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KTX보다 빠른 머신들의 경연 ‘포뮬러 원(F1)’

[스포츠 속 과학] 기계와 기술, 인간이 조화된 스포츠

세계 최고 모터스포츠 대회인 포뮬러원(F1)의 올 시즌 챔피언이 최종 대회 마지막 바퀴에서 결정됐다. 12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21시즌 마지막 22번째 대회인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신성 막스 페르스타펀(레드불)이 최근 10년간 F1을 지배해 온 황제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을 마지막 바퀴에서 추월하며 올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페르스타펀과 해밀턴은 앞선 21개 대회를 치른 결과 시즌 드라이버 포인트에서 동점을 기록하며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레이싱의 전설 미하엘 슈마허를 넘어 8번째 시즌 챔피언을 노리던 해밀턴은 마지막 순간 무너지며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챔피언은 아쉽게 놓쳤지만, 팀 동료인 발테리 보타스가 3위에 올라 메르세데스는 8연패의 위업을 이루게 됐다. 한편 최연소로 F1에 데뷔하고 최연소 GP 우승기록을 갖고있는 페르스타펀은 해밀턴과 보타스에 막혀 2시즌 연속 3위에 머물렀던 울분을 날려버리게 됐다.

6억 명이 시청하는 세계 3대 스포츠

F1은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주관하는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를 말한다. 공식명칭은 ‘FIA 포뮬러원월드챔피언십(FIA Fomula One World Championship)’으로 흔히 줄여서 F1이라고 부른다. F1 관중 수는 연간 400만 명을 웃돌고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평균 6억 명이 TV로 시청하는데, 올림픽과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린다.

F1은 1개국당 1경기라는 원칙에 따라 여러 국가를 돌면서 그랑프리(GP) 대회가 펼쳐진다. 2021시즌의 경우 3월 바레인 GP를 시작으로 마지막 12월 아부다비 GP까지 22개국을 돌면서 진행됐다. 개별 GP에서 1위 25점, 2위 18점, 3위 15점 등으로 10위까지 점수를 부여한 후 점수를 모두 더해 시즌 챔피언을 결정한다.

레드불의 신성 막스 페르스타펀이 F1 2021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 Red Bull

F1(Fomula One)은 1번 규정이라는 의미인데, 엔진과 배기량, 섀시, 타이어 등 정해진 규정에 따라 제작된 차로 시합을 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F1에 참여하는 자동차는 배기량이 1,600cc인 6기통 하이브리드 엔진을 달고 있는 1인승 사륜차로 엔진은 1,000마력이 넘는 힘을 내 최고시속 350km까지 달릴 수 있다. KTX보다 빠른 괴물 같은 성능 때문에 F1에 출전하는 자동차는 차(Car)가 아닌 머신(Machine)이라 불리며, 대당 가격은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머신은 서킷이라 불리는 경기장을 55~60바퀴 돌아 총 305km를 달리게 되며 보통 한 바퀴를 1분 30초 이내에 주파한다. 팬들은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스피드와 함께 허공을 찢을 듯한 폭발적인 굉음이 단연 매력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운전능력이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기계와 기술 그리고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스포츠이다.

급가속 비결은 땅에 붙는 접지력

F1에 출전하는 머신은 자동차와 관련된 첨단 과학기술의 총아로 불린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각종 신기술을 개발해 머신들에 적용한다. F1은 자동차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는데, 실제 모터스포츠를 통해 개발된 신기술은 디스크 브레이크, 연료 분사 시스템, 엔진 매니지먼트 시스템, 변속기 성능 개선, 현가장치 튜닝기술 등 다양하다.

F1 머신에 적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공기역학이다. 시속 300km가 넘게 달리기 위해 비행기의 날개를 뒤집은 형상의 날개가 머신의 앞쪽과 뒤쪽에 달려있다. 베르누이 원리에 따라서 날개 위보다 밑으로는 공기가 빠르게 흘러 위는 압력이 높고 아래는 압력이 낮아 아래쪽으로 누르는 힘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다운포스(Downforce) 덕분에 머신은 위로 붕 뜨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시속 300km 이상 달리는 머신에는 2,500kg에 가까운 다운포스가 만들어져 이론상 터널 천장에 붙어서 달릴 수도 있다고 한다.

F1 머신은 앞뒤 날개가 만드는 다운포스와 슬릭 타이어 덕분에 시속 3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 Mercedes

머신의 차체는 알루미늄으로 된 육각형 벌집 모양의 판을 탄소섬유로 만든 껍질이 감싸고 있는 형태로 돼 있다. 철판으로 만든 차체보다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어 충돌사고가 발생해도 드라이버가 크게 다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전조치 일환으로 중간 급유를 금지하면서 2010년부터 80리터이던 연료통이 250리터로 커졌는데, 전반적으로 박진감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으나 기술 발전으로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하면서 지금은 110리터 연료통을 사용하고 있다.

차체에서 유일하게 땅에 닿는 부분은 타이어다. F1 머신은 일반적인 자동차와 달리 홈이 전형 없는 슬릭 타이어를 사용한다. 덕분에 지면과 타이어의 접촉 면적이 넓어지고 마찰력이 극대화되면서 강력한 그립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와 같은 그립력 덕분에 머신은 빠르게 가속하고 순식간에 멈춰 설 수 있다. 타이어의 그립력은 90℃ 부근에서 가장 높아서 출발 전 서킷을 한 바퀴 돌 때 타이어 온도를 높이려고 지그재그로 운전한다.

머신 능력 끌어내는 초인적 드라이버들

F1에서 승리하기 위해 머신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드라이버의 능력이다. 2021시즌 10개 팀이 출전했고, 한 팀이 2대의 차를 출전시키고 서로 다른 운전자가 몰기 때문에 F1 드라이버는 전 세계에 20명밖에 없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드라이버는 얼핏 편하게 앉아서 조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극한의 능력을 보유한 초인적인 사람들이다.

두 시간의 레이스 동안 15,000rpm을 회전하는 엔진은 좌석 뒤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1,000℃에 가까운 마찰열이 발생한다. 운전석이 지면에서 5cm 정도밖에 떠있지 않아 지면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급가속과 회전 때 느끼는 중력가속도는 전투기 조종사에 육박하는 5G 수준에 달한다. 당장 충돌할 것 같아도 브레이크를 최대한 늦게 밟는 담력도 중요하다.

F1 드라이버는 머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100% 끌어내기 위해 경기 중 1500번 이상 기어변속을 하고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등 각종 장치를 1만 번 이상 조작해야 한다. 한순간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순식간에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집중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 중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기술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용기다.

F1 머신을 0.1초라도 더 빨리 정비하려는 피트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 Ferrari

F1은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포츠인데 머신은 300km를 넘게 달리는 동안 최고의 성능을 똑같이 유지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타이어는 경기 중 심하게 마모돼 그립력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고 터질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드라이버들은 필수적으로 한 번 이상 ‘피트 인(Pit-In)’을 해 정비를 받아야 한다. 피트에는 20여 명이 상주하며 머신이 들어오면 3초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차량을 정비하고 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한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피트에서의 경쟁도 F1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F1에 참여하는 팀이 1년간 사용하는 운영예산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F1은 선진국의 스포츠이고 머신이 달리는 트랙은 황금으로 깔려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F1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수억 명의 레이싱 팬들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뽐내고 자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F1은 선전 효과가 가장 큰 상업 스포츠로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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