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에 우리의 현실을 담다

과학서평/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최근 몇 년 사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의 등장 이유는 무엇일까. 각박하고 치열하고 차가운 현실, 그 안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들의 혼돈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재창조한 현실성 짙은 세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 그 끝에 작가가 놓아둔 결론에 도달해 답을 얻고 싶은 것.

이런 소설의 흐름 속 사실주의적 작풍을 가진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출간됐다. 기자 생활을 접고 소설가로 전업한 그는 제주 4.3 문학상, 수림문학상 등 일곱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모두 4년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 강명 지음/아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 장강명 지음 / 아작

그의 작품 속 사실주의적 경향은 작가의 초기 SF 작품에 그 원류를 두고 있다. 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은 그의 사실적 작풍의 뿌리를 재고하며 새롭게 내보인 SF 소설집이다.

제목만으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프트 SF의 일색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 책은 지극히 사적인 것에서부터 지극히 사회적인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세 편의 엽편과 일곱 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짙은 현실성을 보이는 작품은 ‘알래스카의 아이히만’과 ‘센서스 코무니스’이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나치의 전범 아이히만의 이야기이다. 전범인 그는 신경 공학을 이용해 타인의 경험을 이식받는 벌을 언도받는다. 자신이 고통을 준 상대의 경험을 통해 상대의 고통스러운 감정까지도 느껴야 하는 것. 아인슈타인까지 등장해 좀 더 현실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 작품은 초점 화자를 기자로 설정해 조금 더 사건을 객관화시킨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아이히만이 살아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즉 1950,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신경 공학적 기반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두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현재보다도 훨씬 더 진보해 있다는 것이다.

‘센서스 코무니스’는 작가가 기자 출신의 소설가로서의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 사실적 느낌이 배가된다.

그는 작가로서 정치가의 대담집에 참여하던 중 여론 조사 업체 ‘센서스 코무니스’를 접하게 된다. 이 업체의 여론 조사는 오늘날의 전화나 문자 여론조사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뇌공학을 이용한 미래의 최첨단 여론 조사가 그것이다. 조사 대상자는 설문에 응하고 있는 도중 자신의 무의식까지 업체에 의해 파악되게 된다. 핸드폰 사용, 쇼핑 등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소비 패턴이나 위치 사회·경제적 위치까지 유추되는 현실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무의식까지 탈탈 털려버리고 만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그 무의식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한편, 그 기술적 실체로 다가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서사적 줄기인데, 그 줄기가 뻗어가는 과정이 미스터리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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