물체의 고도가 낮을수록, 착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그 원인은 비행하는 물체의 고도가 매우 낮으면, 물체 아래와 지면 사이에 공기가 갇혀 쿠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2021.10.13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지난 9월 9일, 이스라엘 방위산업체 <엘비트>사는 ARCAS를 발표했다. 돌격 소총 전투 적용 체계를 의미하는 영어 명칭 Assault Rifle Combat Application System의 약자다. 광학 조준기, 운영체제, 증강 현실 디스플레이를 합친 기기다. 이 기기의 전투 적합성이 입증된다면, 소총은 전투용 도구뿐 아니라 정보 수집과 전달의 도구도 될 것이다. ARCAS는 기존의 소총에 장착하는 부가 장비로, 이로써 소총을 센서 대량 사용 기술 어레이의 중심 노드로 만들 수 있다. 제작사인 엘비트는 이 장비를 특수한 장비에 익숙한 특수부대와 매우 간단한 장비를 요구하는 일반 보병에 모두 홍보하고 있다.
2021.09.29 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2024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 탈퇴를 선언한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건설할 우주정거장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날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한 군사 산업 전시회에서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형을 선보였다. 러시아 국영매체는 이 모형을 '로스'(Ross)라고 불렀다. 새로운 우주정거장은 2단계로 발사될 예정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남극 앞바다의 기후 변화가 태평양 수온과 열대 지역 비구름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했다. 16일 UNIST에 따르면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 연구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특히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비구름)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밝혔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온이 같아도 습도가 높으면 더 덥고 불쾌하게 느껴지는데, 상대습도를 반영해 산정하는 체감온도인 '열파 지수'(HI)가 최근 잦아진 극단적인 기온에서 실제 인체가 느끼는 온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열파 지수를 토대로 여름철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데 인체가 느끼는 온도와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제시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기후학자 데이비드 롬프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NWS가 이용해온 기존 열파 지수의 한계를 보완한 연구 결과를 학술지 '환경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글루코스(포도당)는 우리 몸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인다. 암세포도 자기 복제를 하는 데 엄청난 양의 포도당이 필요하다. 종양이 성장하려면 암세포의 복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합성 작용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암세포가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암세포가 흡수한 포도당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뽑아내지 않고 대부분 폐기물로 반출한다고 여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배중면·이강택 교수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이찬우 박사 공동 연구팀이 상용 디젤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개질(Reforming) 촉매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디젤은 수소 저장 밀도가 높고 운반·저장이 쉬워, 개질을 통한 수소 공급 장치를 트럭 보조전원장치 등 모바일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지속돼왔다. 연구팀은 촉매 입자 내부의 금속 나노입자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용출 현상을 통해 합금 나노입자를 형성해 촉매 성능을 향상하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광도(밝기)가 급격히 떨어졌던 오리온자리의 가장 밝은 α별인 적색초거성 '베텔게우스'가 별의 표면인 광구(光球)의 일부가 대형 폭발로 날아가는 '표면질량분출'(SME)을 겪고 서서히 회복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텔게우스의 SME는 태양의 바깥 대기에서 플라스마를 대량 방출하는 '코로나질량분출'(CME)의 약 4천억 배에 달하는 관측 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체료제인 '로미타피드'가 항암 효과까지 있음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에 기반한 약물 가상 스크리닝 기술을 이용해 이런 성과를 냈다.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약물 재창출은 신약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지만, 모든 약물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