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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SW’와 ‘모바일’로 문맹 퇴치한다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29) 킷킷스쿨과 모비링크

저개발 국가의 문제 중 하나는 문맹률이 높다는 점이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는데, 문맹률이 높다 보니 생산성이 낮은 일에만 몰두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저개발 국가 주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연구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문맹률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어린이들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적정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wowtale

어린이들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적정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 wowtale

문맹 퇴치 대회에서 우승한 국내 스타트업 SW

지난 5일 미국에서는 인류의 문맹 퇴치를 과제로 내건 대회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Global Learning XPRIZE)’의 결승전이 열렸다. 학교도 선생님도 없는 환경에서 오로지 태블릿 PC만 가지고 어린이들이 스스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 대회를 주최한 엑스프라이즈 재단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혁신적 과학기술로 해결 방법을 찾는 세계 최대의 비영리 재단이다. 민간기업의 달 탐사 프로젝트나 물 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등, 인류가 풀어야 할 시급한 사안들에 대해 막대한 규모의 상금을 제시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설립되었다.

다른 시급한 사안들처럼 문맹 퇴치 과제에도 오랜 시간과 엄청난 규모의 상금이 투입되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198개 팀이 도전했고, 최종 결승 대회까지 살아남은 팀은 5개에 불과했다. 또한 1500만 달러라는 상금과 체험 기간에 소요되는 진행비까지 고려하면 2000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이 대회를 위해 쓰였다.

문맹 퇴치를 위해 주어진 미션은 단순하지만, 어려운 과제였다. 비슷한 교육 환경을 갖고 있는 저개발 국가의 170여 개 마을을 대상으로 10세 이하 아이들을 다섯 그룹으로 나눈 다음, 이들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하여 가장 뛰어난 학습 성취를 이끌어낸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결승 대회에 오른 5개의 팀들 중에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인 ‘에누마(ENUMA)’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동 설립자이자 부부인 이수인 대표와 이건호 대표는 게임 방식을 통해 글을 읽도록 만든 애플리케이션인 ‘킷킷스쿨(KitKit School)’을 들고 이 대회에 도전했다.

그 결과 ‘에누마’와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원빌리언’이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맹 퇴치 대회에서 공동우승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에누마'

문맹 퇴치 대회에서 공동 우승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에누마’ ⓒ wowtale

이수인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에누마의 ‘킷킷스쿨’은 기존의 학습 패러다임을 뒤집는 역발상적 프로그램이다. 대부분의 학습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킷킷스쿨은 낙제점을 받는 어린이들을 기준으로 개발되었다.

놀라운 점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서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도록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복합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서 공부에 관심이 없는 어린이라도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학습할 수 있는 것이 킷킷스쿨의 장점이다.

이건호 대표는 “킷킷스쿨은 우리나라의 교실처럼 제대로 된 교육 환경에서 한 번도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어린이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라고 소개하며 “어린이들이 킷킷스쿨로 더 많이 배운다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킷킷스쿨에는 읽기와 쓰기는 물론 그림 그리기 등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없지만, 태블릿 PC를 통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마치 교실에 앉아서 수업하는 것처럼 어린이들은 킷킷스쿨을 통해 스스로 속도를 정하고 수업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엑스프라이즈 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킷킷스쿨의 수업 효과는 정규 교과 과정을 이수한 것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킷킷스쿨로 공부한 어린이들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1시간씩 수업하여 일정 과정을 마친 것은, 학교를 1년 정도 다닌 것과 같은 효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수인 대표는 “오지에 학교를 세우고 운영하려면 교사가 필요하지만 그런 곳에 가려는 교사가 거의 없는 편”이라고 언급하며 “또한 문맹 퇴치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시도도 있었지만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에누마가 그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맹 퇴치의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는 모바일

통계에 의하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저개발 국가 어린이들 중 40% 정도가 도중에 그만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먹고살기가 빠듯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짓거나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악순환이 되어 저개발 국가 주민들을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 같은 문제의 해결방안을 많은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모바일에서 찾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키스탄의 최대 통신사 모비링크는 유네스코와 함께 문자메시지 시스템을 통해 문맹률이 45%에 달하는 파키스탄의 문맹 퇴치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문맹 여성들을 위해 마련된 이 방법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읽을 자료와 숙제를 발송하면, 여성들이 문자로 숙제를 회신함으로써 글을 깨우치는 방식이다.

파키스탄에서는 문자메세지로 여성들의 문맹을 퇴치하는 적정기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 Express Tribune

파키스탄에서는 문자메시지로 여성들의 문맹을 퇴치하는 적정기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 Express Tribune

모비링크는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통한 교육 방법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2009년 이래로 파키스탄에서는 4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글을 깨우친 것으로 드러났고, 학생 1인당 소요된 비용도 5개월간 55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수백 권의 책을 제공하는 e북과 같은 모바일 시스템은 가족들은 물론, 동네 친구들과도 공유할 수 있어서 지역사회 도서관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모비링크의 관계자는 “모바일 기술은 열악한 교육 여건 속에서도 물리적인 교육 공간을 초월하여 학교 밖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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